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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 

 

효과적인 상속 수단으로 유언대용신탁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류분 문제로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다. 생전에 나눈 게 우선이냐, 위탁자 사망 시 수익자가 받아야 할 몫이 우선이냐의 문제다. 비록 1심이지만, 최근 두 제도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의 관계에 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결과는 상급심에서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그 취지는 유언대용신탁계약을 통하여 신탁재산 소유권이 수탁자인 신탁회사로 이전되면 이는 무상 이전으로 볼 수 있고 사전증여의 성격을 가진다. 이때 신탁회사는 증여받은 제3자로, 사전증여 당시 유류분의 침해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보아 신탁회사로 이전된 신탁재산은 유류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상속인 중 1명인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이 귀속되었고 다른 상속인이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는 인정되지 않았다.

유언대용신탁계약은 위탁자 생전에는 신탁으로 인한 수익을 위탁자가 받고, 위탁자 사망 시에는 위탁자가 지정한 자에게 수익이 귀속되도록 하는 구조다. 사후 수익자를 정한다는 면에서 방식은 다르지만 유언과 유사한 효력이 있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으로 수익자로 지정된 사람으로 하여금 피상속인의 재산 대부분을 지급받게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재산이전도 유언과 마찬가지로 유류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상속받지 못한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이 침해되는 경우 그 상속인은 신탁회사 또는 수익자를 대상으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여지가 있다.

기존에는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을 특정인에게 이전하더라도 유류분 대상이 되는 경우 처분의 자유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판례는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유언과 유사한 효력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유류분반환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그렇다면 유언대용신탁계약을 통하여 사후에 재산을 특정 상속인에게 이전하게 되면 유언으로 재산이전 하는 것과 달리 유류분반환청구권 행사가 불가능한가. 유류분이란,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 법에서 상속인에게 인정하는 최소한의 몫을 의미하고, 이를 침해받는 경우 그 침해한 자를 상대로 반환청구가 가능하다.

유류분 침해는 어떤 경우에 발생할까. 먼저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하는 사전증여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사별한 A에게 자녀 B, C, D가 있는 상황에서 A는 15년 전에 B에게 1억원을 증여했고, 이후 5년 전 C에게 5000만원을 증여했다. D에게는 어떠한 재산도 증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A가 재산을 병원비로 모두 지출한 채 사망했고 상속이 발생했다면, 상속인 B, C, D는 상속재산으로 받을 것이 없다. 그런데 B와 C는 A로부터 사전에 증여를 받은 재산이 있는 반면 아무런 재산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D는 불만이 생길 수 있게 된다. 이때 D는 유류분반환청구를 생각해볼 수 있다. 상속재산분할로는 분할할 재산이 더는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D의 유류분은 상속인 간 사전증여된 재산과 상속개시 당시 남은 상속재산을 합산한 금액에서 상속인의 법정상속비율의 절반을 인정받는데 현실적으로 상속 시유류분이 침해된 만큼 청구할 수 있다. D로서는 A로부터 받은 재산이 없기 때문에 유류분 전액이 침해된 것이고 그 침해된 금액이자 B와 C에게 반환청구할 수 있는 2500만원이 된다. 즉, 사전증여 후 물가변동이 없다는 전제에서 공동상속인에게 사전증여된 1억원과 5000만원을 합친 금액인 1억5000만원에서 상속인의 법정상속비율인 1/3의 절반인 2500만원이 D에게 유류분으로 인정되는 금액이 된다. 이때 유류분의 대상이 되는 사전증여 판단 시 사전증여 받은 사람이 공동상속인 중 1인이라면 기간 제한 없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증여세 합산기준이 10년인 것과는 다르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상속인 간 공평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입증만 가능하다면 사전증여 재산은 기간 제한 없이 대부분 유류분 대상이 된다.

다음으로 피상속인이 상속인 이외의 제3자에게 하는 사전증여로도 유류분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제3자에 대한 사전증여로 인하여 상속인의 유류분이 침해된 경우 사전증여 재산은 상속인의 유류분반환청구 대상이 된다. 다만 공동상속인이 증여받은 경우와 달리 제3자에 대한 사전증여로 인하여 상속인의 유류분이 침해되더라도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사망 시로부터 1년 이내에 증여된 재산만 유류분반환 대상이 된다. 예외적으로 피상속인 사망 시부터 1년 이전에 증여된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증여자와 증여를 받는 자가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증여했다면 기간 제한 없이 유류분반환 대상이 된다.

위 판례 사안에서 피상속인은 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해 본인의 생전에는 본인이 신탁재산에서 수익을 얻고 사후에는 신탁재산을 자녀 중 1인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약정했다. 법원은 피상속인으로부터 신탁회사로의 소유권 이전은 피상속인이 제3자에게 무상증여 한 것과 같고 상속인이 유류분을 침해받는 경우 유류분반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신탁회사는 제3자이기 때문에 신탁회사가 이전받은 신탁재산은 피상속인 사망 1년 이전에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이전되었다면 원칙적으로 유류분반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예외적으로 피상속인과 신탁회사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끼칠 것을 알고 증여했는지에 따라 1년 이전 증여도 유류분 대상이 된다고 보았고 원고는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유언대용신탁을 통하여 재산을 사후수익자에게 이전하더라도 이 또한 유류분반환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신탁회사에 이전된 것을 제3자에게 사전증여 한 것과 같이 보아 신탁회사와 위탁자가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권 침해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 신탁 계약에 따른 소유권 이전시기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에 따라 반환대상이 되는지가 결정된다.

앞으로도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재산이전이든 유언 또는 사전증여를 통한 재산이전이든 유류분이 침해되는 경우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막기는 어렵지만 유언자 또는 피상속인의 취지를 잘 구현하는 방법으로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볼 것이다.

- 곽종규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변호사

202006호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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