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유오피스 업계엔 위워크 말고도 경쟁자가 속속 나타났다. 올해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아시아 최대 공유오피스 저스트코는 사정이 좀 다르다.
▎저스트코 페럼타워는 아시아형 ‘수직’ 오피스 건축으로 두 층을 이어 개방감을 높였다. 옆으로는 개별 기업과 소규모 회의 공간을 구획했다. / 사진:저스트코 |
|
전례 없는 바이러스로 공유오피스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해 업계 1위를 지켰던 위워크는 지난해 상장 실패에 이어 올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공유오피스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유오피스는 직원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개인에게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사무실 전체를 빌릴 필요가 없어 임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공실률은 더 높아졌고, 대다수 업체 지점도 문을 닫거나 몇 개 공간만 열어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싱가포르 업체 저스트코(JustCo)는 오히려 확장을 전략의 축으로 삼았다. 남주희 저스트코 한국지사장은 “코로나19로 업황이 지난해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규 입주사 증가세엔 큰 변화가 없고 현 입주사의 호응도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저스트코는 ‘아시아의 위워크’로 불린다. 2011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 태국 부동산 개발업체 산시리로부터 1200만 달러(약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고, 2018년엔 상가포르투자청(GIC)과 프레이저스그룹에서 1억77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일본 다이토신탁건설도 7400만 달러를 투자해 일본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저스트코는 중국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태국 방콕, 호주 멜버른·시드니, 대만 타이페이 등 8개 주요 도시에 40개 센터를 두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해 6월 진출해 현재 서울에만 5개 센터를 마련했다. 일본 도쿄, 홍콩,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 센터도 올해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오픈할 계획이다.
▎저스트코 태국 삼얀센터의 인하우스 카페. / 사진:저스트코 |
|
확장을 택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명확한 공간 분리다. 올해는 규모가 큰 기업들이 조직을 분산해 업무를 하면서 부서별 오피스를 임대하려는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공유오피스 업체 입장에선 한 빌딩에 여러 업체에 개별 공간을 주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저스트코는 단순히 ‘공유’라는 테마보다 오피스 자체의 ‘생산성’에 방점을 두고 고민하면서 수직적 공간이 많은 아시아 빌딩의 특성을 살렸다. 글로벌 오피스 건축가 로버트 맨킨 NBBJ 공동대표는 “현대 아시아 오피스 건축은 땅이 넓지 않아 수직 구조로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며 “특히 고층 건물이 많은 한국의 경우 주요 상업지구나 역세권 입지도 중요하지만, 공간 효율화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지는 이유”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서울 삼성동 저스트코 저스트코타워점은 16개 층, 약 1만3000㎡ 공간을 공유오피스로 꾸몄는데, 핫데스크(공용 업무 공간)나 카페테리아보다 개인 공간을 강조했다. 한 층의 공간은 비교적 좁지만, 수직으로 뻗어 있어 업체별로 개별 층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같은 층에 여러 업체가 입주해도 독립성은 최대한 지켜냈다. 보안 장치가 있는 사무실엔 팀원별 전화와 캐비닛을 제공했다. 사무실과 사무실 사이에는 투명 유리 대신 두꺼운 벽을 설치했고 구조상 유리 벽을 써야 할 때는 불투명 필름을 붙여 개별 공간이 주는 프라이빗한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책상이나 의자 등 가구는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재조립이 가능한 제품을 선택해 자유롭게 재배치할 수 있게 도왔다.
기업 맞춤형 사무 공간 서비스
▎저스트코 싱가포르 20CQ센터의 로비 2층. / 사진:저스트코 |
|
특히 눈에 띄는 건 ‘커스텀 오피스’다. 커스텀 오피스는 공유오피스의 기업 맞춤형 사무 공간 서비스다. 입주사들의 요청에 따라 규모나 시설을 꾸며준 곳을 말한다. 단순히 업체별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노력에서 아예 기업이 입주 전부터 저스트코와 공간 활용을 논의하는, 일종의 오피스 솔루션이다. 저스트코타워점은 한 층에 최대 124인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 3개 층을 ‘커스텀 오피스’로 만들었다.남주희 지사장은 “저스트코의 공간설계팀은 분리 공간, 협업 코너뿐 아니라 기업 고객이 원하는 최적화된 업무 공간을 만드는 솔루션을 마련했다”며 “규모가 있거나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 입주사가 주요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솔루션 덕분일까. 입주사의 성장률은 높은 편이다. 생활서비스 중개 플랫폼 ‘숨고’도 지난해 8월 입주 당시 직원이 40명이었다가 최근 120명으로 늘어 기업 오피스 층으로 옮긴 대표적인 기업이다.원격근로도 기업의 생산성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쥬디 장 연구원은 “직원 수가 많은 기업의 사무실 임대료는 더는 고정비가 아니라 조직 형태에 따라 변하는 변동비라 불러야 한다”며 “재택근무를 포함해 분산형 근무가 확산되면 공유오피스 조직도 크게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스트코 남주희 한국 지사장. / 사진:김현동 기자 |
|
저스트코는 원격근로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도입했다. 최근 저스트코 싱가포르 센터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 디지털 업무 공간을 조성했다. 남 지사장은 “진정한 공유의 개념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가상 업무를 지원하는 스마트 작업 공간이야말로 공유의 힘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저스트코 자체 협업 툴인 JustCo App의 ‘Just Connect’ 얘기다. 이 툴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놓칠 수 있는 해외 비즈니스 기회를 다시금 열게 해줬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기업과 대화하고 회의하는 것은 물론 다른 권역에 있는 기업과도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외시장에서 기업 커뮤니티는 중요한 자산으로 자칫 신규 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갖지 못해 고립되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저스트코는 이 점에 주목했다. 전 세계 모든 입주 회원사를 연결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세웠다. 입주사별 사업 프로파일을 저스트코가 보장하고, 전 세계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를 좀 더 밀도 있게 연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해외 진출에 목적을 둔 스타트업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남 지사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상 공간에서 서로 만나려는 입주 고객이 늘었다”며 “우린 기술적 지원을 정교화해 온라인·모바일 행사를 더 늘리고, 비즈니스 협업 기회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저스트코는 전 구성원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기업과 만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던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세미나, 워크숍)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방안을 모색 중이다.프라이빗한 공간과 원격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글로벌 기업 저스트코가 남달리 신경 쓴 부분은 ‘현지화’다. 공간 디자인에 나라별 특징을 담은 이유다. 한국에선 지점마다 부채 모양으로 만든 전등, 연등 조명, 한옥에서 볼 수 있는 격자무늬 벽 등 한국적 요소를 가미했다. 대만에서는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와 아치형 디자인을 인테리어에 활용했고, 인도네시아 센터는 ‘라탄바구니’와 직조된 ‘스윙체어’ 등 수공예품을 활용했다.관련 행사도 마찬가지다. 미식 문화가 발달한 싱가포르에서는 음식을 테마로 이벤트를 열어 기업 간 네트워크 장을 마련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술 관련 회담이나 워크숍을 주로 기획했다. 한국에선 골프 시뮬레이터를 마련해 간단한 비즈니스 네트워크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남 지사장은 “공간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시장 현지화는 아주 중요한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라며 “문화·언어 장벽을 자연스럽게 없애면서 지역 고객 간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남주희 저스트코 한국지사장은 “저스트코가 한국에서 해외 진출을 꾀하는 입주사들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시아 네트워크와 각종 기술 서비스로 ‘연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