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PC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확대되고 있는 원격근무와 온라인 교육, 밀레니얼 세대들이 주도하는 콘텐트 제작 시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대환 HP코리아 대표를 만나 향후 PC 시장의 전망과 HP의 성장 전략을 물었다.
한국IDC에 따르면 올 1분기 공공 부문 데스크톱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8% 늘었고, 기업과 교육 시장 노트북 출하량은 원격근무 및 온라인 수업 확산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6%, 14.5% 증가했다. 그러나 가정용 데스크톱과 기업용 데스크톱 출하량이 역성장하면서 PC 시장 전체 출하량은 1.5% 상승에 그쳤다.코로나19로 인해 1분기 PC 수요가 전년 대비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HP코리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재택근무, 원격 강의 확산 모두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매출이 많이 발생했고, 온라인 비즈니스 노하우와 경험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1992년 한국HP(휴렛팩커드)에 입사한 이후 30여 년간 근무하며 지난 2015년 HP코리아 대표로 취임하셨다. 대표 취임 이후 어떤 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나.PC와 프린터 시장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리더십을 유지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3D 프린팅 사업을 육성해나가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3D 프린팅 사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즉 고객 맞춤형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역시 우리의 중요한 화두다.
PC업계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모빌리티가 강화되면서 노트북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다. 한국은 현재 기업이 주도하는 데스크톱 시장이 더 크다. 코로나19로 데스크톱보다 노트북의 활용도가 더 높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고, 콘텐트 제작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밀레니얼 세대의 노트북 사용량이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다. 또 구독경제 모델이 주류가 되면서 전반적으로 하드웨어만 구매하는 DaaS(Device as a Service) 형태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PC와 노트북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던데.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텔의 PC CPU 쇼티지(공급 부족)도 업계 이슈였고, 중국발 코로나 사태로 공급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HP는 글로벌 공급망을 바탕으로 차질 없이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체감하고 있는 사업 환경의 변화가 있다면.밀레니얼 세대가 주류가 되면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업무 방식이 기업 경쟁력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HP코리아는 2월 25일부터 4개월간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데, 꼭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전통적인 사무실 근무 방식보다 공유오피스로도 충분히 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다.
재택근무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이 있나.궁극적으로 전통적인 업무 방식이 모두 바뀔 것이다. 장소는 사무실, 집, 공유오피스 등 업무 특성에 따라 바뀌고 진정한 의미의 ‘워라밸’이 구현될 것이다. 기술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AI, 클라우드 등인데 HP는 오래전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이제는 일하는 장소가 사무실만이 아니기 때문에 보안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기술 개발이나 제품 개발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 본다.
1순위는 ‘안전’재택근무 이후 임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더 높아졌나.재택근무든 유연근무든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재택근무 결정 원인은 직원의 안전과 건강이다. 직원의 안전은 파트너, 고객, 커뮤니티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산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HP는 예전부터 이 같은 업무 방식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인프라, 기술 지원을 갖춰왔다. 감염 방지 목적도 있지만, 직원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다양한 직원 참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재택근무로 인한 어려움을 재미있고 건강하게 풀어가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놀이 활동과 홈트레이닝, 요리 강습 등을 진행 중이다.
올해 HP코리아의 목표는.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시대는 끝났다. 직원들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과 파트너사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목표다. 이를 위해 최근 지불 유예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내부적으로는 지속가능 경영, 즉 사람과 환경의 공존, 지역사회 공헌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HP코리아와 HP 재단은 최근 의료진 및 자원봉사자의 헌신에 감사하는 취지로 총 1억2100만원(약 9만9000달러) 상당의 성금을 모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했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