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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 협력-머크] 글렌 영 한국머크 대표 

코로나 백신 제조 앞당긴 협력의 기술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속도가 생명이다. 그에 앞서 전 세계 인류에게 공급할 생산 플랫폼 마련은 필수다. 과감한 M&A 전략으로 생명과학 분야에서 리더 자리에 오른 이 기업은 세계 최장수 특수화학기업 머크(MERCK)다.

▎글렌 영 한국머크 대표 / 사진:머크
독일 머크 그룹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제너 연구소는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대량생산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백신 후보물질의 대량생산 소식은 예상보다 빨랐다. 제조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데만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리지만 머크는 두 달 만에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제너 연구팀을 지원 사격했다. 머크는 제너 팀과 협력 중인 기존의 생산 플랫폼이 새로운 백신 후보물질 제조에 적절한지 평가하고 생산 프로세스 이전 작업을 도왔다. 이미 머크가 2018년부터 제너 팀과 바이러스 백신 생산에 일회용 생산 기술(싱글유즈)로 효율적인 플랫폼을 개발해놨던 덕분이다.

“코로나19와 같이 전례 없는 질병 확산 상태에서는 속도가 핵심이다”라고 강조한 글렌 영(60) 한국머크 대표는 “머크-제너 연구소와 같은 산학 협력은 지금과 같은 위기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이 시급해지면서 생명과학 연구팀은 시약 등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받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대량생산은 연구소의 백신을 환자들에게 빠르고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핵심 단계다.

예를 들어, 머크가 공급하는 싱글유즈(single-use) 공정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개발에 일회성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시스템이다. 기존 제품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신속한 배치가 가능하다. 매번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배양기나 그릇 등을 세척할 필요 없이, 일회용 용기, 플라스틱 백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2011년에서 2016년까지 사스 치료를 목표로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의 제조 플랫폼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베일러 의과대학과도 손을 잡았다. 백신 제조 플랫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임상 1상까지 개발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협업은 생산효율·수율·완건성(Robustness)· 확장성·생산 비용 개선에 맞춘다.

머크의 생명과학 사업부는 연구, 분석, 임상 과정에 필요한 실험실 제품을 공급한다. 대학 연구소, 제약사, 바이오 벤처 등에는 시약·시료 소모품을, 임상 진단, 병리 검사를 하는 실험실에는 바이오 모니터링 장비, 분석 표준 등을 지원한다.

영 대표는 이러한 백신 제조 프로세스 지원도 미리 준비 된 결과라고 했다. “머크는 개발에서 배포까지 백신과 치료제 생산을 이미 40년 이상 지원한 경험이 있습니다.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바이오 제조플랫폼과 안전성 검사 서비스는 백신 제조를 가속화하는 데 효율적인 공정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머크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인수합병 전략으로 전문 기업들과 손을 잡은 덕이다.

독일 헤센주 다름슈타트에 본사를 둔 머크는 약사 프리드리히 야콥 머크가 1668년 천사약국을 인수해 창업한 이래 13대째 가문 경영을 이어온 세계 최장수 제약·특수화학 회사로 알려져 있다. 현대에 이르러 머크는 과감한 기업인수와 자산 매각으로 기존 제약·화학 중심에서 헬스케어, 생명과학, 기능성 소재를 아우르는 과학기술 기업으로 변모했다.

영 대표는 머크의 투자 전략에 대해 “머크 가문은 배당금을 상당히 낮게 배정받아 많은 금액이 회사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신경 써왔다”며 “가족 회사로 출발한 머크가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비결은 장기적인 안목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머크는 전 세계에 약 5만7000명이 근무하고 있고, 2019년 66개국에서 총매출 162억 유로(약 22조원)를 기록했다.


▎머크 이노베이션 센터(왼쪽)와 한국머크가 송도에 설립한 M랩 협업센터. / 사진:머크
머크는 최근까지도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재편했다. 머크의 통 큰 투자전략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유럽 최대 생명공학회사인 스위스 세로노를 103억 달러에 인수한 머크 그룹은 2010년 실험실 장비와 화학물 제조사 미국 밀리포아를 72억 달러에 사들였다. 2014년에는 미국 생명과학 기업 시그마 알드리치를 머크 역사상 최대 규모인 170억 달러에 인수하며 실험실 제품 사업부를 강화했다. 머크의 인수합병 전략은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 선두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전개하는 머크의 사업 비중은 헬스케어 46%, 생명과학 38%, 기능성소재 16% 순이다. 글렌 영 대표는 “합병을 하면서 두 회사의 전문성이 상호 보완해 바이오 연구와 생산 등 고성장·고마진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며 “상생전략을 택한 덕에 위기에 빨리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면서 글로벌과 달리 기능성 소재 부문이 50% 이상을 차지하던 한국머크는 지난해 인천 송도에 연면적 8300㎡ 규모의 한국생명과학 운영본부를 설립했다. 2016년에는 글로벌센터 중 아홉번째로 M Lab을 세우기도 했다. 국내에 분산된 머크의 생명과학 분야 사업을 통합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머크의 생명과학 분야 도전은 앞으로 계속될 예정이다”라고 말한 글렌 영 한국 머크 대표는 “백신과 치료제의 생산공정을 단기간에 개발하고 생산 규모를 늘려야 하는 부담이 지속되면서 대형 제약사와 신생 바이오 기업까지 지원하는 머크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2007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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