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기사와 뉴스를 보면 회사 일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한데 듣고 있기가 힘들다. 심지어 대부분 소식이 나쁜 뉴스지, 기분 좋은 뉴스는 몇 개 없다. 예전에는 학교든 기업이든 국영수 위주로 잘하면 인정받고 성과도 낼 수 있었다지만 요즘에는 정치, 사회, 경제는 물론 도덕과 윤리, 미술까지도 잘해야 한다. 도덕 시험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진짜로 정답대로 행하고 살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느낌이다. 오늘 하루 일정도 복잡한데 국제사회의 정세까지 복잡하게 꼬여서 두통이 심하다.10여 년 전 독일의 산업디자이너 디터 램스(Dieter Rams)의 “Less but better”라는 한 문장은 내 인생의 티핑포인트가 되었다. 그가 애플의 제품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었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의 디자인 원칙과 미니멀한 트렌드는 정점을 찍었다. 디자인이란 것이 막연히 미(美)적으로 뛰어나거나 화려한 예술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진짜로 뭣 모르고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이것저것 붙이고 덧칠하는 디자인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고 나올 만한 스타일이 다 나온 세상에서는 빼는 것이 더욱 어렵고 수준 높은 디자인이라는 깨달았다. 그 후로 나는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을 더하는 일과 빼는 일로 구분하게 됐다.몇 년 전 트레바리라는 독서클럽에서 클럽장을 맡게 되었다. 클럽 이름은 ‘단순클럽’이라고 지었다. 단순한 디자인에서 단순한 삶까지 폭넓게 ‘단순함’과 관련된 책을 신나게 읽고 의견을 나누었다. 사전적 의미로 ‘단순’은 ‘홑 단(單)’ 자에 ‘순수할 순(純)’ 자를 쓴다. 단(單)은 단 하나, 오직을 뜻한다면 순(純)은 ‘염색하지 않은 자연의 실’을 뜻하는 한자어다. 단순을 영어로 말하자면 Only + Pure, 즉 Simple이다.가끔 ‘로우로우의 타깃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에 ‘인생 복잡한 사람들’이라고 답한다. 보통 주변에서 ‘단순히 카페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 ‘우리는 단순히 옷이 아니라 그것을 넘은 무엇’, ‘우리는 단순히 디자인뿐 아니라…’ 이런 표현을 자주 듣는다. 단순 마니아인 나로선 단순을 쉽게 보고, 본성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좀 서글펐다.워낙 뭐가 너무 많은 시대라 경쟁에서 이기려면 차별되어야만 한다. 어려운 얘기보다 쉽고 단순한 얘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