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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파커 사피엔ML 공동창업자 

영상으로 잡는 코로나19 

테레사 칼슨 AWS 부사장은 AWS가 코로나19 진단 솔루션 개발을 지원한다고 했다. 특히 클라우드를 활용해 연구를 돕는 것. 윌리엄 파커 박사를 통해 실제로 진단 연구에 클라우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줬다.

▎코로나19 확진자의 CT 스캔 이미지
최근 한국에서 인공지능(AI)을 코로나19 진단에 활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 사내 벤처 ‘메디컬아이피’는 2만여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판별한다. 카이스트, 원광대병원, 전남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명지병원 등도 비슷한 연구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일반 폐렴과 거의 차이가 없는 데다 지금까지 맨눈으로 CT 영상을 분석해야 했던 화학적 방식을 바꾸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환자의 검체가 없어도 코로나19 진단이 정확도 99%로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물론 대량의 환자 CT, 엑스레이 이미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려면 클라우드의 힘이 절실하다. AWS는 북미대륙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윌리엄 파커 박사를 지원하고 있다. 밴쿠버종합병원 영상의학과 레지던트인 그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의공학 기업 사피엔ML(SapienML)의 공동창업자로도 활약 중이다. AWS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진단할 수 있는 ‘AWS 진단 개발 이니셔티브’를 파커 박사 연구진에 제공한다.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나.

CT 스캔상에서 코로나19 증상으로 보이는 특징을 파악하고, 그것을 정량화해서 실시간 유전자검출검사법(RT-PCR)과 병행해 확진 검사를 돕는다. 지금으로선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게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다.

유사한 시도가 여럿 있다.

RT-PCR도 완벽한 검사방법은 아니다. 음성인 검진자 중 30%가 다시금 양성 판정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검진자의 폐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볼 수 있는 CT 스캔 검토가 필요하다. 역으로 CT 검사 결과 폐의 변화가 심상치 않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병원이 선제 조치에 나설 수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들과 협업할 생각도 있나.

잘 알고 있다. CT 자료뿐만 아니라 흉부엑스레이, 각종 임상 데이터 등도 인공지능 분석 대상으로 본다. 물론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는지는 다를 수 있다. 우리가 개발한 모델은 어디까지나 비영리로, 개발·분석 모델이 오픈소스로 돼 있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의료진과 공유해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성과는 어떤가.

전 세계 임상 데이터를 모았다. 지난 2월부터 중동, 이탈리아, 한국, 중국, 호주,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창업한 사피엔ML 기술로 통해 모든 환자의 임상데이터를 익명 처리해 AWS 클라우드에 올려 의료 전문가들과 공유했다. 그 덕분에 3000건이 넘는 딥러닝을 수행했고, 여러 나라에서 나오는 연구 데이터 매트릭스를 확보했다. 이는 가장 큰 규모의 코로나19 CT 스캔 데이터세트의 바탕이 됐다. MD.ai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데이터 라벨링도 진행하고 있다.

AI로 본 코로나19는 어땠나.


▎윌리엄 파커 사피엔ML 공동창업자
의학적 설명이 일부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감염 초기부터 폐를 변화시킨다. AI는 6가지의 변화 패턴에 주목한다. 가장 먼저 폐 주변부에 간유리음영(Ground-glass opacity)이라고 하는 혼탁화 현상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폐의 중격(Septal) 부분이 경화되기 시작하고, 돌조각 보도(Crazy Paving) 양상을 띠면서 전형적인 폐렴 증상인 폐경화(consolidation)가 보인다. 그러고 나서 폐에 흉터(scar)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증후가 확실해진다. AI는 이 변화를 쫓고, 세밀하게 분석한다.

코로나19 외에도 변종이 생길 수 있다고 들었다.

우리 모델은 독감, 사스 바이러스,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N1, 메르스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전염병을 선택하면 바로 분석 모델을 적용할 수 있고, 전 세계 전문가들과 곧바로 공유할 수 있다.

AWS에선 뭘 지원하나.

AWS는 다양한 클라우스 서비스를 지원한다. 전 세계 데이터 파트너가 데이터를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는 아마존 S3(Amazon S3) 버킷(bucket), 클라우드상에서 연산처리 가능한 아마존 EC2(Amazon EC2)를, 밴쿠버종합병원 의무기록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아마존 컴프리헨드 메디컬(Amazon Comprehend Medical), AI 훈련을 정교화하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Amazon Sage Maker) 등을 활용한다. 그 덕분에 많은 양의 데이터 분석과 처리를 쉽게 할 수 있었다.

기술의 진보와 현실은 괴리가 큰 것 같다. 북미 쪽, 특히 미국과 캐나다 내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기대치를 낮추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수준에서 기대치를 설정해야 한다. CT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 진단을 돕거나 신약후보 물질을 찾거나 백신을 만드는 데 AI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보완해야 할 것이 많고, 현실과 조율해야 할 사안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당장의 수익보다 ‘공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방법을 찾다 보면 제2의 코로나19 사태가 터져도 대비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정부와 AWS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 CT 데이터를 라벨링해서 분류하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다수의 영상의학 전문가가 투입돼야 하는데, 선의의 지원만으론 역부족이다. 더 많은 전문 인력이 연구에 참여하려면 자금지원이 지금보다 더 많아야 한다. 다음으론 정부 규제다. 우리가 아무리 오픈소스로 연구 모델을 풀어도 의학이나 제약 분야에서 활용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정부 규제를 지키고, 승인받는 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영리 연구에 대해선 좀 열린 마음으로 도와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나 협력을 반긴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의 연구진과 손잡을 수 있게 언제나 문을 열어두겠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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