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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프로젝트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회사가 올가을까지 백신을 찾아서 배포할 수 있으리라고 과감하게 예측했다. 세상을 바꿀지 모르는 10억 달러짜리 베팅의 내부를 최초로 들여다봤다.
3월 중순, 화이자의 CEO 앨버트 불라(58)가 미국 거대 제약업체의 백신 연구·제조 그룹 지도자들과 함께 화상회의를 시작했다.

두 팀은 화이자의 코로나19 시험 백신 개발을 위한 탄탄한 계획하에 야근을 해왔다. 이들은 불라에게 최대한 빨리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1년 중에는 개발이 완료된다는 것이었다.

불라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팀원들의 엄청난 수고를 의식한 불라는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고는 계속 그들을 몰아세웠다. 참가자들에게 독감 시즌이 겹쳤을 때 백신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는지 물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몇 주 전에 제기한 문제다.

불라는 “다르게 생각해보라”고 주문했다.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수표가 있다고 생각하고 예산은 걱정하지 마세요. 일을 순서대로 하지 말고 동시에 처리하려고 하세요. 뭐가 효과가 있을지 모르더라도 일단 백신을 제조하세요. 효과가 없다면 뒷감당은 제가 합니다. 전부 손실로 처리하고 내다 버릴 겁니다.”

화이자의 최고과학책임자 미카엘 돌스턴은 “불라는 팀원들에게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과 같은 수준의 목표를 노리라고 했다. 올해 말까지 수백만 명에게 투여할 수 있는 양의 백신을 취약 계층에 제공하는 목표다”라고 말했다.

5월 첫째 주 월요일, 화이자는 볼티모어에 있는 건강한 미국인 자원자들에게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시험 백신을 투여했다. 불라는 즉각 보고받았다. 이튿날 뉴욕 스카스데일 교외의 자택에서 인터뷰를 한 불라는 통상 몇 년이 걸리는 일을 화이자에서 몇 주 만에 해냈다고 말했다. 불라는 “우리처럼 거대하고 강력한 제약업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 속도는 창업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에서도 부러워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제조에 10억달러 투자

25년 동안 화이자에서 차근차근 승진하여 2019년 CEO가 된 그리스 출신 수의사인 불라는 자신의 이력은 지금 같은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주도한 대규모 기업혁신이 화이자를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믿는다. 거대한 공룡 기업(2019년 매출 518억 달러)을 제네릭 약물이나 애드빌, 챕스틱 같은 소비재에서 벗어나 새로운 특허 약품을 개발하는 고위험, 고수익 게임판에 더 깊이 뛰어들게 만든 변화 말이다.

불라에게 지난 4개월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패배와 승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화이자뿐만이 아니었다. 존슨앤드존슨,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 전 세계의 대형 제약업체 대부분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일부 전문가는 몇 달 내에 쓸 만한 백신을 만들어내겠다는 불라의 계획이 단연코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라는 굴하지 않고 연구자 수백 명에게 화이자의 모든 시험용 약물과 기존 약물을 총동원하여 치료법을 찾아내라고 주문했다. 처음부터 불라는 경쟁사와 논의하고 독점 정보를 공유하도록 공개적으로 승인하며 비밀스러운 대형 제약업체로서는 전에 없던 조치를 단행했다. 불라는 소규모 생명공학 업체도 화이자의 제조 시설을 이용하도록 개방했으며 타사의 코로나19 약품 후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화이자의 노력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독일 마인츠 소재 기업 바이오엔테크와의 협력이다. 2019년 매출 1억2000만 달러인 이 혁신기업은 암 치료제 개발 업체로 알려져 있다. 협업 결과 나온 코로나19 시험 백신은 한 번도 치료에 성공한 적이 없는 최신 기술인 메신저RNA(mRNA)를 활용한다. 화이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10월까지 긴급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화이자의 독특한 전략은 네 가지 mRNA 백신 후보를 신속하게 서로 경쟁을 붙이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백신에 전력을 쏟아붓는 것이다.

그 준비 단계에서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2000만 개, 2021년 중에 수억 개 백신을 제조하기 위해 네 개 제조 공장의 생산을 변경했다. 불라는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백신의 개발·제조에 올해에만 10억 달러를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속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백신이지만 화이자는 올여름 코로나19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 신약 임상시험을 개시하는 것도 서두르고 있다. 또 자사의 관절염 치료제 젤잔즈를 코로나19 말기 환자 치료제로 재구성하는 연구에도 관여하고 있다.

불라는 “이런 위기에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제약 업체의 CEO를 맡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큰 부담”이라며 “내 자녀조차 ‘무슨 방법이 있느냐’고 묻는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 제대로 하면 세상을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엔테크를 설립한 뛰어난 면역학자 위구르 사힌은 지난 1월 의학지 랜싯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접했다. 사힌은 인간 세포를 분석하여 질병, 특히 암을 퇴치하기 위해 바이오엔테크를 설립했는데, 이 기술을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곧 사힌은 수년간 자신과 면역학자인 아내 외즐렘 튀레시의 벤처기업을 지원해준 독일의 제약 억만장자 토마스 슈트륑만과 대화했다. 슈트륑만은 “사힌은 ‘이건 아주 큰 재난’이라며 학교가 문을 닫을 것이고, 곧 팬데믹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며 “팀 대다수를 백신 연구로 돌렸다”고 말했다.

바이오엔테크 주가가 치솟으면서 현재 억만장자가 된 사힌은 지난 2월 화이자의 백신 연구·개발 총책임자인 카트린 얀센에게 연락했다. 사힌은 얀센에게 바이오엔테크가 코로나19 백신 후보군을 만들었다며 화이자에 혹시 협력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얀센은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라고 반문하며 “당연히 협력해야죠”라고 답했다.

지난 수년간 과학자들은 mRNA를 활용해 인간 세포를 약물 공장으로 만들어 암, 심장병, 심지어 감염성 바이러스까지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려는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있었다. mRNA는 세포에 단백질 제조를 지시하는 유전 분자다. SARS-CoV-2, 즉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이므로 사힌 같은 연구자들은 mRNA에 바이러스 방어 항체를 생성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세포 기계를 제공한다는 아이디어에 주목했다.

mRNA 백신은 기존 백신에 비해 큰 장점이 있다. 바이러스의 유전 코드로부터 곧장 만들어지기 때문에 몇 달, 몇 년이 걸리는 기존 약물과 달리 몇 주 만에 개발되어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지금까지 아무도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mRNA 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는 바이오엔테크뿐만이 아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생명공학 업체 모더나 테라퓨틱스도 1월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미국 정부로부터 4억8300만 달러를 지원받고 인체 대상 대규모 mRNA 백신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모더나는 올해 말까지 매달 수백만 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양을 생산하고자 한다.

화이자는 이미 바이오엔테크와 가까운 관계였다. 2년 전 두 회사는 mRNA 독감 백신을 개발하는 4억2500만 달러 계약에 서명했다. 화이자는 매년 나타나는 새로운 독감에 대한 백신 개발 절차를 줄이는 방안으로 mRNA의 잠재력에 관심을 가졌다. 불라는 코로나19 잠재 백신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유연성과 속도에서 매력을 느꼈다.

3월 16일 불라는 화이자의 최고 임원들을 소집해 회사의 코로나19 대응에서 투자 대비 수익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불라는 “지금은 평시가 아닙니다”라며 “재정 수익은 그 어떠한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화이자는 이튿날 바이오엔테크와 의향서에 서명했다. 4월에 최종 확정된 이 계약서에는 상업화에 관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화이자는 막대한 제조 설비와 규제 및 연구 역량을 제공하고 바이오엔테크는 기초과학을 제공한다.

그와 동시에 불라는 이 프로젝트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올가을부터 배포가 가능해진다. 화이자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될 경우 바이오엔테크에 추가로 5억63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불라는 “화이자는 10억 달러 정도로 망하지 않는다. 게다가 난 이 돈을 잃을 생각도 없다. 이 제품이 반드시 사용되게 만들 것”이라며 “데이터를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만약 백신이 통하지 않으면 10억 달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화이자의 접근법에서 독특한 점은 네 가지 백신을 시험한다는 것이다. 모두 안전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계산된 mRNA 플랫폼이다. 복합 임상은 미국에서 360명, 독일에서 200명 자원자에게 네 가지 백신을 각각 다른 양으로 투여하여 진행된다. 향후 참가자 수를 8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 임상시험은 면역원성 데이터가 바이러스 보호에 충분한 정도로 항체를 생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빠르게 백신 시험을 중단하도록 설계됐다. 기업들은 즉석에서 조정을 가하고 있다. 바이오엔테크는 최근 백신 후보 가운데 하나가 투여량이 더 적은 수준이어야 안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기부터 난관에 직면한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가을까지 취약 계층 수백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의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화이자의 계획이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실에서 바이오엔테크와 감염성 질병에 대한 mRNA 백신을 공동 연구했던 드루 웨이스먼은 최근 포브스에 mRNA 백신이 감염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이자의 백신 연구 책임자인 얀센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7월 초 정도면 4가지 백신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유망한지, 엄청나게 앞당긴 자신들의 일정이 실현 가능한지 좀 더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더 진전된 시험에서는 한두 가지 망한 백신으로 후보군을 좁힐 것으로 보인다.

얀센은 “쉽지는 않다. 사실 지금까지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며 “이 팬데믹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전대미문의 대처가 필요하다. 불라는 이를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실행에 옮겼으며, 우리가 대담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먼저 지원하고 환경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앨버트 불라는 2019년 1월 화이자 CEO를 맡았을 때 CEO 회의실에서 커다란 갈색 테이블을 치워버리고 의자를 원형으로 배치했으며 벽에는 환자들의 사진을 걸었다. 열린 토론을 장려하고 사람들에게 제약업체의 진짜 목적을 떠올리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곧 다른 화이자 직원들도 책상에 자신이 알거나 사랑하는 환자들의 사진을 놓기 시작했다.

불라가 남다른 방식으로 기업의 정점에까지 오르게 된 여정은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에게해 연안의 북부 항구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시작됐다. 불라는 아버지와 삼촌이 주류 상점을 운영하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집안은 독일의 지배와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유대인 소수 집단의 일원이었다.

동물과 과학을 사랑했던 불라는 수의사가 됐다. 테살로니키에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대학에서는 기타 연주와 노래 솜씨로 유명했고, 여름에는 유럽 여행 가이드로 일했다. 1993년 화이자 그리스 사무소에 취직하여 동물 건강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로 승진을 거듭하면서 폴란드, 벨기에 등 5개 국가 8개 도시로 이주했다.

2014년 불라는 화이자의 맨해튼 42번가 본사에서 일하는 고위 임원이 되어 백신 및 암 부서를 이끌었다. 그곳에서 화이자는 이 꽉 막힌 대기업에 지중해식 활력을 불어넣었다. 불라가 주재하는 단체 회의는 시끌벅적했다. 평상시에는 조용한 복도에 회의 시간만 되면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불라는 각 부서에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었는지를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화이자의 CEO였던 스코틀랜드 출신 이언 리드는 상당히 저조하던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고 이유식, 동물 약품 등의 사업 부문을 처분했다. 이보다는 덜 눈에 띄었지만 리드는 화이자의 핵심 백신 사업에서 약물 파이프라인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연구진이 표적치료제, 특히 암 치료제를 개발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콜레스테롤 억제제 리피톨 같은 인기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기 시작한 데 따른 조치였다.

불라가 최고위직으로 오르기 직전에 하던 일은 화이자의 혁신 그룹 총괄이었다. 불라는 마치 생명공학 벤처캐피털 업체를 운영하듯이 이 직책에 접근했다. 암, 백신, 희소병 등 휘하 6개 사업 부문에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서로 경쟁하라고 주문했다. 불라는 “모든 직원에게 ‘나는 여러분의 상자이자 사모펀드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자금을 지원받을 것’이라고 했다”며 “화이자 정도 되는 규모의 기업에서 작은 생명공학 업체 같은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것이 늘 나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불라의 상사였던 리드는 “불라는 항상 긴박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 긴박감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자원 통제를 가능케 하고 있다”며 “불라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통솔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여러 사람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일을 해내게 만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연구 데이터를 경쟁 제약사와 공유

불라의 긴박감은 2월 그가 코로나19는 단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다음 주 월요일 아침 통화에서 불라는 화이자의 고위 임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쏟아냈다. 과학 부문 임원들에게는 회사 연구소를 개방하도록 주문하고, 화이자가 팬데믹의 의료적 해법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라는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고 말했다. 제조 그룹에는 심장병 치료제부터 기회 감염성 박테리아 치료제까지 팬데믹 때 수요가 높아질 화이자의 약물 목록을 만들고 이 약물들의 제조가 병목현상에 빠지지 않게 하라고 당부했다. 그런 다음 이사회에 자신이 코로나19에 맞서 회사 방침을 전면 바꿀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런 조치를 취하던 어느 날 미국 식품의약국 출신인 스콧 고틀립 화이자 이사가 맨해튼 본사를 떠났고, 몇 시간 만에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캘리포니아에서 미국 내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고틀립은 트위터에 글을 게시했다. ‘모두의 희생이 요구되는 긴 싸움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이다. 여기에 화이자에서 불라가 취했던 사전 조치 덕분에 고틀립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알릴 수 있었다.

고틀립은 “불라는 매출에 신경 쓰지 않고 화이자의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일찌감치 설명했다”며 “백신을 개발하면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을 수 있다. 지금은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기업은 제조를 확대하고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 소규모 제품 개발사들은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3월 중순 불라는 자사의 코로나19 연구 데이터를 경쟁 제약사와 공유한다는 화이자의 계획을 공식 천명하기로 결정했다. 남는 제조 설비는 물론 자사 제품의 생산 일정을 바꿔서까지 추가 제조 설비를 동원해서 경쟁사의 코로나19 치료제도 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불라는 “옛말에 ‘네가 바라는 것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때 이후로 화이자는 340개 업체의 연락을 받았다. 이미 일부 기업에는 기술 지원을 제공했으며 대규모 제조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인 곳도 있다. 자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과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불라는 “내년 가을에는 제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는 “저도 사회의 일원입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라고 말했다.

4월 말 화이자 이사회의 화상회의에서 불라는 만약 복수의 백신 제조업체가 성공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된다면 가장 좋을 거’라고 답했다. 막대한 양의 백신을 빠르게 제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백신이라는 성배를 넘어 치료법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화이자의 분자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하던 연구자들은 바이러스를 공격하여 분열을 멈추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항바이러스제 화합물 몇 가지에 관심을 보였다. 화이자가 1월 코로나바이러스의 DNA 시퀀싱을 마친 이후 연구자들은 어느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지 파악했다.

그러나 선택된 화합물로 임상 전 작업을 실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화이자는 적절한 효력 검정을 할 수 있는 연구실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10년 전에 항바이러스제 연구를 축소하는 바람에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취급하기에 적합한 생물안전연구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불라는 연구소가 없어서 임상시험 절차가 지연될 것을 우려했지만 한 정부 의료기관이 화이자에 네덜란드의 괜찮은 연구소 하나를 소개해줬다.

불라는 “좋은 소식을 듣고 세 시간 뒤에 나쁜 소식이 들려와서 기분을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화이자의 연구로 SARS-CoV-2의 항바이러스성 활동을 드러낼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 하나가 드러났다. 본래 중증급성호흡증후군(SARS) 치료를 위해 개발된 것이었다. 이제 화이자는 이 항바이러스제를 정맥 주사하는 인체 임상시험을 올여름에 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관심을 모으는 또 다른 화이자 약물은 1년에 22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관절 류머티즘 치료제 젤잔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일부 환자를 압도하는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화이자는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젤잔즈 임상시험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다른 관절염 치료제 하나에 대한 임상시험을 지원한다. 바이러스에 맞서 IRAK-4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는 시험 약물이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불라는 화이자의 나머지 부분도 당연히 이끌어야 한다. 최근 불라는 아직 하나도 문을 닫지 않은 화이자의 공장 가운데 한 곳을 상징적으로 방문하려고 계획했으나, 일정을 잡던 중에 필수 인력이 아니므로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공장 측의 답변을 받았다.

불라는 “내가 이런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그렇더라도 이 모든 걸 감내하고 어려운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NATHAN VARD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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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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