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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9) 시애틀에서 찾은 아마존의 미래 

 


▎마운틴 레이니어의 여름. 아래는 푸른 숲이 울창하고 산 정상에는 만년설과 이름난 빙하들이 눈부신 빛을 발한다. 마침 비상하는 독수리가 신비로움을 더한다.
“와우, 정말 멋진 장관이다! 앞으로 크나큰 행운이 찾아올 것만 같다!” 1970년대 후반 출장을 위해 오른 비행기가 미국 시애틀 공항에 막 착륙하고 있었다. 당시 비행기 창문에 비친 마운틴 레이니어(Mount Rainier)의 모습을 처음 보며 느낀 감정이다. 지상에 우뚝 솟아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풍광은 너무도 신비로웠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시애틀을 방문했지만 처음 느꼈던 감동은 아름다운 도시 시애틀의 이미지를 매번 가슴속에 선물했다.

평생 출장을 다니며 세계 여러 도시를 수없이 방문했지만 시애틀 방문의 첫 느낌보다 더 좋았던 곳은 없다. 이제껏 느낄 수 있었던 최고의 감동이 내겐 시애틀이다. 최근 시애틀을 찾았을 때는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스마트폰으로 창밖에 펼쳐진 마운틴 레이니어의 멋진 풍광을 촬영했다. 가끔 이 영상을 돌려 보면 여전히 이름 모를 행운이 찾아올 듯한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2년 전 여름, 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산을 직접 보고 싶어서 마운틴 레이니어 국립공원(Mount Rainier National Park)을 찾았다. 공원 안에 들어서니 한여름 울창한 산림이 펼쳐졌다. 숲 사이를 통과해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Paradise Visitor Center)까지 차량으로 이동했다. 하늘에서 보았던 신비로운 산을 바로 눈앞에서 보니 그 풍광이 더욱 아름답고 황홀했다. 발아래에는 푸른 숲이, 머리 위에는 해발 4400m에 이르는 산 정상에 만년설과 이름난 빙하들이 하얀 빛을 발했다. 파라다이스 트레일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와 대화하며 속으로 읊조려보았다. “행운의 여신이 둘러싼 듯한 행복함이 온몸을 감싼다. 다음에 다시 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리라.”

얼마 전에는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밤늦도록 오래된 영화인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을 보았다.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물로 1993년 작품이다. 영화는 시카고에서 시작해 시애틀과 뉴욕으로 이어지며 운명적인 사랑의 기적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그려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옛 기억이 떠오르면서 최근 방문했던 시애틀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었다. 주인공이 아들과 함께 방문했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을 찾았고, 친구와 식사를 하던 아테니안 시푸드 레스토랑(Athenian Seafood Restaurant & Bar)에 일부러 들러 식당 안에 걸려 있는 영화 포스터도 보았다. 주인공이 앉아 식사했던 자리에 붙여 놓은 “톰 행크스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앉았던 자리입니다(TOM HANKS SAT HERE: Sleepless in Seattle)”라는 플라스틱 사인을 인증샷으로 찍고 식사도 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든 시애틀


▎아마존의 혁신적인 업무공간인 더 스피어스(The Spheres)의 새 둥지 모양 회의 장소.
우연인지 모르지만 세계 정상의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글로벌 본부를 시애틀에 두고 있는 곳이 많다. 미국에서 기업 시장가치(Market Value, 2020년 3월 31일 현재) 1등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온라인 비즈니스로 선풍을 일으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장가치 부문 선두를 다투며 온라인 소매 상거래를 지배하고 있는 아마존(Amazon), 또 커피 사업의 정상인 스타벅스(Starbucks)의 본부가 모두 시애틀에 있다. 아울러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Boeing)과 수많은 특허를 보유한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도 시애틀에 있다.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시애틀에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10여 년 넘게 함께 경영과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동료 경영자들과 앞서 소개한 5개 기업의 글로벌 본부를 직접 방문했다. 사전에 각 기업에 연락해 미팅을 주선했고, 미팅 시에는 각 사 임원들이 회사의 경영 철학과 전략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이어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몇몇 주요 시설을 돌아보며 그들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하는 시간도 가졌다.

미국 500대 기업 중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아마존이 2위, 마이크로소프트가 21위, 보잉이 40위, 스타벅스가 114위다. 시장가치 부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위, 아마존은 3위, 보잉이 58위, 스타벅스가 64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마존을 중점적으로 다룬 언론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시애틀을 상징하는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타워와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유리작품이 멋지게 어울린다.
“아마존은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현상)을 위해 설립되었다”라는 제목 아래 “데이터 기반의 거인이며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경영하는 미국의 2대 기업인 아마존은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에 적응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움직여왔다. 아마존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각종 데이터를 도표로 나타내 상세히 설명했다.

1994년 7월에 창립한 아마존은 1995년 아마존닷컴이라는 회사명으로 인터넷 서점을 시작한 이후 초고속으로 성장해 25년 만인 2020년 현재 미국의 대기업 중 매출액 순위 2위에 올라 있다. 2019년에는 연간 이익이 116억 달러에 달했고, 시장가치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촉발된 온라인 쇼핑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올 들어 최전선 근로자를 17만5000명이나 추가 채용했다는 사실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아마존의 철학과 전략에 관해서 시애틀 본사를 방문해 여러 관점에서 토의했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아마존 본사 로비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첫째, 기업 경영의 근본인 사업 목적이나 기업의 존재 가치, 즉 아마존의 ‘미션’이 제일 먼저 마음에 와닿았다. 심플하게 표현한 하나의 문장이자 매우 강력한 메시지다. “지구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는 것(To be Earth’s most customer-centric company).” 아마존의 존재가치, 즉 고객을 향한 절대적 철학의 실행이 아마존을 25년 만에 미국 최대 기업의 위치까지 올려놓은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객에 관련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누가 당신의 고객인가? 고객의 전후 사정과 욕구에 관하여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마존은 고객에 대한 문화를 “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대하는가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변화하게 해줍니다”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혁신 문화다. 플랫폼 혁신 부서의 책임자인 어브 크리스티(Irv Christy, Head of Platform Innovation)는 “아마존의 혁신 문화(Amazon’s Culture of Innovation)는 모든 사람이 혁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강력한 혁신 의지를 밝혔다. 그는 창업자 겸 CEO인 제프 베이조스의 활짝 웃는 얼굴 사진과 더불어 몇 가지 기억에 남을 만한 메시지를 포스터로 만들어서 설명했다. “발명은 다양한 형태와 여러 가지 규모로 구현됩니다. 가장 급진적이고 완전히 탈바꿈하게 하는 발명은 종종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꿈을 추구하기 위하여 그들의 창의성이 촉발되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 창업자 겸 CEO 제프 베이조스.”

세 번째로 특이한 사항은 아마존의 ‘성장 바퀴(Amazon’s Growth Flywheel)’다. 가치, 선택, 편리함이라는 3가지 주제하에 저비용 구조, 저렴한 가격, 고객 경험, 소통량, 판매자, 선택 등이 회전하며 성장하는 바퀴 개념이 매우 특이했다.

네 번째로 제프 베이조스는 특유의 웃는 얼굴 포스터에서 아마존의 성공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아마존에서 20년 이상 고집해온 세 가지 큰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우리가 성공한 이유입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고, 발명하고, 인내하는 것입니다.”

“가장 급진적이고 완전히 탈바꿈하는 혁신”


▎시애틀 외곽의 더골프클럽 앳 뉴캐슬에서 해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스코틀랜드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장면.
아마존에 관해 새로운 감동을 두 가지 더 소개한다. ‘더 스피어스(The Spheres)’와 ‘아마존 고(amazon go)’ 방문이다. 이곳에서 아마존의 혁신과 발명에 관한 증표를 경험할 수 있었다. 2018년 1월, 아마존이 시애틀 본사 바로 옆에 지은 더 스피어스는 이제 시애틀뿐만 아니라 미국의 명소가 됐다. 도심 속 열대우림이 있는 사무 공간이자 직원들의 독특한 협업 장소인 더 스피어스는 거대한 유리돔 3개가 연결된 형태이다. 돔 내부에는 50개국에서 공수한 400여 종의 식물을 무려 4만 점이나 심었다. 커다란 새 둥지 같은 회의 공간, 열대어 수조 등이 있어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혁신적인 공간에서 창의적 혁신과 발명이 실현되고 있었다.

더 스피어스 옆 건물 1층에 문을 연 아마존 고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소형 마트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입장하면 필요한 물건을 쇼핑한 후에 계산대 앞에 줄을 설 필요가 없다. 당연히 계산도 안 한다. 원하는 물건을 집어든 후 상점을 나서면 자동적으로 모든 계산이 정리된다. 모든 과정을 무인으로 그리고 자동으로 처리하기 위해 천장 등 필요한 장소에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했다. 더 스피어스와 아마존 고는제프 베이조스가 강조한 “가장 급진적이고 완전히 탈바꿈하는” 혁신적 발명의 결과물이다.


▎아마존 더 스피어스 유리 돔의 멋진 장관.
인류가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아마존의 탄생과 성장은 행운을 불러주는 신비로운 마운틴 레이니어의 기운 덕분이 아닐까? 시애틀의 또 다른 대표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타벅스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이어가기로 하자.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009호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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