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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엑소르 그룹의 승계 비결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와 페라리, 축구단 유벤투스,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 등이 모두 한 그룹사 소속이다. 바로 이탈리아 엑소르 그룹이다. 유럽에서 120년 넘게 가업을 승계해오며, 이탈리아 증시의 주축으로 거대 그룹을 성장시켜왔다.

이탈리아 최대 대기업 그룹인 엑소르(Exor)는 1899년에 조반니 아넬리(Giovanni Agnelli, 1866~1945)가 설립한 피아트(Fiat) 자동차회사에서 출발해서 현재 5대에 걸쳐 아넬리 가문 후손들이 기업승계를 하면서 120년 넘게 성장해왔다. 현재 엑소르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iat Chrysler Automobiles: FCA), 페라리(Ferrari), 명문 축구단 유벤투스(Juventus F.C.), 금융회사 ‘PartnerRe’,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그룹(Economist Group), 네덜란드 자본 장비재 기업인 ‘CNH Industrial’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주회사 엑소르는 이탈리아 증시에 상장되어 있으며, 본사는 암스테르담에 있다. 2019년 말 기준 엑소르 그룹의 매출액은 1438억 달러(약 170조5000억원)이며, 종업원은 26만9000명에 이른다. 2009년에서 2019년까지 10년 동안 MSCI지수 수익률이 225%인데, 엑소르 주식 수익률은 837%로 시장평균에 비해서 3.72배나 높은 성과를 보였다.

엑소르 그룹은 피아트로 출발해서 이미 1920년대부터 여러 분야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해왔다. 1923년에 유명 축구단 유벤투스를 인수했고,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La Stampa도 인수했다. 식품, 소비재, 금융 등 다각화된 사업 분야를 거느리고 있던 조반니는 수많은 자회사를 관리할 지주회사 ‘IFI’를 1927년에 설립했다. 100여 년 전에 설립된 아넬리 가문의 그룹 지주회사였던 IFI는 1968년 이탈리아 증시에 상장했고, 지금의 ‘엑소르(Exor)’로 이어졌다.

엑소르 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 엑소르의 주주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엑소르의 최대주주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조반니 아넬리 주식회사(Giovanni Agnelli B.V.)’로 2020년 8월 현재 엑소르 지분 52.99%를 보유하고 있다. 조반니 아넬리 주식회사는 아넬리 가문 후손 100여 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엑소르 그룹의 지주회사 엑소르와 동 회사의 최대주주인 조반니 아넬리 주식회사 모두 이탈리아를 떠나 네덜란드로 법인 등록지를 옮겼는데 절세 목적에 따른 것이다.

아넬리 가문의 세대별 승계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창업주 조반니 아넬리 1세가 피아트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최대 기업집단을 일군다. 2세대 에도아르도 1세(Edoardo, 1892~1935)는 슬하에 3남 4녀를 두었는데, 1935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에도아르도 1세의 장남인 3세대 조반니 2세(1921~2003)는 1945년 할아버지 조반니 1세가 사망하자 제1대 상속자가 되어 3세대로서 할아버지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는 1945년부터 1966년까지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향락 생활을 했으나, 1966년 자동차 사고 이후 마음을 잡고 1966년부터 2003년까지 37년 동안 피아트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오늘날의 엑소르 그룹 기틀을 마련했다. 조반니 2세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그의 아들인 4세대 에도아르도는 기업 경영에 전혀 관심이 없이 마약 등을 탐닉하다 2000년 사망했고, 조반니의 외동딸인 마르게리타(Margherita, 1955~)와 그녀의 자녀들이 조반니 2세의 지분을 상속했다. 4세대 마르게리타는 알랭 엘칸(Alain Elkann)과 결혼하여 2남 1녀를 두었고, 이 세 자녀가 5세대로서 그룹의 주요 상속자가 됐다.


특히, 마르게리타의 장남인 5세대 존 엘칸(John Elkann, 1976~)은 그룹의 가부장이었던 3세대 조반니로부터 그룹의 대표 상속자로 지명되어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다. 엑소르 그룹의 승계는 3세대 조반니 2세 회장이 그룹의 경영과 승계를 위해서 1987년 설립한 가문 회사 ‘GAC(Giovanni Agnelli e C.S.a.p.az)’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이 GAC가 조반니 아넬리 주식회사의 전신이다.

GAC는 처음에는 합자회사 형태로 설립됐으며, ‘Agnelli 가문평의회(The Agnelli Family Council)’라고 불리기도 했다. GAC 지분 중 30%는 조반니 회장이 보유했으며, 나머지 70%는 가문의 다른 후손 100여 명이 분산하여 보유했다. 후손들은 크게 아넬리(Agnelli) 지파와 나시(Nasi) 지파로 나뉘는데, 나시 지파는 창업주 조반니의 딸인 아니세타(Aniceta)의 후손들로, 그녀는 카를로스 나시(Carlos Nasi)와 결혼하여 5명의 자녀를 두었고, 이들의 후손들이 상당한 지분을 상속받았다.

아넬리 가문은 가족 구성원 중심의 폐쇄적 회사구조인 합자회사 형태의 가족지분관리회사를 만들어 그룹의 지주회사인 엑소르 지분 52.99%를 확보함으로써 경영권 안정과 원활한 승계를 이루고 있다. 특히, 2016년 11월 24일 주주총회에서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주식을 5년 동안 매각하지 않고 보유할 경우 해당 주식에 대해서 추가로 4개 의결권을 부여하여 1주당 총 5개의 차등의결권을 제공하며, 10년 동안 연속 보유 시 추가로 9개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1주당 총 10개의 차등의결권이 보장되는 방식이다. 이 차등의결권을 통해 엑소르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202009호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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