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물체가 아니라 사람을 본 천재들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집은 외관상으로 멋있어 보이기보단 실제로 그곳에 사는 사람이 편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르코르뷔지에의 신념은 당시 보수적인 건축가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그는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고 혁신적이면서 합리적인 설계와 시대를 앞서나가는 이론으로 건축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 됐다.

르코르뷔지에 이전에 사람을 중심에 놓고 고민한 건축물은 또 있다. 바로 에펠탑이다.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에펠탑을 보면 파리의 고풍스러운 풍경 속에서 왜 미학적으로도 뛰어나지 않은 철골 구조물을 도시 중앙에 세웠는지 한 번쯤은 의아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

에펠탑은 프랑스혁명 100돌을 기념해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EXPO)’ 때 세워졌는데 에펠탑이 철골 구조물로 만들어진 것은 철로 대표되는 산업사회가 찾아왔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에펠탑의 높이는 약 300m로, 1930년 크라이슬러 빌딩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므로 프랑스의 자부심은 대단할 만했다. 지금은 파리의 상징으로 여겨질 만큼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건축물이지만, 에펠탑이 세워질 당시만 해도 철골 구조의 고층 타워는 흉물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수많은 반대에 직면하기도 했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의 골격을 설계하기도 한 프랑스의 위대한 건축가이자 구조 전문가인 구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 1832~1923)은 시민들의 반감과 불안감이 너무 심하자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 결과 실제 타워에 써야 할 철강 소재를 3배나 더 늘리고, 하단 디자인을 아치형으로 만들었다. 철재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쓴 이유는 탑이 앙상해 보이면 사람들이 구조물을 더 어렵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배려였다. 자유자재로 휘는 철골 구조에서는 구태여 아치형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지만 구스타브 에펠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아치 디자인을 적용해 거부감을 줄이고자 했다. 사람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새로운 철골 구조물을 계획할 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람이었다. 만약 구스타브 에펠이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건축 구조물로서 웅장하고 상징적이기만 한 에펠탑을 디자인했다면 지금의 에펠탑과는 전혀 다른 구조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공간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현대인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와 관점으로 공간을 재발견해야 하며 누가 그 공간을 사용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사람을 제외한 채, 단순히 아름답기만 하거나 기능만 살아 있는 공간은 이제 의미가 없다. 인간의 욕구를 이해하고, 인간의 행동을 상상하고, 그 행동이 빚어낼 것을 생각하다 보면 특별한 공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 손창현 OTD 코퍼레이션 대표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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