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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분야의 딥테크 강자들]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 이선영 이사 

세계 최초 자율주행 SW 양산 프로젝트 성공 

2017년 인텔이 18조원 가까운 돈을 주고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사 모빌아이를 샀다. 모빌아이는 관련 시장의 90%를 차지하며 독주했다. 여기에 한국의 스트라드비젼이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양산 프로젝트에 성공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준환(왼쪽) 스트라드비젼 대표는 2012년 인텔에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업체 올라웍스를 매각한 연쇄 창업가다. 이선영 이사는 김 대표와 서울과학고 선후배 사이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 사진:스트라드비젼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양산 프로젝트에 성공한 업체가 있다. 한국의 스트라드비젼이다. 이 회사는 카메라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SV넷 익스터널’과 ‘SV넷툴즈’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유럽(Automotive SPICE CL2)과 중국(Guobiao, GB) 인증을 획득했고, 양산 프로젝트에 성공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 중이다. 중국 창안자동차 SUV인 ‘CS75 플러스’ 모델엔 SV넷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양산 프로젝트가 됐다. 현재까지 약 900만 대(2020년 9월 20일까지 수주 기준) 차량에 SV넷이 탑재됐다.

글로벌 자동차·반도체 회사는 파트너사이자 주요 고객이 됐다. 지난 9월 16일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김준환(45) 스트라드비젼 대표는 “2018년 12월 국내 자동차 1차 벤더에 처음으로 양산 프로젝트를 납품했고, 중국에선 SV넷을 탑재한 차량 수백만 대가 도로를 누비고 있다”며 “일본 토요타 자회사인 아이신 그룹, 독일 자동차 브랜드 1차 협력업체와도 양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독일 뮌헨에 사무소를 설치해 수주에 발 벗고 나섰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동차용 반도체 칩 강자인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일본의 르네사스(Renesas), 미국 엔비디아, NXP, 소시오넥스트, 자일링스 등과 공동으로 칩셋을 개발하고 있다.

2014년 창업한 스트라드비젼은 불과 3년 만에 글로벌 제조사들이 주목하는 회사로 떠올랐다. 양산 프로젝트에 성공하기까지 현대자동차와 팁스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다. 이선영(42) 스트라드비젼 이사는 “2017년 3월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돼 현대자동차로부터 창업보육을 받았다”며 “현대자동차 측에서 자동차 제어, 자동차 내 데이터 흐름, 제품검증 절차 등을 도와줘 1년도 안 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루키였지만, 저력이 있었다. 김 대표는 류중희 퓨쳐플레이 대표와 함께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올라웍스를 공동 창업했다. 기술 창업 자체가 드물었던 2006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올린 사진의 얼굴을 자동 인식해 분류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2012년 인텔의 눈에 들어 350억원에 인수돼 글로벌 기업에 인수된 최초의 한국 스타트업으로 남았다. 우리가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쉽게 얼굴을 인식해 찍거나 사진을 분류할 수 있는 건 올라웍스 기술 덕분이다. 이때 개발했던 딥러닝 기술은 자율주행차가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의 기초가 됐다. 최초의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이었던 셈이다.

이런 배경 덕분에 업계가 스트라드비젼에 거는 기대는 컸다. 2016년 사업 개발 초기부터 현대자동차가 나서줬다. 팁스가 6억9000만원을 투자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LG전자가 총 138억원을 투자해줬다. 지난해 12월엔 포스코기술투자를 필두로 한 IDG캐피탈, IBK기업은행,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LSS 프라이빗에쿼티, 미래에셋벤처투자, 네오플럭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도 316억원을 모아 투자했다. 이로써 스트라드비젼의 누적 투자 금액은 472억원에 달한다. 양산 프로젝트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매출 약 6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 1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기업공개(IPO) 얘기까지 돈다. 스트라드비젼이 자율주행 분야를 연구하는 한국 스타트업 중 최초로 2021년 IPO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스트라드비젼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엔 이 이사도 함께했다. 그는 김 대표와 서울과학고 선후배 사이로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펜실베이니아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네이버랩스 프로덕트 오너로 일했던 사업 기획 전문가다. 현재는 글로벌 사업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SV넷이 도로 위 차량, 차선, 신호등·표지판 등을 감지하고 판별하는 모습. / 사진:스트라드비젼
기업공개(IPO) 얘기가 돈다.

이선영 스트라드비젼 이사(이하 이 이사): 알고 있다. 항상 자금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금융업계 관계자를 꾸준히 만나다 보니 IPO 얘기가 나온 것 같다. 우리가 최우선 목표로 두는 건 기술 사업화와 양산 계약 수주다. 물론 스트라디비젼이 처음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양산 프로젝트에 성공하니, 금융업계에서 기대감이 커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투자금만 벌써 470억원이 넘었다. 자율주행 업계에선 최대다.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이하 김 대표): 수출 성과를 높이 평가해줬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선 루키지만, 올라웍스와 인텔 출신의 엔지니어가 포진한 점, 창업 후 해외 기업에 엑시트한 경험 등이 대규모 투자 결정으로 이어진 것 같다. 창업 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해외시장 문부터 두드렸다. 연구개발 협력으로 시작해 공급 계약까지 체결하는 일은 재창업만큼이나 힘들었다. 물론 그 덕분에 이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스트라드비젼을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매출도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다.

SV넷은 정확히 어떻게 자율주행을 구현하나.

이 이사: SV넷은 눈에서 시신경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카메라란 하드웨어가 수집한 영상, 이미지를 분석해 사물 인식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이 활용하는 식이다. SV넷은 다른 차량과의 거리, 차선과 도로표지판, 건물과 신호등 상황, 사람과 동물 등을 식별해서 자율주행을 돕는다. 인공지능은 학습 자체를 한다는 거지 애초부터 똑똑한 건 아니다. 여기에 수백만 개 이미지와 비디오 데이터에서 사람과 물체를 구분해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과 카테고리에 맞는 박스를 그려주는 ‘자동 라벨링 시스템(Auto Labeling Tool)’을 개발해 더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그대로 식별할 수 있고 전방충돌 경고, 측면충돌 경고, 사각지대 감지, 주행가능공간 감지, 서라운드 뷰(SVM), 자동 발레파킹 등이 더 정밀해진다.

SV넷이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뒤 시장 반응은 어땠나.

김 대표: 해외 기업들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2017년 3월 인텔이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사인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약 17조8000원)에 인수한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관련 업계 사람들은 스트라드비젼 사업을 빨리 이해했고, 고민도 토로했다. 전 세계 자동차 카메라 센서 시장의 90%(전 세계 13개 자동차 제조사)는 모빌아이 제품인데, 가격이 비싸고 사양은 높아 자동차 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었다. 그래서 우린 ‘완전 맞춤형’을 제안했다. 고객사가 기존에 발주한 카메라와 칩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내장 ADAS를 개발하는 초기부터 소프트웨어를 제작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특히 반도체 회사들이 적극적이다. 2017년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는 세계 최초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탑재한 차량 칩셋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회사는 CES 2018에서 자사 부스 안에 스트라드비젼 자리를 두고 미디어 파트너로 나서주기까지 했다.

처음부터 자동차 제조업과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건가.

김 대표: 그건 아니었다. 처음엔 올라웍스의 성공 경험이 있어 스마트고글 등 VR 산업에 진출하고자 했다. 실제 구글 글라스에 탑재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글로벌 박람회에 출품했는데 자동차와 반도체 회사들이 자꾸 찾아와서 ADAS와 연동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딥러닝 기술로 영상 분석하는 장면이 이들에겐 무척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우린 유연했고, 곧바로 개발에 착수했다. 성능 테스트부터 정부기관 인증까지 3년을 매달린 끝에 자동차용 반도체에 소프트웨어를 올릴 수 있었다. 양산 프로젝트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SW 양산 프로젝트였다.

이 이사: 소프트웨어 공급으론 그렇다. 특히 우리는 ‘기존 자동차 하드웨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집중했다. 자동차 회사는 하드웨어 사양을 낮추고 싶어 하고, 모빌아이 같은 시스템 회사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싶어 했다. 결국 ‘비용’이 문제다. 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될수록 하드웨어 성능도 좋아지고 전력 소모도 커지기 마련이다. 자동차 회사는 전력 배분 설계를 다시 해야 하기에 생각보다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제조사는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기존 하드웨어에 맞추든지, 아니면 개발단계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묶어 같이 진행하든지.

양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이 이사: 말로 다 못 한다.(웃음) 우리가 양산 프로젝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수많은 스타트업이 물었던 질문이다. 제조사를 만나 양산에 이르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선행 연구개발팀을 만나고, 양산팀을 거쳐 구매팀, 품질팀, 마케팅 부서를 거치는 식이다. 어느 제조사든 개발팀은 우리를 열렬히 환영해준다. 하지만 양산팀을 만나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술적인 문제를 쏟아낸다. 밤새워 문제를 해결한 후 구매팀을 만나면 단가 협상 분위기는 더욱 냉혹해진다. 마지막으로 품질부서와 맞닥뜨리면 정신력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웃음) 자동차 산업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그만큼 크고 남다른 책임감을 가진 전문가들이 포진한 곳이란 걸 깨닫게 됐다.

독일, 중국, 한국 제조사들 분위기는 사뭇 다를 것 같다.

이 이사: 아주 다르다. 독일 제조사의 경우 절차와 규정이 상당히 까다롭고, 목표치가 높다. 하지만 막상 실험에 들어가면 오류가 나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세계 최초’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다만, 테스트까지 가는 절차는 정말 까다롭다. 중국 제조사는 비용에 상당히 민감하다. 칩 사양을 굉장히 낮게 잡기에 소프트웨어 최적화 수준이 높아야 한다. 과정보단 결과를 중시하기도 하는데 결과치가 예상과 다르면 책임을 정확히 따져 묻는다. 국내 업체는 한 식구(?) 같다. 마치 공동 미션을 향해 뛰듯 파트너십 관계로 너나없이 기술 구현에 노력한다. 물론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현대차의 요구 기준은 그 어떤 나라 제조사보다 까다롭고 정교하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나.

김 대표: 자동차 관련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우리처럼 ‘딥러닝’ 알고리즘과 영상분석 기술을 비슷하게 구현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다섯 군데도 안 된다. 일례로 SV넷은 전 세계 최초로 유럽 A-SPICE 레벨 2 인증을 획득했다. 신기술이 글로벌 인증을 받으려면 곱절은 힘들다. 현재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와 1차 협력사에 소프트웨어를 납품 중이고, 미국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일본 르네사스 같은 글로벌 ‘톱티어(Top-tier, 초일류)’급 반도체 업체와 계속해서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미국에 관련 특허만 113개를 확보했고, 55개 특허도 출원 중이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김 대표: 크게 두 가지다. 투자금으로 엔지니어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300억원을 투자받고 엔지니어만 30명을 충원했다. 레벨 4급(완전자율주행, 차량과 사물 간 통신 ‘V2X’ 기반) 자율주행 시장에 대응하려면 선행 개발이 필수다. 다음은 양산 프로젝트 수주다. 코로나19 사태로 계약 시점이 조금 미뤄지긴 했으나 내년까지 마무리될 수주건이 꽤 있다. 중국, 독일까지 레벨 2(부분자율주행) ADAS부터 레벨 4 자율주행 차량에 순수 국내 기술인 SV넷이 입지를 확실히 굳히는 것이 목표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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