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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분야의 딥테크 강자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 

레이더 전문가의 꿈 

손바닥만 한 ‘트래픽 레이더’로 올해 미국 CES에서 혁신상을 거머쥔 신생 스타트업이 있다. 말이 신생이지 자동차 부품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레이더만 연구한 베테랑들이 거둔 쾌거였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는 2014년 만도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초고주파 77㎓ 차량용 레이더’를 개발한 주역이다. 비트센싱 ‘트래픽 레이더’엔 10년간 갈고닦은 레이더 기술이 담겨 있다.
CES 2020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제품에 이목이 쏠렸다. 2018년 1월에 창업한 3년 차 ‘루키’ 비트센싱이 레이더에 카메라를 붙여 만든 자율주행 차량용 ‘24㎓(기가헤르츠) 트래픽 레이더’가 혁신상을 받은 것이다. CES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다.

국내에선 각종 상을 휩쓸면서 벌써 입소문이 난 상태였다. 지난해 9월 한독상공회의소가 주관한 KGCCI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비즈니스 혁신’ 부문을 수상했고, 지난 11월에는 국내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2019’에서 팁스 창업팀 중 최고의 팀으로 선발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제품도 국가기관의 성능 실험에서 우수함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주관하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성능 평가에서 전 부문 최상급을 받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측은 “비접촉식 레이더의 차량검지장치에서 정확도 98%란 수치가 나온 건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풀 HD 카메라를 내장해 4차로에 다니는 차량의 수·속도·사고 상황 등 교통정보를 정밀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배경이다. 올해 6월 비트센싱의 ‘프리 시리즈A’ 투자 유치에 만도를 비롯해 LB인베스트먼트, 한세실업㈜, SB파트너스 등이 참여해 70억원을 투자했다.

시대를 잘 만난 벼락출세는 아니다. 이재은(38) 비트센싱 대표는 포스텍에서 전자전기공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2008년 병역특례로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에 입사했다. 당시 첨단운전자지원 시스템(ADAS)이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핫’하게 뜰 때였다. 회사도 레이더 센서를 개발하자고 신사업팀을 꾸렸고, 신호처리를 전공한 이 대표도 개발팀 셋 중 한 명으로 합류했다. 2014년 만도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차량 전방 충돌 방지 레이더 센서인 ‘초고주파 77㎓ 차량용 레이더’가 바로 그의 연구 결과다. ‘트래픽 레이더’는 만도에서 2017년 팀 리더까지 맡으며 장장 10년간 갈고닦은 레이더 기술이 고스란히 담긴 제품인 셈이다.

지난 9월 11일 경기 성남시 경기기업성장센터에서 만난 이 대표는 “트래픽 레이더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신호등에 붙여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추적하고 악천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며 “더 나아가 자동차, 신호등, 도로, 사람 등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만도, 국내 최초 ‘차량용 레이더’ 개발 주역


▎비트센싱은 올해 안에 고해상도 4차원(4D) 이미징 레이더인 ‘AIR 4D’ 시제품을 만들어 CES 2021에 선보일 계획이다.
보통 자율주행 하면 라이다(LiDAR)를 떠올린다.

라이다 센서도 레이더와 닮았다. 특정 신호를 보내고, 반사되는 신호를 다시 받아 전방 물체를 식별한다는 점에선 방식은 같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레이더는 전파를 기반으로 한다는 데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실제 자율주행 업계에서 라이다 센서를 개발하는 업체가 가장 투자를 많이 받는다. 레이저를 쏘기에 고해상도의 3차원 공간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오차범위도 ㎝ 단위에 불과해 정확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레이더 기술을 택했나.

레이더와 카메라를 잘 알기 때문이다. 라이더 기술이 고도화되면 좋긴 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레이더와 카메라를 활용하는 게 훨씬 실용적이다. 하지만 두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가격도 레이더는 라이다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하다. 라이다의 경우 비나 눈이 오고 안개 끼는 악천후에선 식별이 어렵다. 결국 보조 눈으로 레이더 센서를 추가로 장착한다. 라이더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악천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이미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탑재한 기능인 차간 간격 유지, 차선 유지, 스마트 크루즈 등 ADAS가 보통 레이더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레이더만으론 사물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없고, 가까이 있는 사물은 한 덩어리로 인식하기에 카메라를 붙여 ADAS를 구현한다. 당장 제조사 차량에 적용하기엔 우리 제품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트래픽 레이더’는 레이더 약점을 보완했나.

그렇다. 레이더에 카메라를 붙여 정확도를 높였다. 보통은 차량에 카메라와 레이더를 따로 장착해 ADAS를 구현하고자 하지만, 우린 애초에 일체형 제품으로 만들었다. 레이더가 라이더보다 싸고, 악천후에도 전혀 문제가 없어 움직이는 차량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레이더는 군사용으로 개발된 고급 기술이다. 하지만 민간 차량용으로 개량되면서 싸고 작게 만들면서 전방 물체 감지 정도로만 기능을 줄였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주요국이 주도하는 군사기술이 탑재된 레이더 가격이 얼만지 아는가. 수조원을 준다 해도 타국에 넘기지 않는 기술이다. 만약 한국에서 비트센싱이 대기업에서 쌓은 개발 경험 없이 개념만 가지고 달려들었다면 ‘트래픽 레이더’는 탄생하지 못했을 거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도 레이더 센서를 개발하지 않았나.

만도 레이더팀 작품이다.(웃음) 2014년 국내 최초로 만도가 ‘초고주파 77㎓ 차량용 레이더’를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08년 석사 졸업 후 병역특례로 만도에 들어와 6년 동안 연구·개발한 결과였다. 지금도 한국에선 만도만 성공했고, 기술 수준은 세계 톱 5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연구개발 초기엔 회사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박사까지 보내줄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필요한 레이더 전문가가 있다고 하면 채용도 해줬다. 국내에서 차량용 레이더 제품을 연구개발부터 양산까지 경험해본 사람은 저와 개발팀 멤버 중 한 명, 그렇게 딱 둘뿐이다.

경쟁자는 없나.

전 세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업체 다섯 군데 정도뿐이다. 레이더는 주파수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개발해야 한다. 기술적인 연구 지식은 물론 양산까지 해본 노하우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량 관련 레이더 기술은 아무리 기본적인 전방감지 역할만 한다 해도 무기 다음으로 첨단화된 분야라 고난도 연구다. 비트센싱 창업 멤버는 만도에서 레이더 개발을 해온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기술력을 갖출 수 있었다.

만도도 연구개발하기 꽤 좋은 환경 같은데.

그랬다. 처음엔 창업할 생각까진 안 했다. 먼저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졌다. 2014년 국내 최초로 제품을 개발하고 나자 그다음부턴 성능 개량보단 작고 싸게 만드는 일을 해야 했다. 레이더 기능을 더 키우고 싶었다. 2017년 패스트캠퍼스 콘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하면서 벤처캐피털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를 만났는데, 창업을 권하면서 투자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일주일 고민 끝에 류 대표에게 연락했고, 투자금 5억원으로 성남시에 아파트형 공장을 세웠다. 창업 멤버도 만도에서 레이더 개발을 함께한 이라 합이 잘 맞았고, 곧바로 시제품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4차원 이미징 레이더, CES 2021 출시 예정

2018년 1월 비트센싱 창업 후 곧바로 자율주행에 뛰어든 건가.

처음엔 도로나 신호등 같은 인프라 레이더 개발을 목표로 했다. 자율주행 시대는 좀 먼 얘기라 생각했다. 자율주행 차량이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도로나 신호등과 연계된 신호체계가 우선일 거라 생각해 차량 자체보다 차량이 다닐 공간을 감지할 레이더 센서 개발부터 시작했다.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보니 레이더와 카메라를 일체형으로 만들면 당장 도로나 차량에 달아도 쓸 수 있겠더라.

새로운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들었다.

고해상도 4차원(4D) 이미징 레이더인 ‘AIR 4D’다. 올해 안에 시제품을 만들어 CES 2021에 선보일 계획이다. 트래픽 레이더도 차량에 장착할 수 있으나 도로 인프라용에 최적화돼 있다. 하지만 AIR 4D는 정지된 상태에서만 사물 이미지를 구현하는 레이더와 달리 4D 이미징이 가능하고, 전방에 있는 물체를 한 덩어리가 아니라 입체 상태로 정확하게 구현한다. 이게 왜 중요한지 테슬라 모델 3 사고가 말해준다. 테슬라 모델 3는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가 주는 2차원 데이터를 중심으로 전방을 감지한다. 그래서 전복된 트럭을 거르지 못하고 그대로 돌진해 사고가 났다. 이걸 막을 수 있다.

협력 의사를 밝힌 곳이 많았겠다.

CES 2020에서 특히 많았다. 코로나19 사태만 아니었어도 당장 사업화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많았을 거다. 협력 주체도 외국 대학, 기관, 국내 공공기관, 기업 등 다양하다. 미국 미시간대학이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시험장으로 구축한 ‘M-시티’ 프로젝트팀과 논의 중이고, 국내에선 세종시·성남시,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도로용 트래픽 레이더를 테스트 중이다. 기업과도 논의가 활발하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액셀러레이터인 제로원과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플러그앤플레이, 태국과 일본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독일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테크놀로지와 공식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고, BMW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공유차량 업체와도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와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가.

차량 실내용 안전감지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후석 승객 알림(ROA, Rear Occupant Alert)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부모가 깜빡하고 차량에 아이를 놓고 내려 고온에서 질식사하는 사고가 잦았다. 두 지역에서는 2022년부터 안전감지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기존 초음파 방식 장비도 있으나 잠들어 움직임이 없는 아이는 감지할 수 없다. 하지만 레이더는 어른인지 아이인지 알 수 있고, 호흡과 심박수까지 확인할 수 있다. 레이더 기술을 전방 감지용 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긴 했으나 제조사가 요구하는 기술 수요가 다르면 그에 맞추는 노력도 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최종 목표는 아니라고 들었다.

선박·드론·로봇·스마트시티·스마트홈·스마트빌딩 등 무인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에 레이더 센서를 달고 싶다. 센서 기술이 안정화되면 그다음은 데이터다. 물류와 사람의 이동을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바꾸고 자동화할 기반은 빅데이터다. 스마트시티 같은 도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교통관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갖추는 건데, 자율주행 차량과 통신으로 소통하며 교통량 조절이 가능해진다. 물류 이동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질 수 있다. 개발 중인 4D AIR를 도로·차량에 설치하면 300m 구간별 거의 모든 교통정보를 쌓을 수 있다. 진정한 자율주행은 차와 차가 다닐 공간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에서 실현될 수 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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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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