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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K ARTISTS] 'VANT' 김승유(35) 

 


▎“동백꽃의 꽃말이 ‘기다림’이라고 합니다. 동백꽃은 때를 기다리고 겨울이 깊어야 활짝 꽃을 피웁니다. 진정한 위로가 되고 찬란하게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가구·제품 디자이너 / 작품명: 근저(勤佇, 애타게 기다림) / 레고를 처음 접한 시기: 6~7살

작가명 ‘Vant’는 want의 어원으로 ‘상상하고 바라는 것의 근원’을 끊임없이 묻고 독창성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철학을 담았다. 어릴 적 꿈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만들기’라는 동사로 답했다고 한다. 만들고 부수는 레고는 과정 자체가 큰 행복이었다. 그는 색감이나 형태를 표현하는 데 과감하다. 그의 작품에는 ‘제품 같고, 대중적이고, 예술적이다’라는 평이 붙는다. 평이하지 않은 디자이너의 센스가 녹아 있다. 반 고흐를 좋아해 고흐의 생전 해바라기 작품 12점 중 2차 세계대전 때 소실된 작품을 복원하듯 상상해 연출한 화실을 구현했다. 가구를 제외한 화구와 화구 상자, 팔레트, 해바라기 모두 레고 브릭으로 만들어 사실주의를 표현했다. 화구 상자는 표현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많은 사람이 레고 브릭이 아닌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레고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브릭 간의 결합만이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고 제품, 가구, 패션, 음악, 공간 등 소재와 문화도 결합하며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다.


▎'카카오 친구들'

▎'objet d’art Bird'(왼쪽)와 '광복의물결'
레고를 통해 작품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레고를 하나의 소재로 바라본다면 표현에는 한계가 없지만 한정된 부품으로 색감이나 형태를 표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이색적인 소재입니다. 그렇다보니 매순간 그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들이 반복되고 고될 수 있지만 그만큼 더 큰 성취감으로 돌아오기에 일반적인 예술 소재들을 뒤로하고 레고 브릭을 선택했습니다.

디자인과 예술활동을 모두 하고 계시는데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감사하게도 저의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이다’, ‘제품이면서도 작품같다’라는 표현을 해주시곤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디자이너로서의 습성과 예술가를 꿈꾸는 소망 그 간극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서로의 특성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습니다.

반 고흐 화실을 표현한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작품의 제목은 ‘To Van Gogh From Vant.’입니다. 고흐에게 전하는 편지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고흐는 살아생전 총12점의 해바라기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소멸하여 더는 볼 수 없게 됐죠. 그 작품을 레고 브릭으로 연출한 작품입니다. 가구를 제외한 화구와 화구상자, 팔레트, 해바라기 모두 레고 브릭으로 만들었어요. 브릭을 통해 사실주의(Realism)를 구현하다보니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실제 물건처럼 보여요. 전시를 관람 중이던 한 모녀가 서로 레고다, 아니다를 두고 언성을 높였던, 재밌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To Van Gogh From Vant'
반 고흐 화실을 구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만인에게 사랑 받는 고흐는 그 작품의 우수성을 떠나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가 잘 보존 되고 후대에 알려지게 되면서, 작품 또한 더 큰 사랑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기획하고 작품명을 편지처럼 만든 이유도 고흐와 소통하고 싶은 팬심과, 이 작품이 오래 보존되어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고흐에게 답장을 받을 수 없지만, 이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을 통해 그의 답장을 대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품 ‘근저’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려요.


▎'동백꽃'
동백꽃의 꽃말 중 ‘기다림’을 레고 브릭을 통해 담아낸 작품입니다. 동백꽃은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 때를 기다리고 겨울이 깊어서야 활짝 피우는 꽃입니다. 때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든 역경 속에서도 결국엔 찬란하게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회사를 상징하는 동백꽃 작품을 의뢰받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작품을 만들기 전 동백꽃에 대해 자연스럽게 조사하다보니 동백꽃의 다양한 꽃말 중 ‘기다림’이란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브릭아티스트의 삶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저에게 큰 위로가 된 단어였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기다림을 주제로 한 동백꽃 작품을 꼭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근저’입니다.


▎'비비드드림'

▎브릭헤즈 '효리네민박식구들'
레고를 통해 작품을 만들 때 영감을 얻는 특별한 방식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영감은 무의식(냉장고)에 저장 된 기억(재료)의 융합(요리)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것을 담기 위해 보고, 느끼고, 경험하려 노력합니다. 오히려 레고와는 관련 없는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접하고 시간이 나면 낯선 곳으로 발길을 옮겨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 기억해 내는 건 불가능하지만 무의식에 저장된 이 데이터들은 자유롭게 융합돼 뜬금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등장하곤 합니다.

앞으로 작품이나 전시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쉽게도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돼 있던 국내, 해외 전시계획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황입니다. 반 고흐 관련 작품은 추후 서울과 제주에 있는 브릭아트테마파크인 ‘브릭캠퍼스’에서 좀 더 규모 있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연말 계획 중인 ‘2020 브릭코리아컨벤션’에선 또 색다른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플라스틱 브릭의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따뜻한 감정으로 전하는 작가, 장난감 그 이상의 위로와 치유 그리고 행복을 주는 작가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은요?

레고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단순히 브릭과 브릭의 결합만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다른 소재 혹은 문화와도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품, 가구, 패션, 음악, 공간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해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수도꼭지마술'(왼쪽)과 '바나나맛우유'

▎브릭갤러리 '레인드랍'



- 박지현·신윤애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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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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