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면 몰입하게 됩니다. 레고는 늘 그랬습니다. 서유기는 오래전부터 구상해와서 애착이 큽니다. 이 작품은 손오공이 바위에 앉아 삼장법사가 갈 길을 열어주는 모습인데 (이 작품이) 제 길도 열어주면 좋겠습니다.(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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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디자이너 / 작품명: 제천대성_손오공 / 레고를 처음 접한 시기: 4살 레고 마니아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인 한국 두 번째 ‘레고 공인 작가(LEGO Certified Professional, 이하 LCP)’다. LCP는 전 세계에 20명뿐이다. 건축설계 전문가다운 정교한 작품으로 국내외 레고 팬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 디자이너이며, 현재는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다. 레고와 건축은 ‘시스템 안에서 디자인된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회사에서 설계를 맡은 평창올림픽 경기장 일부도 기념으로 만들기도 했다. 무역업을 했던 할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부터 레고를 접했고, 3대째 레고와 함께했다. 현재 10살 딸 이보원양과 함께 개인 작업실에서 꾸준히 레고를 만들며 4대째 이어가는 중이다. 보원양이 최근 작업한 작품은 지구 온난화를 그린 ‘우리들의 북극곰을 지켜주세요’다. 2018년 ‘LUNA PARK’전에서 정운현 작가와 컬래버한 레고 창작품을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디자이너의 작품과 함께 전시했다. 최근 레고 그룹에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몽키 키드’ 테마가 새롭게 나오면서 서유기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손오공과 저팔계까지 제작했고 사오정도 곧 완성될 예정이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덴마크 레고 본사 디자이너로 네 번 지원했다. 최종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지원 중이다.
▎'삼국지 The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the Five tiger genera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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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0명 중 한 명, 한국에서는 두 번째 레고 공인 작가라고 들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든 작품이 해외에 소개되었습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까지는 AFOL(Adult Fan of LEGO)들이 그렇게 많은 지 몰랐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들을 레고 측에서도 잘 봐준 것 같습니다. 레고 측에서 공인 작가 제의가 들어왔고, 2년간의 엔트리 프로그램(수습, Entry Program)을 거쳐 공인 작가가 됐습니다. 정식 명칭은 LEGO Certified Professional입니다.
레고를 처음 접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본인이 레고 매니아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레고를 처음 접한 건 4살쯤이에요. 아버지께서 첫 레고 캐슬 시리즈를 사다주셨죠. 제가 레고를 너무 좋아하니까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께서도 외국에 다녀오실 때마다 레고를 많이 선물해주셨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하루 종일 레고만 하느라 방에서 안 나간 적도 많아요. 다행히 어머니께서 그런 절 혼내기 보단 제 작품들을 장식장에 올려놓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집에 당시 유행하던 GI-JOE 피규어, 비행기도 많이 있었는데 항상 레고로 비행장, 기지를 만들어 갖고 놀았어요. 그 정도면 어릴 적부터 레고 매니아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3대째 레고 수집, 창작하셨다고 들었는데,아버지의 어린 시절 프라 모델을 너무 좋아하셨는데 무역업을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구하기 힘든 프라 모델들을 많이 사주셨다고 해요. 아버지께서도 제게 똑같이 해주셨죠. 초등학교 시절, 장롱 위에 제가 감히 건드릴 수도 없는 아버지의 레고 세트가 있었던 게 기억나요. 당시엔 처음으로 파워펑션으로 작동되는 세트를 가지고 계셨어요. 중학생이 되어서야 아버지께서 제가 꺼내볼 수 있도록 허락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 어떤 영감을 많이 주셨나요.아버지께서는 역사를 공부하셨어요. 제 첫 레고이기도 한 레고 캐슬을 함께 만들 때 유럽의 역사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리고 캐슬 피규어가 많아질 때쯤 유럽 전쟁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궁수와 창을 든 보병 그리고 기사들이 어떻게 배열하고 전쟁을 했는지도 설명해주셨죠. 어릴 때는 그런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고, 레고로 역사적인 것들이 표현된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집에 레고가 점점 많아지니 어머니께서 레고 주머니를 사오셨어요. 모든 레고 브릭들을 섞어서 모아주셨죠. 그렇다보니 주머니를 펼처 놓고 테마와 상관없이 우주선도 만들고 배도 만들고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레고를 사주시고 어머니께서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신 게 테마와 상관없이 제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거 같아요. 저 또한 딸아이에게 아이의 상상력을 넓혀줄 수 있는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작업실 운영 및 딸과 함께 레고 창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들의 북극곰을 지켜주세요' / 딸 이보원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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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작업실은 아니고 작은 놀이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퇴근 후 간간히 들러 아이디어 구상을 하거나 주말에 딸과 함께 레고를 만들고 게임을 하죠. 딸 보원이는 올해 10살인데 제가 만든 레고 작품들을 좋아해줘요. 6살 때부터 함께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에 나가고 있습니다. 딸아이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서 본인이 스케치한 그림을 토대로 입체화하는 놀이를 시킨 게 계기가 됐어요. 하다 보니 아이가 재미있어 한 것 같고, 작년에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작품에 담아냈어요. 가끔 딸아이의 생각과 감성에 감동을 받습니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 레고 창작품 전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오이와 도루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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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전시팀에서 연락을 먼저 주셨고, 레고 협조 하에 진행됐습니다. 제가 워낙 존경하던 디자이너 분이라 매우 영광이었죠. 처음엔 지오반노니 선생님의 작품을 레고로 크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제가 창작품을 제안하면서 저와 정운현 작가님의 창작품을 전시하고 브릭월 등 아이들 체험공간도 만들 수 있게 해주셨어요. 저희가 구상한 작품은 “오이와 도루묵”이라는 작품이에요. 아이들이 싫어할 수도 있는 먹거리를 소재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레고 브릭헤즈 스타일에 앉아있는 큰 인형을 디자인했습니다. 전시는 “LUNA PARK전 : 더 디자인 아일랜드”란 이름으로 2018년 7월부터 11월까지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진행했습니다,
현재 삼우건축사무소 인사팀에 재직 중이라 들었습니다. 레고와 건축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레고와 건축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 안에서 디자인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구매자나 건축주의 의중을 파악하고 디자인 계획을 수립한 후 여러 번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거쳐서 디자인을 선정하죠. 많은 MOCK-UP을 바탕으로 최종 결과물을 얻어내는 것이에요. 실제로 수많은 레고 디자이너들 중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 많은 것도 이를 방증합니다.건축을 전공한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레고를 갖고 놀고, 그 경험이 건축 디자인을 하고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이미 유럽의 많은 공대와 건축사무소가 레고를 이용한 건축 연구를 한 적도 많아요. 연구를 바탕으로 LEGO ARCHITECTure STUDIO라는 제품이 나왔었죠. 저도 제가 건축디자인을 할 때 레고에 대한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고그룹 본사 디자이너 지원 4회. 레고그룹 디자이너의 자격요건은 굉장히 까다로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원 예정이 있으신지요?지원 4회라는 말씀처럼 레고 그룹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쉽지 않더군요. 지금은 LEGO Certified Professional로 활동하고 있지만, 어릴 적 꿈이 레고 디자이너였고, 그 꿈에 계속 도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됩니다. 물론 지금하고 있는 건축디자이너의 길도 제 꿈이었고 원하는 회사에 입사를 해서 부족함 없이 회사생활 하고 있지만 어릴 적 꿈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어느 하나 놓치지 싫지만 언젠가는 어릴 적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촬영 때 가져오신 작품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천대성’이라는 작품으로 바로 손오공입니다. 서유기는 해외에도 많이 알려져 있고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드레곤볼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저는 다른 아트 피규어처럼 레고를 재료로 이용한 아트 피규어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레고를 이용하여 아트 피규어를 만드는 데 흥미가 있고 작은 레고 브릭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항상 작품을 만듭니다. 서유기는 언제나 제 숙원 구상이었는데 얼마 전 레고에서 출시한 서유기를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레고의 매력, 레고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 단어로 말해주세요.앞서 얘기했지만 레고는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시스템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레고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굳이 한 단어로 말하자면 ‘레고는 무한가능성이다’이어서?(웃음)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좌)와 마이클 에베센 레고코리아 대표(우)가 작품 '홍원삼'을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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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덴마크 수교작 '홍원삼'(왼쪽)과 '하회탈과 각시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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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대성 시리즈의 '저팔계'(왼쪽), 'Jennie's ba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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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s frien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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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스키점프대'(왼쪽)과 '평창올림픽 경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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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rasite'(왼쪽)와 '뮤지컬 레베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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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현·신윤애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