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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 

언택트 시대에 더 주목받는 호텔 

여행·숙박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 서비스를 일찍부터 도입하며 고객들을 사로잡은 제주도의 체이슨호텔이 주목받고 있다. 체이슨그룹을 이끄는 34세의 정세호 대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가심비’를 공략하며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체이슨그룹 사무실에서 만난 정세호 대표.
가성비가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뜻이라면, 가심비는 저렴한 가격에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채우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가 2017년과 2018년 제주도 서귀포에 개관한 ‘체이슨호텔 더 스마일,’ ‘체이슨호텔 더 리드’는 가심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를 충족하며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데일리호텔 트루리뷰 등 각종 고객 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그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독특하다. 부모님이 투자한 회사가 부도나자 해당 회사를 찾아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창업이 꿈이었던 그는 “한국은 어떤 산업이든 부동산을 벗어나서는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부모님이 투자 손실을 봤지만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채무자에게 돈 대신 사업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이다.

당시 그가 주목한 땅은 제주도였다. 2013~2014년 당시 제주도는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크고 가공되지 않은 원석 상태였다. 제주도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그는 매주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토지매입 방법, 인허가 관련, 호텔 준공 이후 지역 활성화 방안 등 사업에 필요한 내용들을 스폰지처럼 흡수했다.

체이슨만의 필승 전략

젊은 나이에 사업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지금 체이슨 더 스마일이 들어선 부지가 당시 150평(495㎡)에 5억원대였다. 인허가가 떨어진 이후 은행에서 70% 가까이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30% 자금만으로도 토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이슨그룹 설립에 전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호텔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배웠다. 카지노 이용 고객들의 성향과 그들을 유치하는 방법, 온라인 예약 사이트를 통해 들어온 고객들을 응대하는 방법, 여러 마케팅 스킬과 운영 계획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가 5억여원에 매입한 토지에 들어선 체이슨호텔 더 스마일에서는 매년 객실 분양 매출이 110억원 정도 발생한다. 그 수입으로 다른 개발 건을 이어갈 수 있는 현금흐름 구조가 생겼고, 호텔 2곳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노하우를 인정받아 호텔 운영 대행까지 보폭을 넓혔다.

체이슨호텔은 그동안 분양형 호텔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브랜딩 작업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정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체이슨호텔의 차별화된 콘텐트와 운영 시스템 확보에 공을 들였다. 체이슨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비대면 서비스다. 조식은 100% 룸서비스로 제공하거나 밀박스를 방문에 걸어두는 형태로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정 대표는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서비스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 과감히 조식을 100% 룸서비스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됐다”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특급호텔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면서 똑똑한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심비를 겨냥하기 위해 정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맛있는 조식과 편안한 침구다. 체이슨호텔은 제주 3대 베이커리로 불리는 봉주르마담과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아침마다 갓 구운 크루아상을 조식 서비스로 제공한다. 프랑스 베이커리에 일가견이 있는 정 대표가 콘래드호텔 파티시에 출신인 봉주르마담의 김시엽 파티시에의 크루아상 맛을 알아보고 직접 설득했다. 침구는 시몬스로 맞췄다. 리조트처럼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를 구비한 것도 특징이다. 또 키오스크로 무인 체크인·체크아웃이 가능하도록 해 관리 비용을 최소화했다.

서비스 퀄리티에 대한 그의 마인드는 남다르다. 문화예술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도시계획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차별화된 호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심리상담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정 대표는 “호텔은 환대(hospitality)가 이루어져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범주를 벗어나 남을 섬기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면서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체이슨호텔의 인본 중심 철학을 창출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언택트 서비스로 코로나19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 대표는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려 하지 않는다. 최저시급은 계속 오르고 여행 수요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는 비용 절감 정책을 절실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 배경에는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철학이 있다.

그의 화두 중 한 가지는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책임경영이다. 정 대표는 “좋은 공간을 만들고 해당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게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내에서 착실히 실적을 쌓아 50세 전에는 해외 진출을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임익순 객원기자

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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