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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39인의 신년 에세이(7)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향한 기업의 숙명 | 최정훈 이도 대표


사실 ‘Begin Again’이란 문구가 경영자에게는 썩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경영자는 언제 어디서든, 매 순간 발생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경영 여건 속에서 이에 맞는 최적화된 솔루션을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Begin Again이란 주제가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매 순간, 그리고 매일 더 나은 사업 방향성을 설정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는 고민이자 다짐이라 생각한다. 이를 굳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용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이 3가지 요소는 이제 기업 경영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기업은 재무적 성과만 최고로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을 배려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렇지 못한 비즈니스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 많은 대기업은 물론 세계적 기업들이 이런 기준에 맞춰 기업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

글로벌 화두로 환경문제가 중요해진 가운데 기업이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비즈니스는 피하고, 그렇지 못하면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며, 이런 기업을 많은 사람이 눈여겨보고, 관심을 갖고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변화된 움직임들이 환경문제를 비롯하여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하루빨리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은 지역사회와 더불어 발전하기 위해 이바지하는 사회적(Social)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또 소수 구성원만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 즉 임직원에서 주주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구축해야만 결국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영자는 기업 특성에 맞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는 적정한 수익, 직원들에게는 보상과 보람, 그리고 사회적 발전 등 모든 이해관계자 삶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는 내게도 주어진 과제다.

지속가능한 경영, 나아가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합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경영자로서 매 순간 노력할 것이다. 2021년 신축년, 모든 것을 새로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ESG를 기업의 주요 경영 방향’으로 삼아 다시 시작하고 도약하는 ‘Begin Again’을 만들고 싶다. We, Yido, are here for your greater life!

16살 이방인 때의 열정으로 | 김종완 종킴디자인스튜디오 대표


1950년 헤밍웨이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것이다.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그가 옳았다. 열여섯 살에 파리로 유학을 떠나 좋은 기회를 얻어 취직을 하면서 20대 전체를 프랑스에서 보낸 내게는 말이다.

“한국에 와서 일해 보니 프랑스와 가장 다른 점이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매번 다가오는 데드라인에 일정을 맞추느라, 업무량으로 보면 프랑스고 한국이고 따질 것 없이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다른 점은 휴가 일수에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리고 일하면서 휴가 일수를 법적 기준에 맞추다 보니,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이 많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지치는 일정이 반복되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그래서 2018년부터는 여름휴가와 별개로 연말에 2주 동안 스튜디오 문을 닫고 전 직원이 휴가를 즐기며 새로운 해를 맞기로 했다.

지난 2019년에도 직원 모두 일을 멈추고 2주간 리프레시 휴가를 즐겼다. 나도 하와이와 로스앤젤레스에서 모처럼 여유를 즐기며 체력도, 정신적인 컨디션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 같았던 2020년, 즐겁게 일을 시작하려던 순간에 맥 빠지게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다. 갑자기, 그리고 억지로 맞게 된 언택트 시대. “요즘 스튜디오 운영은 어떠세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고, “유지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면 “그것도 천만다행”이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속속 들어오는 것을 보면 팬데믹 상황도 머지않아 끝나겠지만 결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오프라인에서 ‘공간’이라는 매체로 소통하는 공간 디자이너로서, 내가 그간 해온 작업에 대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깊은 고민과 모색의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 스튜디오는 인간 생활의 삼대 요소인 의·식·주 가운데 주, 그중에서도 상업 및 주거 공간을 설계하는 작업을 한다. 이제까지 ‘휴식과 충전’을 중심에 두고 작업해왔던 주거공간은 ‘휴식+작업’ 공간으로서 IT와의 결합이 지속될 영역으로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반면 상업적 공간, 특히 플래그십스토어처럼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성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공간은 코로나 시대 이전보다 중요성과 필요성이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패러다임의 변화 한가운데에서 서성이는 동안 2021년이 왔다. 더듬더듬 길을 찾는 나의 모습은 열여섯 살, 낯선 도시 파리에 막 도착한 나의 모습과 겹쳐진다. 모든 게 힘든 도전이고 과제였지만 도망가지 않고 정면 돌파하던 어린 이방인, 그때의 나로부터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다. 그래! 파리에서 보낸 시간, 그 치열하고도 아름다웠던 열정으로 이 어려운 숙제를 풀어보자.

기업의 힘은 진정성이다 | 박종한 웰킵스 대표


역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마스크 전문기업인 웰킵스도 누구보다 바쁘게 지난 한 해를 보냈다.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전국에 이른바 ‘마스크 대란’을 일으켰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께서 직접 웰킵스를 방문해 마스크업계 대표 기업으로 주목받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더불어 “단 1원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며 가격 동결을 선언해 소비자들에게 ‘착한 마스크’, ‘착한 기업’으로 호평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1원도 올리지 않겠다는 말 한마디는 회사로서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게 된 고객의 믿음과 무한 신뢰는 기업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일 것이다.

기업을 이끄는 힘은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에 공적 마스크가 배포될 당시부터 나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정부가 한시적으로나마 ‘100% 공적 수급’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런 나의 주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인 KF-AD를 최초로 개발해 출시하면서 ‘500원’ 마스크를 선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업계에서는 “마스크 1위 사업자인 웰킵스가 500원으로 가격을 선점해 더 큰 이익을 볼 수 없게 되었다”며 크게 비난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진정성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1위 업체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원칙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자’는 진정성을 일념으로 어떤 유혹이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자평한다. 결과적으로 웰킵스는 공적 마스크 업체 중 제일 많은 공급 실적을 기록해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었다. 마스크 대란이 한풀 꺾인 이후에도 판매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 비상 상황일수록 기업이 가격 안정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웰킵스의 슬로건은 ‘Stay Well, Always Welkeeps’이다. ‘당신이 머무는 건강한 삶, 그 곁에 언제나 웰킵스’라는 의미다. 환경은 갈수록 악해지고, 인간은 갈수록 약해진다. 악해진 환경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위생(Hygiene), 건강(Healthcare), 안심안전(Safety)이라는 3개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라이프케어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진정성 있는 기업’이라는 인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그때 웰킵스의 새로운 출발점이 다시 열릴 것이라 기대해본다.

뽀로로 주제가의 교훈 |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나는 항상 저 먼 곳을 바라봤지.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거길 비추는 눈부신 태양처럼 오 나의 꿈은 더 빛나네/바다 위에서 오~, 돛을 달고서 난 오~/바람 따라 갈래, 저 먼 곳을 향해,/저 멀리 보이는 저기 푸른 바다에, 숨겨놓은 비밀 찾아서,/친구들과 함께 용기내 갈 거야, 우리의 꿈을 찾아서.”

만화영화 [뽀로로의 보물섬 대모험]의 주제가 ‘우리의 꿈을 찾아서’라는 노래다. 한때, 우리 회사는 판교에 있는 오콘 빌딩에 세 들어 있었다. 오콘빌딩은 만화영화 뽀로로를 제작하는 제작사가 소유하고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뽀로로 주제가가 들리곤 했다. 흥겨운 노래를 매일 듣다 보니, 어느새 나와 직원들은 저절로 흥얼거리게 됐다. 잘 들어보면, 뽀로로는 우리 회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년 전, 의과대학 친구인 박한수 박사를 만나 의기투합하고 벤처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구인난이었다. 괜찮아 보이는 친구들을 인터뷰할 때, 나는 우리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면서 함께 하자고 제안하곤 했다. 다들 그 자리에서는 내가 설명하는 회사의 비전에 감동받는 듯했다.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과 상의하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벤처는 위험해서 안 되겠다며 거절 의사를 밝혀 왔다. 채용에 실패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점점 좌절했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인다더니. 우리나라 청년들이 취업난에 힘들어하는거 맞아?”

창업 초기,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좌충우돌하다 보니 회사가 어느덧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훌륭한 동료들이 하나둘 함께 해주었고, 어느덧 자랑스러운 유능하고 믿음직스러운 팀이 갖춰졌다. 나는 뽀로로 노래를 들으면서 회사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바람 따라 갈래, 저 먼 곳을 향해/저 멀리 보이는 저기 푸른 바다에, 숨겨놓은 비밀 찾아서/친구들과 함께 용기 내 갈 거야, 우리의 꿈을 찾아서.”

우리 배에 승선하고 있는 친구들이 고맙다. 그 친구들은 공동창업자인 박한수 박사를 비롯해서, 우리 회사 박경미 부사장, 서영진 부사장 등 임직원들도 있고, 든든하게 도와주었던 김연준 상무, 김요한 상무 같은 벤처캐피털 심사역들도 있다. 우리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머크사와 화이자사도 우리의 친구들이다. 이번에 코스닥 상장을 하며 한동안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분에 취해 있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먼 곳을 향해, 또 항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의 지향점이 시가총액 수십조원의 가치평가가 될 수도 있고, 세계 50위권 빅파마(Big Phanma)가 될 수도 있고, 세상에 없던 신약을 만들어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생명을 주고 생명과학자로서 생명과학에 한 획을 긋는 엄청난 연구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목표를 상상하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마음에 품고, 간절히 원하다 보면, 언젠가 그 꿈이 우리에게 현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저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에 숨겨놓은 꿈을 찾아, 친구들과 함께 용기 내보고 싶다.

언택트 시대, 나의 업장경 풀기 |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는 계속된다.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묻는다. “우리는 과연 코로나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우리는 익숙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새로운 방식의 인류의 미래가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원시 RNA바이러스가 종간의 경계를 넘어서 잘못된 숙주인 사람을 공격해서 발생한 것이다. 흑사병이나 에이즈에서 볼 수 있듯이 전염병의 팬데믹이 발생하면 밀집된 환경에서 사는 사람부터 희생된다.

격리가 시작된다. 도시가 초토화된다. 광장으로 가는 길은 막히고 개인들은 밀실에 갇히게 된다. 지금도 그렇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인간들을 격리한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되고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새로운 뉴노멀 시대가 펼쳐진다. 그러나 21세기 팬데믹에서는 인간들은 물리적으로는 격리되지만 서로 연결이 유지된다.

온라인 네트워크기술이 언택트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온택트(online contact)이다. 인류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여 ‘연결된 개인’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미래를 시작한다. 결국 코로나19는 인류문명을 원시 역방향으로 바꿔놓은 것이 아니고 정보화라는 미래로의 방향을 유지하면서 진행 속도를 엄청나게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류사회는 모든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다.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과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은 한마디로 물질을 정보로 전환하는 것이다. 디지털전환의 과정은 다 같다. 모든 정보는 빅데이터로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머신러닝(machine learning)또는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미래예측에 사용한다.

팬데믹은 의료가 미래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바이오의료산업이 미래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의료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디지털 의료 전환의 시작은 개인의 몸을 정보로 바꾸는 것이다. 10만 년에 가까운 인간진화의 역사는 인간 설계도에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자신의 선조들부터 나까지 이르는 수만 년에 걸친 가족의 적응 역사까지 모든 것이 나의 DNA에 보관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질병 관련 취약점도 DNA 내에 있다. 전생의 잘못으로 현재의 업이 시작된 것이라면 인간 게놈 DNA는 개인 업장이 포함되어 있는 업장경이다.

나는 24년 전 이러한 업장경의 비밀을 풀기 위해 DNA 분석기술을 가진 벤처회사 마크로젠을 창업했다. 자신의 업도 모르면서 경쟁에 몰두하다가 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병으로 쓰러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업장경 데이터를 알 필요가 있다. 인간의 업장경 정보를 다 모으면 미래의 건강 빅데이터가 된다. 사람들은 빅데이터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으로 자신의 질병에 관한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결국 정보의 중요성이 점점 크게 부각되는 코로나19 비대면 사회에서 나의 업장경 DNA 해독을 시작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미래 사회로 길을 떠나는 일이 될 것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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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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