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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You Good? I’m Good 

 

전 세계에 196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보유한 글로벌 인플루언서가 있다. 모델 출신 아이린이다. 그녀는 자신을 쏙 빼닮은 패션 브랜드까지 운영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모델,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EO…. 이름 앞에 네 개 수식어가 동시에 붙는 그녀. 바로 아이린 김(34, Irene Kim)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공부했고, 2012년 모델로 데뷔해 10년 넘게 활동 중인 글로벌 스타다.

아이린에게 런웨이는 너무 작은 무대였을까. 그녀는 한계도 경계도 없는 SNS를 무대 삼아 자신만의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96만 명. 포스팅 하나에 럭셔리 브랜드조차 성패가 좌우될 만큼 인플루언서의 힘이 절대적인 요즘, 그녀의 파워는 가히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린의 영향력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게 아니다. 데뷔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196만 명이 팔로잉한다는 아이린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살펴봤다. (게시물이 많아) 첫 게시물을 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1년 2월경 올린 구두 사진이 첫 포스팅인 듯했다. 이후 아이린은 지금까지 총 4590개 게시물을 올렸다. 그간 그녀가 어떤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는지 볼 수 있었다. 패션모델로 데뷔했고,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서며 주목을 받았다. 또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일상에선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이 계정 덕분에 아이린은 일찌감치 샤넬, 막스마라, 에스티로더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눈에 들었다. 러브콜도 많이 받았다. 특히 팔로워 수가 30만 명쯤 됐을 때, 샤넬에서 ‘파리 컬렉션에 게스트(인플루언서)로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는 샤넬이 한국의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을 초대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뿐인가. 2016년 포브스 아시아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중 한 명으로 꼽혔고, 같은 해 타임도 ‘세상을 바꿀 차세대 리더’ 명단에 아이린의 이름을 올렸다.

“워낙 패션을 좋아했어요. 7살 때부터 하루에 두세 번은 옷을 갈아입었대요. 엄마가 이상한 애인줄 알았대요.(웃음)” 패션을 좋아하는 소녀에서 성인이 된 아이린은 이제 그 욕망(?)을 더욱 생산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2018년엔 패션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아이린이즈굿(Ireneisgood)’이다. 그때부터 직접 옷을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브랜드 사장님이 됐다. 이 브랜드는 세계 4대 패션위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만큼 아이린만의 긍정 에너지가 담긴 패션 아이템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엔 틱톡 프렌즈의 첫 컬래버 파트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변에서 모델도, 브랜드 론칭도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전 ‘No’라는 말을 들으면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결국 해냈죠. 자신감이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의 ‘좋은 에너지(good vibe)’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2020년 12월 11일, 아이린을 만났다. 178cm 장신에 탁월한 신체 비율을 맘껏 뽐내며 모델 포스를 발산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시크한 모습 대신 사랑스러운 미소, 애교 섞인 말투의 아이린으로 변신했다. 방송에서 보여주던 ‘긍정의 아이콘’ 그 자체였다.



모델·인플루언서·CEO 중 어떤 수식어가 가장 마음에 드나요.

CEO요. 사실 가장 어려운 것도 CEO예요. 아직 부족하고 실수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new CEO죠. 그런데 전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모델도 그렇고 인플루언서도 그렇고 가능성보단 도전의 의미로 시작했던 것들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도전인 CEO가 가장 좋습니다.

어떤 CEO가 되고 싶나요.

진실하고 겸손한 CEO요. 또 저는 먹고 마시고 일하는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그래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중요하죠. 직원들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영감이 되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아이린이즈굿, 성과는 잘 나오고 있나요.

지난해 코로나19로, 패션업계 전체에 타격이 컸어요. 솔직히 아이린이즈굿도 힘들었죠. 게임회사 제페토와 컬래버로 야심 차게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실행할 수 없었어요. 대신 온라인에서 그 여한(?)을 풀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콘텐트를 활발히 제작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챌린지로 참여를 이끌어요. 판매 목적보다는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그 성과엔 만족합니다.

이젠 방송과 매체에서 아이린을 ‘모델’보다는 ‘글로벌 인플루언서’로 소개해요. 인플루언서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고 싶나요.

영향? 잘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인플루언서가 돼야지’라는 목표로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보여주고 알려주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특별한 영향보다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커요.

인터뷰 내내 아이린은 모든 답변에 ‘good’이란 단어를 넣을 정도로 강조했다. 그의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단어인 듯했다. 그가 만든 옷 대부분에도 ‘You good? I’m good’이란 메시지가 프린팅돼 있다. 아이린은 어느 순간을 가장 ‘good’이라고 여기는지 궁금했다.


▎아이린이즈굿과 틱톡 프렌즈의 패션 컬래버로 제작된 상품.
“가장 좋은 순간. 생각보다 단순해요. 좋아하는 일 하고, 맛있는 거 먹을 때 가장 행복해요. 그리고 게시물에 어린 여자 친구들이 ‘언니 게시물 보고 다운됐던 기분이 좋아졌어요’라는 댓글을 달아줄 때. 생각만 해도 뿌듯한 일이에요.”

아이린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여성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주기적으로 옷을 보내주거나 봉사활동을 다닌다고.

원래부터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았나요.


▎아이린이즈굿에서 판매하는 의류 상품들.
네. 드러내놓고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진 않지만 여성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 못 참는 편이에요. 실제로 2017년에 여성으로서 기분 나쁜 일을 겪었어요. 한 기자분이 제 사진에 ‘볼륨 없지만 다리로 승부’라는 식의 제목을 달았더라고요. 계정에다가 제 심정을 써 내려갔어요. 5만5000명 넘게 ‘좋아요’를 눌러 공감해줬어요. 저는 여성들, 특히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어떤 성별을 가졌든, 어떤 외모를 가졌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어요.

롤 모델로 삼는 여성은 누군가요.

리아나(Rihanna)요. 아티스트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여자로 모든 면에서 존경하는 인물이에요. 자신이 가진 개성만으로 그만큼의 위치에 올랐다는 거 자체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아무런 도움 없이 여기까지 왔어요.(웃음) 스스로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한 마리 경주마처럼 ‘꿈’ 하나만 보고 10년을 달려온 그녀. 지금은 코로나19 탓에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중이다.


“전 제 자신과 끝없이 경쟁하는 스타일이에요. 가장 푸시하고 괴롭히고 하는 사람도 저고요. 스스로 이 직업을 선택했고, 그러니까 책임도 제가 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브랜드를 만들면서 직원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도 추가됐고요. 사실 지금까지는 일이 힘든지 잘 몰랐어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냥 삼키고 일만 했던 것 같아요.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제가 좋아서 열심히 했죠. 정말 숨 쉬듯 일했네요. 그런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그동안 쌓였던, 삼켰던 스트레스가 하나둘 나오더라고요. 예전엔 나쁜 에너지가 생겨도 일하며 푼 거 같은데, 그게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요샌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며 충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아이린은 ‘우주에 작은 스크래치라도 남기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 있죠. ‘We’re here to put a dent in the universe. Otherwise why else even be here?’ 우린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는 뜻이죠. 저도 흔적까진 아니어도 우주에 작은 스크래치라도 남기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언젠간 그렇게 되겠죠?”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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