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혁신은 어디에나 있다 

 

혁신은 인터넷, 모바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혁신은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을 바꾼다면 그것이야말로, 그것이 무엇이든 혁신이다.
실리콘밸리는 자타 공인 혁신의 시초이자 상징과도 같다. 아마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실리콘밸리는 인터넷 시대의 개화와 함께 대중에게 각인됐을 것이다. 넷스케이프, 애플, 아마존, EA, 구글 등이 초창기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소위 혁신의 아이콘 같은 기업들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대부분 사람과 컴퓨터만 가지고 차고에서 시작됐는데, 그렇다 보니 많은 이가 생각하는 혁신의 범주, 실리콘밸리의 도전, 스타트업의 영역은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에 있었던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데 실리콘밸리가 변화하고 있다. 부동산만 해도 그렇다. 부동산업이라고 하면 땅을 사고, 그 위에 건물을 짓는 가장 전통적인 1세대 비즈니스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부동산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업에서 바라본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그 밖에도 피자를 트럭에서 구워서 바로 제공하는 회사가 나오고, 자동차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회사가 나오고, 우주여행에 도전하는 회사가 나오고 있다. 도무지 변화가 없을 것만 같았던 전통적인 산업에서도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해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인터넷 및 모바일이라는 가상의 세계에만 존재했던 소우주였다면, 이제는 그러한 도전 정신을 갖는 사람들의 꿈의 크기가, 세상에 미치는 임팩트의 크기가 우리의 일상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혁신은 이제 인터넷과 모바일에 머물러 있지 않는 것 같다. 혁신의 주체는 사람이고, 소수 의견을 가지고 다수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창업자들의 꿈과 용기가 가상의 세계를 넘어서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했던, 세상을 바꾸겠다는 소수의 파괴적인 아이디어와 과감한 용기, 이 용기에 기꺼이 손을 내미는 성숙한 자본시장 참가자들의 결합이 세상 자체를 아주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물론 누군가는 음식 배달이 무슨 혁신이냐고, 사무실 임대업이 무슨 혁신이냐고, 커피 파는 것이 무슨 혁신이냐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혁신은 어디에나 있고, 혁신의 기준은 기술적 고도성이나 난이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을 바꾼다면, 우리의 구매 행동을 바꾼다면, 우리의 생각과 인식을 바꾼다면 이것 또한 혁신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시작은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 별거 아닌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변화이고, 그 변화 자체가 혁신의 결과물이 될 수 있다. 혁신은 인터넷, 모바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혁신은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을 바꾼다면 그것이야말로, 그것이 무엇이든 혁신이다.

-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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