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성장은 계단 모양 

 

‘인생이 너에게 우호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지난해 내가 나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작년은 충분히 값진 해였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더 단단한 사람이 됐다.(나는 정신 승리를 잘한다.)

모든 근육은 찢어져야 커진다. 성장은 고통을 수반한다. 결국 한 번은 ‘뚫어내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내가 살고 있는 박스 안에서 나오지 못한다.

뚫어내기 전까지는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의 성장을 그래프로 그리면 계단 모양이 된다. 꾸준히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이야기는 아닌 듯싶다. 주변에서도 본 적은 없다.

누구나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그림(직접 그려봤다)의 A단계를 버텨야 한다.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존버’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B단계에서 희열을 맛볼 수 있다.

그러면 다시 C단계가 찾아온다. 이때 사람은 쉽게 조급해진다. 나는 이걸 ‘소년등과형 조급함’이라고 부른다. 소년등과형 조급함에 빠지면, B단계의 쾌감을 얼른 다시 느끼고 싶어서 자꾸 지름길을 찾는다. 그렇게 계단은 무너진다.

C단계에서의 조급함마저 이겨내고 다시 한번 성장을 경험하면, 마침내 한 사이클을 돈다. 그러면 ‘조급해하지 말고 성실하고 치열하게 존버하다보면 짜릿한 성장을 맛볼 수 있다’라는 문장이 삶에 새겨진다. 이때부턴 비교적 쉽게 위기를 마주하고, 성장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 같다. 사업을 하면서 경험했던 ‘성장형 인간’은 대부분 이 사이클을 한 번은 돌려본 사람들이었다.

리더로서, 동료들이 이 사이클을 잘 돌릴 수 있게 도우려고 늘 노력한다. A단계에서는 문제를 대신 풀어주지 말고 ‘직면하게’ 하되 지치지 않게 버팀목이 되어주려 한다. 그리고 C단계에서는 B단계보다 A단계를 더 많이 되새길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생이 나에게 우호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나의 리더십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한다.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느라 동료가 문제에 직면하지 못하게 만들 때도 있다. 동료의 단단함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해서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동료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 안정감을 주는 데 실패할 때도 있다.

이렇게 오늘 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어쩌겠나. 그래도 열심히 두드리다 보면 뚫릴 것이다. 늘 그래왔듯.

-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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