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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에스팀 대표 

해답은 콘텐트에 있다 

코로나19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까지 뒤흔들었다. 준비된 자에겐 기회가, 그렇지 않은 자에겐 위기가 됐다. 모델산업을 기반으로 업력을 쌓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에스팀’은 이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회사를 알렸지만 오랫동안 준비해온 뉴욕지사 프로젝트는 잠시 보류했다. 김소연 대표에게 2020년은 기쁘고도 아쉬운 한해였다.


에스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뀌었다. 송경아, 장윤주, 한혜진, 이현이…. 에스팀 소속 유명 모델들에 앞서 이젠 ‘사장님’이 먼저 회자된다. 김소연 대표가 지난해 3~4개월가량 직접 예능 나들이에 나섰던 효과다. 그는 KBS2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무섭지만 털털한 ‘사장님’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대중은 그의 반전매력에 매료됐고 에스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김소연 대표는 “에스팀이 이렇게 유명해진 건 처음”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뜻밖의 기분 좋은 선물로 시작한 한 해였지만 김소연 대표도 코로나19라는 대재앙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뉴욕지사 설립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기됐고 그에 따른 인적, 금전적 손실이 꽤 쓰라렸다. 해외 진출은 잠시 보류하고 국내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국내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패션업계의 연 중 가장 큰 행사인 ‘패션위크’ 개최마저 불투명했다. 결국 모든 패션쇼를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런웨이를 꿈꾸며 준비하던 모델들, 그들의 소속사인 에스팀에도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었다.

격변의 1년을 보낸 김소연 대표를 만났다. “너무 어렵고 힘든 한 해였다”고 말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도전하고 위기를 이겨내고 있었다.

2020년,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에스팀 창업하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어려움 없이 성장했는데 지난해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뉴욕지사 프로젝트가 연기된 게 가장 마음 아팠죠. 그 프로젝트는 에스팀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알리는 출사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들도 뽑았는데, 시작도 못하고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가장 안타까웠죠. 회사 매출도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위기가 닥친 만큼 새로운 시도도 많이 일어났어요. 그 부분은 고무적입니다.

패션위크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저는 20년 넘게 국내외에서 패션쇼를 기획해왔어요. 패션업계 가장 큰 행사인 패션위크가 온라인으로 열렸다는 사실 자체는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아쉬움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3~4년 전부터 온라인 무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꾸준히 논의해왔거든요. 반강제적이긴 했지만 팬데믹이 그 논의를 끝내줬어요. 물론 업계 반응은 엇갈려요. 디지털화라는 트렌드를 읽고 미리 준비해온 브랜드들에선 환영하는 분위기죠. 그렇지 못한 곳에선 갑작스러운 과제에 당황했고요.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언젠간 일어날 변화였어요. 패션뿐 아니라 모델의 얼굴을 알리는 방법이 다양해지는 시발점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 패션 필름 등 다양한 형태로 패션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방송 출연이란 새로운 시도를 했고 호재로 작용했다. 소감은.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출연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의문이 정말 많았습니다. 오랫동안 고사했죠. 프로그램 PD, 작가님이 끈질기게 설득하는 바람에 출연하게 됐는데 돌아보면 정말 잘한 결정이에요. 지금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에스팀을 알리기 어려웠는데 방송 출연으로 대중이 에스팀을 알기 시작했어요. 다만 에스팀이 모델 에이전시로만 비춰진 것 같아 아쉬움은 있습니다.

김 대표의 말대로 에스팀은 2004년 모델 에이전시로 시작했다. 1996년 대학 졸업 이후 패션업계에 몸담은 그는 모델들이 받는 불공정한 처우를 목격했고, 더욱 합리적인 매니지먼트를 해주고자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자본금 3000만원에 직원 5명으로 꽤 단출했다. 함께 고생했던 모델 장윤주가 ‘자기를 책임지라’며(고맙게도) 합류해줬고,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

이후 모델 송경아의 해외 진출을 성공시키며 김 대표는 업계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모델이 뉴욕의 주요 런웨이에 서는 일은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직접 뉴욕에 날아가 포트폴리오 돌리는 일부터 시작했고, 수개월간 고군분투한 끝에 역사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글로벌에서 아시아권 모델에 대해 좋은 시선이 있었다”며 “운이 좋았다”는 겸손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법. 김 대표의 진취적인 도전 정신과 추진력은 업계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다. 쉼 없이 도전한 끝에 수많은 행운이 쌓였고, 이는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에스팀에 소속된 모델, 아티스트, 인플루언서는 최근 계약으로 화제가 된 이효리, 이상순을 포함해 총 170여 명에 이른다. 직원도 80여 명으로 늘었다. 사업 분야도 에이전시 역할에서 컨설팅, 콘텐트 제작 등으로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에스팀을 모델 에이전시로만 알고 있는데 정확히는 크리에이티브 콘텐트 회사”라고 김 대표가 힘주어 말했다.


에스팀이 하는 일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모델 에이전시 사업은 전체 회사 사업의 30% 정도예요. 스타(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컨설팅하는 일부터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콘텐트를 제작하는 일까지 많은 사업을 합니다. 요즘 주력하는 건 콘텐트 사업이에요. 주로 패션쇼, 전시회, 컬처 프로젝트 및 뉴 미디어 콘텐트를 제작해요. 새롭게 열린 디지털 세상에선 콘텐트가 자산이고, 경쟁력이 될 겁니다. 트렌디한 콘텐트로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트렌드를 만들고 이끄는 게 목표예요.

콘텐트 사업에서 에스팀이 갖는 경쟁력은.

모델은 수명이 길지 않잖아요. 모델들이 나이 들어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각자의 특기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춰 함께 개발했죠. 그리고 적극적으로 서포트해줬습니다. 장윤주씨가 책을 낸 것도, 한혜진씨가 MC 활동을 하는 것도 그 결과물이죠. 이처럼 우리는 항상 사람이 지닌 매력을 탐구해왔어요. 또 그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해 어떤 콘텐트를 만들어내고, 어떤 브랜드와 결합할지 고민하고요. 아티스트의 특장점을 발견해 콘텐트화하는 게 역량이 됐죠. 이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 같아요. 사실 모델뿐 아니라 아티스트, 인플루언서까지 매니지먼트 대상을 넓힌 것도 이 과정 중에 일어난 일이에요. 그동안 모델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모델마다 차별화된 콘텐트를 만들어왔어요. 각자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을 시도했고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력 있는 아티스트, 인플루언서가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들을 더 많은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를 공격적으로 시도하게 됐습니다. 국내 최초로 알고 있어요.

규모가 커진 만큼 관리가 힘들지는 않나.

확실히 이전에 비해 한 명 한 명의 아티스트를 깊이 파악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젊어서 그런지 온라인으로 소통하려는 이가 많더라고요. 디지털 친화적인 사람들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력과 재능을 끌어내야 하는데 그 기회가 줄어들어 아쉽습니다. 과거에는 배우든 가수든 모델이든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었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했죠. 그 시절엔 소속 아티스트들이 제게 직접 본인의 꿈을 얘기해주곤 했어요.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성장해나간 거죠. 그런데 요즘은 아티스트들이 회사를 평가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신인 모델들도 회사에 와서 비전을 말해달라고 해요. ‘날 어떻게 성공시킬 계획인지 어필하라’는 거죠.(웃음)

소속 아티스트들이 에스팀의 비전을 맘에 들어 하나.

사실 비전 같은 건 없어요. 시대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회사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예요.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파악하고 다각도로 대응해야 하는 트렌드에 민감한 회사잖아요. 그래서 비전을 정해버리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틀을 두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죠. 그렇기에 직원들에게도 매 순간 변화하고 도전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자신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수없이 자문해보고, 주변을 많이 둘러보고 두드려봐야 한다고요. 아무리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여도 도전을 멈추고 움츠러들 순 없어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두 가지라도 성공할 수 있지 않겠어요.

어떤 기업도 명확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혼란의 시대. 그럼에도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위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조바심보다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연함을 보였다. 그 비결을 묻자 “욕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돈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물론 지금은 직원이 많아져 매출 생각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 돈에 따라 움직이진 않아요. 소속 아티스트들의 매력과 맞지 않는 일이라면 아무리 큰돈을 벌 수 있어도 진행하지 않습니다. 절대로요. 그러다 보니 실패해도 크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죠. 다만 사람을 볼 때, 사업을 진행할 때 눈여겨보는 한 가지 조건은 있어요. ‘한계가 없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변화에 도전할 수 있거든요. 앞으로도 욕심 없고 한계 없는 에스팀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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