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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오지큐(OGQ) 대표 

저작권 패러다임의 게임 체인저 

네이버와 아프리카TV가 저작권 콘텐트를 판매하는 플랫폼을 맡긴 업체가 있다. 2억 개가 넘는 이미지, 동영상, 음원을 백배 저렴한 초저가로 제공하는 이 회사는 전 세계 1500만 명에 육박하는 창작자에게 콘텐트를 거래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줬다. 신철호 대표가 이끄는 OGQ 얘기다.

“회사가 문서를 만들 때 사진, 이미지, 폰트 등 각종 콘텐트가 필요합니다. 한국에는 625만 개 이상의 사업자가 있는데요. 이 중에서 관련 콘텐트를 사서 쓰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4만 개 정도 됩니다. 그럼 621만 개 기업은 네이버 무료폰트를 쓴다는 얘기인데요. 기업이 나빠서가 아니라 ‘가격’이 비싸서 그래요.”

지난해 12월 강남구 도곡동 오지큐(OGQ) 본사에서 만난 신철호(46)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저작권 보호 인식이 과거보다 일반화됐다지만, 문서 작성할 때 20만원짜리 사진을 사서 쓰라는 관리자는 없을 것”이라며 “OGQ는 수많은 기업이 개인의 저작권을 쉽게 구매하고, 창작의 문턱을 한껏 낮춰 서로 어우러지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덧붙였다.

‘소셜 크리에이터 플랫폼’인 셈이다. 네이버, 아프리카TV도 그의 곁에 섰다. 2017년 네이버가 75억원, 2019년 아프리카TV도 50억원을 투자했다. 단순히 투자만 한 게 아니라 각 플랫폼에서 스티커, 이미지, 동영상, 폰트, 음원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트를 공유하는 마켓 운영도 OGQ에 맡겼다. 신 대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에도 나섰다. 2018년 네이버의 창작 콘텐트 판매 사업 부문인 ‘그라폴리오마켓’을, 2019년 이모티콘·스티커 제작·유통 플랫폼인‘리슨소프트’를, 지난해에는 외상결제가 가능한 인플루언서 커머스 플랫폼 ‘우먼스톡’을 인수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 저작권 콘텐트를 보유한 게티이미지코리아와도 2019년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버 이용자들은 블로그, 스마트에디터 등에서 글을 작성할 때 이곳 콘텐트를 사용할 수 있다. 이제 OGQ는 명실상부 1500만 명에 육박하는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OGQ는 지금처럼 규모를 키우기 전에도 작지만 나름 잘나갔다. 2011년 5월 내놓은 배경화면 설치용 앱 ‘백그라운드(backgrounds)’는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2억 건(버전1, 버전2, HD 포함)이 넘는다. 앱을 출시한 그해 안드로이드 무료 앱 분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것도 저작권 걱정 없이 누구나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바꾸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신 대표도 회사만큼이나 유명한 인물이다. 1999년 사이버 정치인 증권시장인 ‘포스닥’을 선보였다. 사이버 증시에 상장된 정치인을 대상으로 가상 주식거래를 하는 사이트였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NHK·BBC 등 해외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스타가 됐다. 투자금도 쏟아졌지만, IT 버블 붕괴와 직원 횡령 사고로 회사는 어려워졌다. 재기할 기회를 얻어 OGQ를 설립해 연쇄 창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신 대표가 OGQ로 그리고자 하는 바가 뭘까. 그는 앞서 한 설명을 이어갔다.

OGQ는 소셜 크리에이터 플랫폼이라고 했다. 기존 플랫폼과 뭐가 다른가.

크리에이터와 플랫폼을 직접 연결한다는 점이다. 시대는 에이전시를 사라지게 하고 OGQ 플랫폼은 직거래를 만든다. 에이전시는 판매만을 대행하고, 창작자와의 소통은 차단한다. 수익 구조를 보면 에이전시는 어느새 유통 플랫폼화돼 있고, 판매 수익의 70% 이상을 가져간다. 이런 구조가 유지되는 건 개인이 자신의 창작물을 제대로 팔 곳을 못 찾아서다. 우리는 십수 년간 이어진 수익배분 헤게모니를 깨려고 한다.


가격이 문제라는 지적도 했다.

그렇다. 너무 비싸다. 저작권이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이라지만, 직원이 발표 자료를 만들 때마다 20만원짜리 사진을 여러 개 쓴다면 개인 면담(?)을 하겠다.(웃음) 대다수 기업이 저작권의 중요성을 알지만, 선뜻 유료 구매를 권장하지 못하는 건 비싼 가격 때문이다. 일부 유통 플랫폼은 가격을 내리기보단 기업과 장기계약을 맺는 쪽에 집중하기도 했다. 개인은 창작자 대접은커녕 유통시장에서도 소외되기 일쑤였다. 과연 개인이 구매력이 없을까. 정말 무료만 원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개인도 요새 유료 콘텐트를 많이 사는 것 같던데.

그렇다. 데이터로도 입증됐다. 2018년 네이버에서 사용자들이 무료 음원이나 폰트를 5억 번 넘게 내려받았다. 그때 OGQ마켓도 열었고, 개인은 370만 개 넘는 콘텐트를 사 갔다. 개인이 무료 콘텐츠만 원하거나 고의로 불법 컨텐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플랫폼이 그런 환경을 제공하지 않아서 였다고 확신했다. 더 나아가 우리는 크리에이터와 연결하는 시장을 생각했다.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잃게 될까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하면 직거래하라고 열어버렸다. 물론 OGQ를 쓰는 메리트를 주면 분명 창작자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릴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메리트가 있나.

콘텐트 영역을 확 늘렸다. 일단 네이버 OGQ마켓을 보자. 당장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볼 수 있는 마켓에 스티커, 이미지, 음원, 컬러링시트, 상품 코너를 마련했다. 아프리카TV OGQ마켓도 큰 틀에서는 같다. 우선 스토리탭을 앞 단에 배치했다. 우린 창작자를 특정하지 않는다.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창작자로 나선 계기, 창작하려는 이유, 무엇이 그에게 영감을 줬는지 등 스토리로 경험 공유의 장을 만든 이유다. 창작 콘텐트를 입힌 스마트폰 케이스, 머그컵, 파우치 같은 굿즈도 팔 수 있게 했다. 재고 없이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제작해 배송하는 식이다.

보통 창작자가 실용실안을 등록하는 등 저작물 보호 조치를 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

그렇다. 우리는 이걸 통으로 해결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공식저작권등록기관이 되는 사업을 신청하여 OGQ 마켓이 등록 기관이 되었다. 적용분야는 이모티콘, 이미지, 일러스트레이션 등 콘텐트 전반이다. OGQ마켓에 창작물을 올리는 순간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네이버와 아프리카TV 외 다른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가.

가능하다.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오픈해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스냅챗, 라인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정 플랫폼이 제작 툴에 연동한다면 그곳에서 OGQ마켓 내 이모티콘, 스티커, 이미지를 끌어다 쓸 수 있다. OGQ마켓 한 곳에만 올려도 우리 API를 쓰는 플랫폼 마켓에 자연스레 노출되는 효과를 거둔다. 플랫폼을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단순히 이모티콘이나 이미지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창작의 벽을 낮추긴 힘들지 않나.

좀 더 쉽게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툴을 개발 중이다. 그림도 못 그리고, 폰트란 개념도 잘 모르는 창작자가 스티커 하나를 만든다 치자. 제작 툴 내에서 다양한 이미지와 폰트를 조합해 자신만의 스티커를 만들 수 있다. 음원도 유튜브에서 원음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저작권법에 저촉되지만, 이걸 악기를 달리해 악보 조합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곡이 된다. OGQ에서는 악보를 몰라도 새로운 음원도 만들 수 있다. 목소리도 돈이 되는 세상이다. 본인이 500개 문장을 읽어 학습시켜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 키워드만 입력하면 영상 콘텐트를 정밀하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도 거의 개발된 상태다.

네이버에서 어떻게 투자 받았나.

2015년 한 언론사 자문위원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만났다. 그 인연으로 네이버 그라폴리오마켓을 인수하고 싶다며 찾아갔다. 보통 스타트업이 네이버에 투자해달라고 가지, 사업 부문을 인수하겠다며 찾아가는 일은 없다. 네이버 입장에서 황당한 일일 수 있었다. 당시 해외 투자사를 섭외해둔 터라 OGQ가 그리는 방향대로 사업을 펼치려면 네이버 그라폴리오가 있어야 했다. 고심하던 네이버는 투자할 테니 플랫폼을 같이 꾸려가자고 제안했다. 아프리카TV도 같은 맥락에서 투자했다. 그만큼 관련 사업자들이 저작물이 수많은 플랫폼에서 다양한 형태로 거래되는 사업에 기대가 크다.

해외 투자사를 섭외했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나.

그렇다. OGQ란 이름도 오픈 글로벌 퀘스천(Open Global Question)의 첫 글자를 땄다. 공개, 글로벌, 질문을 통한 세상 탐구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첫 타깃 시장은 중국이었다. OGQ차이나라는 회사로 중국 시장 공략을 준비할 때였다. 자금이나 사업적 조언이 절실했다. 외국 친구를 통해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연락처를 알게 됐고 접촉을 시도했다. 한 달 뒤 손정의 회장이 문규학 소프트뱅크 대표에게 메일을 보내 협업할 수 있었다. 투자는 다른 곳에서 받기로 약속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밖에도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텀블러’의 데이비드 카프 CEO와 글로벌 이미지 공유서비스업체 ‘셔터스톡’의 존 오린저도 직접 찾아가 협업을 끌어냈다.

그들이 순순히 만나주던가.

절대 그렇지 않다. 존 오린저와 만나기까지 몇 년은 걸린 것 같다.(웃음) 셔터스톡 본사에 가서도 처음에는 문전 박대를 당했지만, 결국 마이클 레슬러 부사장이 실무자를 데려와 한참 회의했던 기억이 난다. 비결이 있다면 ‘절실함’ 아니겠나. 내가 가치 있다고 또 진심으로 믿는 일이 있다고 다가가면 결국 ‘저 사람이 절실하구나’라고 알아봐줬다. 내 진심을 스스로 알았다면 시작한 사업은 끈기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숱한 수정과 습관처럼 이어질 노력은 필수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도 매년 10만 번 넘게 수정실험을 하며 성장한 기업들이다. 그렇게 묵묵히 가다 보면 은인(?)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실패의 아픔을 크게 겪은 것으로 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앞서 말했던 포스닥은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100억원 이상 투자 하겠다는 이가 줄을섰다. 당시 어리석었던 난 더 큰 투자를 노려 대부분 거절했다. 학부 3학년 1학기 때 제적당하고, 사업에 더 몰두했다. 서울시 포털시스템, 산업자원부·해양수산부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고, 연 매출 86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IT 버블이 꺼지고 직원이 수십억원을 횡령하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찜질방을 전전하며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IPTV 관련 사업을 하던 후배 일을 도왔는데, 회사가 팔리면서 지분을 챙겨줬다. 그 돈으로 빚도 갚고, 카이스트 기술경영학 석사과정에 들어가 공부하며 새 사업을 구상했다. 그때 만난 개발자 동기와 차린 게 OGQ다. 모두가 고마웠다. 지금도 우리 직원뿐만 아니라 도전하는 모두가 동지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친숙한 세상이다. 숱하게 흥하고 망하는 업계.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 CEO를 위해 조언한다면.

직접 조언할 단계에 있지 않다. 다만, 내가 번역했던 랜디코마사의 『승려와 수수께끼』의 구절 몇 개를 소개하고 싶다.

“일단 창업을 하고 나면 시장에 대한 정보와 경쟁업체들이 넘쳐날 것이다. 이를 훑어가면서 흐름과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심지어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팀원은 불확실성과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행운과 함께 오는 성과가 아니라 얼마만큼 실력을 발휘하느냐를 성공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 외부 여건을 통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사업으로 얼마나 성공을 거뒀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그 토대를 두어라.”

실패는 늘 그렇듯 우리 삶을 시험하는 것 같다. 가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끈기 있게 밀고 나가면 좋겠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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