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기대치는 낮을수록 좋다 

 

동료들에게 종종 하는 말 중에 ‘만족은 기대분의 경험이다’가 있다. 당연히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좋은 경험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때로는 적절한 기대치를 세팅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있다는 뜻이다.
1. 일론 머스크는 창업하기 전에 하루 1달러로 살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생각처럼 사업이 잘되지 않더라도 본인이 행복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그는 핫도그와 오렌지주스만으로 한 달을 버텨도 그럭저럭 재밌게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 일론 머스크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가로서 수많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2.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을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잃지 않았던 이들은 함부로 희망을 품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삶의 존엄을 지켜주는 태도는 ‘이때쯤이면 나갈 수 있을 거야’보다는 ‘오늘 하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좋을까’였다는 것.

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가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서로 부대끼고 잔 부딪치며 면대면으로 시시콜콜한 것들을 나누던 삶이 송두리째 도려내지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누군가는 마음의 굳건함과 얼굴의 미소를 잃지 않는다. 담담하게 일상을 쌓아나가며 계속해서 삶을 전진해나간다. 우리 시대의 일론 머스크와 빅터 프랭클 같은 사람들이다.

동료들에게 종종 하는 말 중에 ‘만족은 기대분의 경험이다’가 있다. 당연히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좋은 경험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때로는 적절한 기대치를 세팅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있다는 뜻이다. 고객이 독서모임 한 번에 모든 진리를 깨우치고, 일생일대의 인연을 만나기를 기대하도록 한다면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가 될 수 없을 것이다(그렇다, 우리는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회사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이 만족스러우려면, 좋은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랄 걸 바라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삶은 가끔 우리에게 예고 없이 코로나와 같은 비극을 선물할 테니까. 내 주위의 단단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래야’ 행복한 게 아니라 ‘이래도’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회사라고 다를 건 없어 보인다. 사업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 같다. 충분히 소박하고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경영 상황이 변해 참으로 호사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면, 이른바 BEP를 낮출 수밖에.

개인의 삶이든, 기업의 경영이든, 그리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든, 지금의 시대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의 기대치는 적절한가?’

-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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