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진심이 주는 힘 

 

일명 ‘호떡 노점상 시절’ 느낀 ‘진심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학 시절 호떡 노점상 경험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미디어 인터뷰를 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항상 듣는 질문이다. 기간으로 따지면 호떡 노점상은 군대 가기 전까지 한 학기 정도 했고 이후 15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돈벌이에 관심이 많았다. ‘돈’이 목적이었으나, 동시에 ‘돈’ 자체나 ‘돈 불리기’가 아닌 ‘경영 성공 방법’을 현장에서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친구와 패기 있게 도전한 노점상은 소위 말해서 대박이 났다. 서울에서 맛보지 못했던 생소한 부산 ‘씨앗호떡’을 메뉴로 선정했는데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호떡을 기다리는 동안 먹을 수 있는 어묵도 함께 판매해 매출은 그야말로 고공 행진을 했다. 하지만 시련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당시 노점상은 지역별로 노점상협회의 관리하에 운영됐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던 우리는 지역 질서를 흐트러뜨린 장본인이 되어 있었다. 그때 학교 관계자와 학생회가 ‘경영학도로서의 경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 발 벗고 나서주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의 도전과 노력을 존중하겠다는 말과 함께 겹치는 메뉴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장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진심 어린 마음이 통한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뱅크샐러드 서비스를 론칭했을 때, ‘고객이 본인의 데이터로 더 나은 금융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의 비전에 맞춰 모든 서비스를 준비했다. 당시에는 카드 추천 서비스만 진행했기 때문에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상품 정보를 고객에게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서비스 고도화의 관건이었다. 매월 200여 명이 넘는 금융사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아마 당시 금융사 입장에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들을 경계 대상으로 오해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사와 힘을 합쳐 고객 만족이라는 공통 미션을 성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것을 많은 금융사가 고객의 더 나은 금융 라이프를 위해 힘을 합쳐주길 바랐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함께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처음 전달했던 그날, 대기업 카드사가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었다. 뱅크샐러드가 만들고자 하는 진심이 통한 순간이었다.


혹자는 ‘진심만으로는 경영할 수 없다’고 하지만 진심이 주는 힘은 실로 대단하다. 또 사업체를 이끌어오면서 경험했던 숱한 위기 상황에서도 나를 바로 설 수 있게 해준 버팀목이기도 하다.

-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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