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한국에 벤처와 벤처캐피털 개념이 닷컴열풍과 함께 생겨난 이후, 인터넷 혁명, 모바일 혁명을 거쳐서 인공지능 혁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생활 전반의 혁신을 가져오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매우 빠르게 성장해왔다.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외부 제3자 관점에서 최근 들어 종종 아쉬움을 표하는 점 중에 하나가 바로 엑시트(Exit)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체의 혈액순환과 마찬가지로 돈이 돌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들의 엑시트도 매우 중요한데, 현재 한국의 생태계는 엑시트가 잘 안 되고 있다는 내러티브가 이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하다 싶을 정도로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주제 중 하나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엑시트는 절대 목표가 될 수 없으며,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며, 생태계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 가운데 가장 후행 지표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싶다.엑시트(Exit)라는 것은 사실 그 의미가 매우 변질되어 있다. 어떤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높은 가격에 매각되었다고 치면, 많은 이가 그 스타트업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엑시트를 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제야 그 스타트업을 거대한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것이므로, 그 대기업에도 엑시트에 대한 관점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또 어떤 스타트업이 잘 성장해 상장하게 되었다는 뉴스와 함께 종종 따라오는 것이 창업자나 투자자들이 엑시트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창업자는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 수 없게 되어 있어 엑시트가 불가능하며, 투자자들도 그 스타트업의 주식을 매각하며 엑시트했을지 몰라도, 그 반대편에는 어떤 개인이나 자산운용사 등 그 주식을 매입한 주체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그 자산운용사의 주요 출자자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 등이라면, 이들의 미래 엑시트 또한 매우 중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