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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리셀링, 새로운 변화를 입다 

 

의류 산업의 가장 뜨거운 트렌드로 떠오른 중고 리셀링. 대형 브랜드들은 골치 아픈 일은 피하면서도 추가 수익을 누리기 위해 힘든 작업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 작업을 대행하는 소규모 스타트업 트로브는 엄청난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일 대형 상자 수백 개가 화물 운반대에 실려 들어오면 작업자들이 군단처럼 달려들어 내용물을 쏟아낸다. 안에는 항상 놀랄 만한 제품이 숨겨져 있다. 더는 몸에 맞지 않는 아크테릭스 겨울 코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종주할 때 신었던 파타고니아 부츠, 충동적으로 구매해 입지도 않은 테일러 스티치의 가죽 재킷 등 누군가에게는 쓰레기가 된 물건들이 여기서는 보물 취급을 받는다. 어떤 것도 숨길 수 없는 밝은 조명 아래서 작업자들은 착색이나 소매 보풀처럼 아주 작은 흠까지 찾아내 기록하고 진품 여부를 확인한다. 기준을 다 통과한 제품은 깨끗이 클리닝하고 사진을 찍어서 아이템별로 온라인에 올릴 준비를 한다.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자리한 7432㎡ 면적의 이 의류 창고는 지금 시장을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앞으로 일어날 지각변동을 준비해야 하는 리테일 시장에서 브랜드 리셀러로 자리 잡은 트로브(Trove)의 중추신경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합니다.” 9년 전 트로브를 공동창업한 앤디 루벤(Andy Ruben, 48) CEO가 말했다. 트로브는 보통 빈티지 가게에 전당물로 나오거나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는 중고 제품으로 고객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필요한 업무를 대행한다. “리셀링을 완성해서 주는 거죠.”

루벤은 파타고니아, 레이, 리바이스, 아크테릭스, 테일러 스티치, 아일린 피셔의 리셀링을 막후에서 진행한다. 브랜드들은 트로브와 손잡고자 줄을 서고 있다. 트로브는 현재 15개 브랜드와 논의를 진행 중이며 올해 매출은 2020년 2000만 달러보다 2배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로브는 제품 수령과 리셀링을 위한 준비부터 온라인 업로드, 브랜드에 맞는 정품 포장, 배송까지 리셀링의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딱히 끌리지 않는 새로운 리테일 트렌드 ‘중고거래’에 올라타기 위한 원스톱 협력업체다. 280억 달러 규모의 중고거래 사업은 2024년까지 2배 이상 성장해서 6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샌프란시스코 온라인 중고거래 중개배송업체 스레드업(ThredUp)은 밝혔다. 중고거래는 차세대 쇼핑객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Z세대 소비자 대다수는 중고 제품 구매에 거부감이 전혀 없으며, 40%는 이미 중고 의류나 신발, 액세서리를 구매해본 경험이 있다.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중고거래에 대한 의류업체들의 갑작스러운 호응을 보며 당혹스러운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쇼핑객들은 ‘반드시’ 최신 패션을 따라가야 한다는 믿음을 퍼뜨리며 이익을 누려왔는데 갑자기 왜 태세를 전환한 걸까? “처음에는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자신들도 중고거래에서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음을 깨달은 거죠. 항상 새것만 팔 필요는 없다고 느낀 겁니다.”『패션 국가: 패스트 패션의 대가와 의류의 미래(Fashionopolis: The Price of Fast Fashion and the Future of Clothes)』를 쓴 다나 토마스의 말이다.

마케팅에 적합한 리셀링 신조어들도 벌써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리-커머스(re-commerce)’다. “리-커머스 사업은 여러 방면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모든 기준에 부합한다”고 레이의 중고 리셀링 사업 총책임자인 켄 뵐러가 말했다. 레저 상품을 판매하는 소비자협동조합 기업 레이는 기존 회원들보다 나이는 10~20살 어려도 구매 금액은 2배 많은 젊은 고객들 덕분에 리셀링 사업의 규모가 지난해 2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들 젊은 고객 중 하나가 바로 25살인 케빈 그리펜이다. 인디애나 출신인 그는 입법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던 그는 평소에는 비쌌던 가격이 조금 내려갔을 것으로 희망하며 파타고니아 사이트를 방문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서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중고 의류와 장비를 광고하는 배너를 먼저 보고 중고 제품을 둘러보게 됐다. 브라우징 끝에 그는 매장에서 140달러에 판매되는 블루 집업 스웨터 중고 제품을 80달러에 구매했다. 얼룩이나 손상 없이 새 제품과 다를 바 없는 스웨터는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배송됐다.

리셀링의 가치

그리펜은 “재활용으로 환경보호에 일조했을 뿐 아니라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게 되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의류를 판매하는 레이의 중고 의류 매출은 2019년 40% 성장하며 회사의 전체 매출 8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트로브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 수년간 생산업체와 판매업체를 제외하고 독자적으로 중고거래를 진행해온 온라인 중고거래 중개 사이트들도 최근 브랜드 및 리테일러와 함께하는 리셀링 사업을 시작하면서 경쟁이 극심해졌다. 지난 10월 비밀리에 IPO 신청을 마무리한 스레드업은 월마트와 메이시스, 갭을 비롯한 기업들과 손잡고 구매객들이 특정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중고 의류를 거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스트를 시작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2019년 상장사로 전환한 명품 온라인 판매 사이트 ‘더 리얼리얼’도 2020년 구찌와 함께 유사한 중고거래 테스트를 시행했다. 반면에 최근 IPO를 진행한 온라인 중고 의류 장터 포시마크는 3200만 명에 이르는 활성사용자들이 15달러짜리 제이크루 스트라이프 티셔츠부터 300달러짜리 토리버치 핸드백에 이르는 각종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중개 역할을 하는데 만족한다.

트로브는 이들보다 몸집은 훨씬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처리 물품의 수는 지난해 3배 증가해서 60만 개를 기록했으며,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뿐 아니라 프리루드 벤처스, DBL 파트너스 등 지속가능한 투자 기관으로부터 4500만 달러를 모집했다.

루벤은 “새 제품과 중고 제품을 구분하는 전통적인 기준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트로브를 창업하기 전 루벤은 월마트에서 지속가능성 이슈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로 일했다. 월마트가 환경운동가들로부터 마구잡이로 공격을 당하던 시절이다.

그는 월마트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서 2008년에는 ‘샘 M. 월튼 올해의 기업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노력이 실질적 변화를 전혀 일으키지 못했다는 데 허무함을 느꼈다. 플라스틱 포크에 들어가는 합성수지의 비율을 13% 줄였더니 판매량이 2배 늘어나 오히려 환경에 부담을 주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루벤은 “회사 입장에서는 축하할 만한 일이었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악화되고 있었죠”라고 말했다.

2012년 그는 결국 월마트를 떠나 트로브(첫 이름은 여들(Yerdle))를 창업했다. 그와 함께 창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1996년 23살 나이에 환경운동연합 시에라 클럽의 최연소 회장으로 임명된 아담 워바크와 자동차 공유 기업 집카(Zipcar)의 초기 직원이었던 칼 타시안이다. 처음에는 소비자들이 더는 쓰지 않는 제품을 스스로 사이트에 올리고 다른 중고 물품들을 구매하는 P2P 온라인 중개 마켓 형태였다. 이용자 수는 200만 명으로 늘어났지만, SNS 광고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었고 양질의 중고 제품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루벤은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을 뒤지다가 브랜드 제품을 발견했을 때 고객들이 가장 기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2016년 온라인 중개 사이트의 문을 닫았고, 중개 사업은 포시마크와 스레드업, 더 리얼리얼에 넘겨주기로 했다. 대신 그는 브랜드나 리테일러들이 자사 중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대행하는 주문자상표부착 위탁 서비스에 집중했다. 타시안은 2015년 회사를 떠났고, 1년 뒤 퇴사한 워바크는 현재 아마존에서 지속가능 쇼핑을 총괄하고 있다.

루벤이 처음으로 확보한 고객은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트로브와 함께 2017년 온라인에서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원 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중고 제품을 반환하는 고객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고 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트로브가 운영하는) 의류 창고로 직행한 이들 제품은 새 단장을 마치고 (트로브가 구축한) 웹사이트에서 리셀링됐다.

그러자 다른 브랜드들이 뒤를 이었다. 손상이 거의 없는 아일린 피셔의 중고 퀼트 코트는 원래 가격 440달러에서 대폭 할인된 225달러에 판매된다. 일반 매장에서 170달러에 판매되는 레이의 중고 등산화 가격은 절반 가까이 떨어진 89달러다. 10월에는 리바이스 매장에서 대학생 때 입다가 몸에 맞지 않아서 옷장에 수십 년간 처박아둔 중고 청바지를 들고 오면 새로운 청바지 가격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 1년간 트로브에 대행을 맡긴 리테일러들은 새 제품과 다를 바 없는 중고 제품 거래에서 순수익을 내고 있다. “그냥 무시하면 되는 흐름이 아닙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리테일 애널리스트 플라비오 세레다는 말했다. “싸워서 되는 게 아니에요.”

루벤은 물량 면에서 브랜드와 리테일러의 리셀링이 온라인 중고 장터에서의 거래를 빠르게 제압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용감한 예언일 뿐 결과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시장 트렌드는 그의 편이다. 대기업들이 골치 아픈 리셀링 사업을 기꺼이 아웃소싱하려 하기 때문이다. 루벤은 “이제는 이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브랜드 기업들을 설득할 필요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1년에 몇 번 받을까 말까 하던 의뢰 전화는 요즘 수백 통씩 들어온다. “이제는 중요하다는 걸 기본으로 깔고 이 흐름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를 논의하는 단계입니다.”

※ How To Play It - 투자자들이 리-커머스 트렌드에 참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품 인증을 받은 중고 명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에 투자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더 리얼리얼은 명품 의류와 시계, 보석뿐 아니라 인테리어 아이템까지 중고거래 할 수 있는 온라인몰이다. 판매자들이 물품을 더 리얼리얼에 보내서 감정을 받으면, 회사는 위탁 수수료를 받고 마케팅과 판매를 지원한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더 리얼리얼의 2020년 3분기 매출은 781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4% 하락에 그쳤으니 훌륭하게 선방한 셈이다. 경기회복에 접어들면 강하게 반등하는 종목인 만큼 코로나19 기세가 수그러들면 주가는 4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가가 26.97달러니까 상승 여지가 44% 남은 셈이다. - 존 D. 마크맨(Jon D. Markman)은 마크맨 캐피털 인사이트 사장이자 포브스 투자 뉴스레터 패스트 포워드 인베스팅의 편집자다.

※ 절약의 황태자... 앤디 루벤 트로브 CEO는 브랜드들이 리셀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리셀링의 성장과 중요성을 생각해봤을 때,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건 아주 위험한 결정이죠.”

※ 제2의 시작... 트로브 창고에서는 직원 300여 명이 의류 수천 점 중에서 차별화된 아이템을 찾아 리셀링용으로 재단장한다. 이들 중고 물품의 평균 판매 가격은 60달러가 넘는다.


- LAUREN DEBTER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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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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