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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 

살고 싶은 집 찾아주는 철학도 

한국 부동산 시장을 선진화하는 데 프롭테크 업체의 힘이 컸다. 중개부터 투자, 설계, 시공 등 투명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이 해소됐다. 다방은 여기에 ‘전자계약’이란 기치를 내걸었다. 온라인에서 부동산 매물의 상태부터 권리관계까지 전부 확인할 수 있다.

▎ 사진:다방
“안타깝습니다. 집값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많이 올랐어요. 임차인과 임대인, 중개인 등 부동산 거래 주체 모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나 원룸·월세로 부동산 거래를 처음 경험하는 젊은 층 입장에서는 더 그럴 겁니다. 우리가 부동산 시장 주요 접점을 전월세로 잡은 이유이고, 올해 전자계약 서비스를 기반으로 괜찮은(?) 매물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지난 3월 3일 서울 서초동 스테이션3 본사에서 만난 한유순(40) 대표가 최근 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스테이션3는 프롭테크(정보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 서비스인 ‘다방’을 운영한다. 다방은 국내 앱 다운로드 수 2300만 건(2021년 2월 기준), 월 사용자 500만 명을 넘어서며 국내 프롭테크 서비스 1, 2위를 다투고 있다. 수년간 임대차 계약 관행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특히 원룸이나 투룸 정도는 발품 팔며 중개업체 말만 믿고 계약하는 일은 드물어졌고, 계약 사고도 크게 줄었다. 한 대표는 “다른 업체는 아파트와 오피스·상가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부동산 전자계약 솔루션을 원룸 관련 서비스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지는 그의 경험과 닿아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철학과를 졸업한 한 대표는 한국에서 자취생활만 10년 넘게 한 발품 팔이(?) 베테랑이다. 수십 번 이사하면서 서울에서 원룸이란 원룸은 죄다 살펴봤다. 창업 전 직장에 다닐 때 아무리 바빠도 다시 집을 구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당시에도 다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있었지만, 허위 매물이 꽤 많았다.

한국 부동산 업계 현실이 그랬다. 부동산 플랫폼에 주소와 사진을 너무 자세하게 올리면 다른 공인중개사한테 매물을 뺏길까 염려돼 온라인에는 미끼 매물만 올려놓은 식이었다. 한 대표는 2013년 역삼역 3번 출구에 사무실을 얻고, 회사명도 ‘스테이션3’라고 지었다.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방 사진을 찍어 올리게’, ‘모바일 앱이 우선’, ‘신뢰할 수 있는 매물 정보’ 등 3가지 원칙으로 다방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대표가 그렇게 달려온 지 9년, 올해 전자계약 솔루션으로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부동산 시장은 보수적이다. 전자계약이 정말 새로운 화두가 될까.

그렇다.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거나 온라인 임대차계약서를 쓰는 수준이 아니다. 공인인증서가 있어도 부동산 전자계약은 너무 복잡했다. 중개인 컴퓨터에 임대인과 임차인은 물론, 중개인 공인인증서까지 있어야 전자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누가 이렇게 하겠나. 차라리 신분증을 서로 확인하고, 종이 계약서에 날인하는 게 낫다. 하지만 지난해 공인인증서가 폐지됐고,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부동산 계약도 온라인으로 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봤다.

그래도 부동산 계약인데… 온라인으로 계약할지 모르겠다.

종이 계약서를 전자문서화하는 수준이라면 애초 시작도 안 했다. 다방은 전자계약이라는 수단을 통해 검증한 매물을 골라 계약하고 송금하는 전 과정을 아우르고자 한다. 검증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 수압이나 소음도 봐야 하고, 뜨거운 물은 잘 나오는지, 변기는 이상 없는지, 관리비가 터무니없이 비싼 건 아닌지 등 말이다. 호텔을 예약할 때는 통합 플랫폼에서 사진과 평점을 보고 예약하면 되지만, 최소 1년 이상 살 집은 좀 더 꼼꼼하게 봐야 하고 전자계약은 모두를 통할한다. 우리는 입주 날짜가 정해지면 스마트폰으로 현관 비밀번호까지 전송해준다. 진정한 비대면이다.

전자계약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모두가 수혜자다. 다방의 주요 고객인 원룸·투룸 월세 세입자가 큰 혜택을 받게 된다. 임대차 시장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앱에서 보고 집을 찾아갔는데, 방금 계약된 매물이거나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다. 바로 ‘허위 매물’ 이슈다. 모든 부동산 플랫폼 업체가 겪는 일이다. 적절한 가격인지, 사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공간인지 등 부동산 계약을 처음 하는 이는 따져봐야 할 게 많다. 다방은 전자계약을 통해 물건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다방의 ‘인증매물’ 같은 식이다. 중개사 입장에서도 전자계약을 활용하면 코로나19로 방문자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방도 어려웠겠다.

매출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중개사를 직접 찾는 고객이 줄어서 그렇지, 실제 계약 체결 건은 비슷하다. 만약 우리가 전자계약 솔루션을 몇 년 전부터 서비스해왔다면 훨씬 더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8월 말부터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돼 허위 매물 규제가 강화됐다.


방향성은 맞다. 아직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규제가 다르고, 중개법인이 둔 보조원을 어떻게 볼 것인지 등 따져볼 게 있긴 하지만 허위 매물을 줄이려는 노력에는 찬성한다. 실제 우리도 창업 초기부터 허위 매물을 걸러내는 데 노력해왔다. 지난해 4월 ‘매물확인 메신저’를 출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사용자는 이 메신저를 이용해 현장 방문 전에 매물이 거래 가능한지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확인할 수 있다. 다방 앱 유저가 물어보면 우리가 매물을 48시간 이내 확인하고 답을 해주는 식이다. 중개사가 ‘계약 불가’라고 하거나 답하지 않으면 앱에서 노출하지 않는 식으로 페널티를 준다. 부동산 매물이 사진과 실물이 같은 조건인지, 허위 매물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 사내벤처 아이쿠와도 양해각서를 체결해 부동산 전문기술과 관련 빅데이터를 상호 교환하고 거래 플랫폼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전자계약을 추진하면서 힘든 점이 뭐였나.

계약 상황에 따라 경우의 수가 늘어나는 게 문제였다. 대략적인 전자계약 형태를 하나 꾸리는 데 고려하는 상황이 40여 가지나 됐다. 임대계약이 전대차이거나, 임대인이 개인 또는 사업자일 경우도 계약서는 달라진다. 다시 그 안에서 대리나 복대리가 이뤄지면 또 달라진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법인이 임대 매물을 내놓으면 법인 인감도 필요하고 상당히 복잡하더라. 하지만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면 송금부터 대출 심사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경쟁사들도 전자계약을 준비하지 않나.

경쟁사가 있긴 하지만, 인터넷 도장 등 개인 인증에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계약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3~4년 전부터 준비하면서 겪은 문제나 시행착오가 많다. 경쟁사가 비슷한 걸 생각한다고 해도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기에 다방이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중개도 가능하겠다. 중개사들이 싫어할 텐데….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개사들은 다방의 성장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중개사도 고충이 많다. 전단을 만들거나 온라인·모바일 광고에 드는 돈이 상당하고,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가 많이 든다. 전자계약을 도입하면 이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새벽에도 월세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 허위 매물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현재 광고 플랫폼의 한계도 넘어설 수 있다.

전자계약 수수료는 누구에게 내나.

법적으로 중개인이 아니면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전자계약도 마찬가지다. 일단 광고 플랫폼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탈바꿈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등기부등본 열람이나 권리 분석 솔루션 등 각종 정보제공 사업까지 전자계약 도입 이후 할 일이 많다.

전자계약 활용 영역이 넓어질 듯싶다.

그렇다. 특히 기업형 임대사업에서는 계약 과정이 훨씬 복잡하다. 법인 간 전자계약 처리가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법적인 분쟁 상황이 줄고, 로펌 의존도도 크게 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차차 전자계약 솔루션을 찾는 이가 늘어나리라 본다.

창업 전에 게임사에 다녔다고 들었다. 첫 창업 분야를 게임이 아니라 부동산을 택한 이유가 있나.


대학 졸업 후 2008년 귀국해 게임빌 해외 사업팀에서 일했다. 그리고 2010년 게임 하이(현 넥슨지티) 해외사업팀, 2011년 사이버메드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쳤다. 개발자는 아니었지만, 게임사업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실제 게임사를 차리고 싶기도 했다. 마음이 맞는 개발자가 다른 회사를 창업하면서 길이 엇갈렸지만, 창업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였다. 당시 게임 아이템을 온라인에서 많이 거래했는데, 부동산 매물도 가능하다고 봤다. 스마트폰으로 현장 매물을 찍어 바로 올려 거래하면 굳이 모델하우스가 왜 필요한가 싶었다. 자취하면서 방 구하러 다녀본 경험이 많아 자신 있었다. 허위 매물이라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

처음 시장 반응은 어땠나.

처참했다. 스테이션3 창업 멤버 3명이 영업을 다녔다. 부동산 카페에 광고도 올리고, 지역마다 중개사 연락처를 확보해 찾아가 설득하고 매물을 찾았다. 거의 기획부동산 수준이었다. 당연히 중개사들은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물론 2년 후쯤 한 중개업자가 투자하겠다며 1억원을 입금해주기도 했다. 곧바로 돈이 잘 벌려서 새로운 아이템을 하자고 했는데 현실은 완전 달랐다. 창업 초기 수많은 중개사 사무실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너희 같은 애들 한 달에 두세 팀은 온다”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아… 우리만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부터 갖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사무실 유지도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당시 창업 멤버 중 결혼해서 애가 둘인 이도 있었는데 1년간 월급 한 푼 못 받았다. 당시 매물 의뢰가 들어오길 고대하며 알람을 설정해두었는데, 한 달간 한 건도 없었다. 있어도 테스트했던….(웃음) 그렇게 1년쯤 지나고 하루에 100개씩 매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창업 2년 차부터는 유료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았나.

이제서야 얘기지만, 다방이 안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은 없다.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사무실 한쪽에 간이침대를 두고 창업 멤버들과 함께 치열하게 다방의 발전 방향을 논했던 그때가 더 그립다. 한국 창업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뛰어난 인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8시간 근무하며 워라밸을 해야 하지 않냐고 말한 직원이 있었다. 그때 “남들 30~40년 벌 돈을 5년 정도에 벌려면 수십 시간을 일해도 힘들다. 8시간이 좋다면 차라리 공무원을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다소 과격한 말일 수 있으나 창업은 만만한 게 아니다. 다 걸어야 한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경쟁사와 갈등이 좀 있었다.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던 차에 중개사에게 압박을 가해 다방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한 기억이 난다.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여기저기서 독촉장과 내용증명이 날아오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6개월 후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어려운 시기였다. 다방페이란 서비스도 기억난다. 임대소득을 카드로 받으려고 했는데 수수료가 임대인에게만 부과됐고, 임대사업자 등록자도 많지 않았다. 현실과 동떨어져 접었던 서비스다.

인터뷰하면서 한 대표는 대학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의 추억을 떠올렸다. 게임사에서 부동산 플랫폼 CEO로 자리 잡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수년간 겪은 굴곡 덕분인지 부동산 분야에서 나름의 사명감과 신념도 생겼다.

“처음에는 원룸이나 투룸을 쉽게 찾아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돈벌이를 떠올렸죠. 하지만 창업 9년 차인 지금 돌이켜보니 많은 이가 방을 찾다가 상처를 많이 받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검증된 매물의 의미를 확장하는 순간이었죠. 1인 가구도 충분한 공간과 조망이 필요합니다. 1인이니까 마냥 좁고 허름한 곳에서 살아도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전자계약으로 엮을 ‘인증매물’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매물을 꼼꼼히 따져 골라 내놓을 생각입니다. 다방이 꼭 머물고 싶은 집을 찾아드리겠습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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