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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11) 게임스톱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미국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게임스톱(Gamestop)’이라는 기업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1984년 창립된 이 회사는 다양한 콘솔 게임기와 게임 디스크를 오프라인에서 유통하는 판매 체인이다.

▎지난 2020년 말 폐업을 앞둔 미국 플로리다주의 게임스톱 매장.
게임스톱은 1990년대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불었던 콘솔게임 열풍을 타고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게임 콘솔 기업의 각축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하면서 게임을 굳이 게임 전용 콘솔이 아닌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으로 더 많이 하게 됐고, 직접 매장을 방문해 게임을 구매하기보다 온라인에서 내려받게 됐다. 동시에 게임스톱도 빠르게 하락세를 맞았다.

추락하던 주가의 화려한 반전


▎반려동물 전용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 츄이(Chewy)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라이언 코헨의 트위터. 게임스톱을 게임계의 아마존으로 만들겠다며 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게임스톱은 최고 전성기로 평가받은 2016년, 14개국에 75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했다. 하지만 2020년 한 해에만 1000개 넘는 매장을 폐업해 현재는 5000개가 약간 넘는 매장을 유지 중이고 그마저도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이러한 하락세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한때 60달러에 가까웠던 주가는 5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반려동물 전용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 츄이(Chewy)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라이언 코헨(Ryan Cohen)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그는 게임스톱을 게임계의 아마존으로 만들겠다고 공표하며 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주가는 급반등하며 20달러 선을 넘어서기 시작했는데 이때 월가의 공매도 세력이 등장했다. 이들은 라이언 코헨이 등장하더라도 게임스톱의 위기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가 하락에 큰돈을 투자했다. 바로 여기서 예상치 못한 쇼트스퀴즈(Short Squeeze, 주식 시장에서 펀더멘털이 아닌 시장의 기술적 요인에 의해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가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주식 관련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서 로어링 키티(Roaring Kitty)라는 유저가 이 쇼트스퀴즈의 시작이었다. 월가의 헤지펀드들이 행동하는 것과 정반대로 투자함으로써 월가 투자자들에게서 오히려 큰돈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Robinhood)를 중심으로 밀레니얼 머니가 순식간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주가는 폭등해 한때 400달러를 넘어섰다. 이 일을 두고 미국 의회 청문회가 열리고 갑자기 매수를 막았던 주식 거래 플랫폼의 CEO들이 불려나와 민주당 의원들에게 호되게 당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모두들 그렇게 파티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40달러 선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3월 중반에 접어든 현재 200달러 선까지 다시 치솟으며 식지 않은 열기를 보이고 있다. 주가는 실제 가치, 즉 펀더멘털에 기반해야 하는데, 라이언 코헨 전 츄이 대표의 계획 말고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는 게임스톱의 주가는 최저치 기준 수십 배에 육박할 정도로 호가를 누리고 있다.

혹자는 게임스톱 주가를 테슬라의 높은 주가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비전 제시뿐 아니라 그에 부응하는 양산형 제품을 판매해 전기차 부문 세계 1위 점유율을 고수하는 테슬라의 펀더멘털에 비하면 게임스톱의 실제 가치는 초라해 보인다. 그래서 과연 게임스톱의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 주식의 관점이 아닌 플랫폼 설계와 적용, 유지라는 관점에서 한번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라이언 코헨은 “적절한 고객층을 공략하고 그에 맞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해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겠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츄이라고 하는 반려동물 전용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개설했을 때 반려동물을 처음으로 입양한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삼아 성공적으로 확장을 이루어냈다. 그는 신발 판매 이커머스 서비스 자포스(Zappos)가 고객 감동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시킨 것을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충성고객 기반의 성공 전략에 게임스톱의 고객층인 게이머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게이머들은 게임 콘텐트 자체의 세계관과 게임 콘솔 시리즈에 충성도가 높지 게임 관련 유통사에 충성도가 높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함과 동시에 고객들은 이동하기 시작했고, 게임 콘솔 내에서 게임을 내려받는 사용자는 급증해 신형 Xbox 시리즈S 콘솔 같은 경우는 애초에 게임 CD 삽입구를 없애고 다운로드 게임만 플레이할 수 있게 출시됐다. 사람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게임 CD를 사러 게임스톱에 갈 확률은 거의 없다.

납득하기 어려운 주가와 펀더멘털 차이

실제로 게임스톱이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을 단시간에 만들어낸다 해도 이미 온라인 기반 게임 유통의 지배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 스팀 같은 기업을 게임스톱의 신생 플랫폼이 상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주어(Azure)라고 하는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할 때 여러 사용자가 함께 즐기는 경우 서버가 얼마나 많은 동시접속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게임 플레이 지연도(Latency)를 얼마나 잘 컨트롤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둘을 잡지 못하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게 애초에 무의미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스톱은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만들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 사용 가능한 마이크로소프트 에주어나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검증된 인프라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앞에서 언급한 동시접속자와 지연도를 잡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클라우드 인프라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런 출혈을 감수하고서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해도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게임 플랫폼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게임 출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가 안방극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런데 게임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은 어마어마하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완성한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구글조차 그들의 온라인 기반 게이밍 플랫폼인 스테디아(Stadia)를 살리기 위해 오리지널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현재는 계획을 철수한 상태다. 그러니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이 현재 이미 흥행 게임 시리즈를 보유한 개발사를 인수하는데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라이언 코헨이 밝혔듯이 게임 유통계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포부처럼 온라인을 통한 게임 콘솔과 게임 디스크 유통에 전념하는 건 어떨까? 이것도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아마존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도 게임에 큰 투자를 하고 있고, 좋은 예시가 아마존의 게임 전문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 인수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유튜브보다 무조건 트위치’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트위치라고 하는 게임 전문 방송 생태계에 사람들은 깊숙이 자리 잡고 많은 콘텐트를 소비 중이다. 아마존은 트위치의 막강한 팬 베이스를 활용해 게임 콘솔과 CD뿐 아니라 디지털 버전 유통까지 많은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게임스톱의 상황은 들여다볼수록 사면초가다. 물론 이미 온라인에서 자리를 선점한 대기업을 기준으로 비교한 만큼 암울한 모습만 바라봤을 수 있다. 분명 라이언 코헨이 츄이를 통해 만든 성공신화와 그가 게임스톱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청사진은 모두 괜찮은 방향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게임스톱의 주가와 실제 펀더멘털 사이의 차이다. 이번 쇼트스퀴즈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 로어링 키티조차 게임스톱이 새로운 계획을 잘 실행에 옮겼을 때 오를 적정 가격을 25달러 정도로 예상했다고 청문회에서 밝혔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는 투자 관련 조언이나 지침이 아니다. 투자에서 판단은 전적으로 투자자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역사의 많은 시행착오가 말해주듯 올바른 방향성의 제시와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에 도달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미국의 디지털 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딜로이트컨설팅 뉴욕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그는 현재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서 디자인 컨버전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 속해 있는 55개 서비스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모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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