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을 꿈꾸고, 쉼을 찾는 시대다. 코로나19 이후 단절과 디지털 피로감으로 ‘마음 챙기기’ 트렌드도 가속화됐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의욕을 향상하는 ‘놀이의 중요성’도 덩달아 높아지는 이유다. 이 시기 ‘놀이의 방식과 힘’을 연구하는 기업이 있다. 전 세계 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놀이의 힘’ 설문조사를 토대로 ‘잘 놀자(PLAY WELL)’고 주장한 레고그룹이다.
교육에서 놀이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레고그룹(LEGO Group)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을 포함한 18개국 부모와 아이, 성인 등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플레이 웰 스터디(Play Well Study) 2020’ 결과를 4월 7일 발표했다.레고그룹은 2018년부터 ‘놀이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전 세계 부모와 아이,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진행한 ‘플레이 웰 스터디 2020’에는 한국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한국 부모 1026명, 아이 710명, 성인 1004명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미주, 유럽,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총 18개국 5만 명이 참여한 이 리포트의 분량은 약 200쪽에 달한다. 레고그룹이 설득력 있는 통계로 통찰력을 제공하려는 건 ‘창의력’에 대한 레고그룹의 남다른 전략 덕분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하는 레고그룹의 ‘이것이 놀이의 힘(The Power of Play)’ 캠페인은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장려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짓다(Rebuild The World)‘의 일환이기도 하다. 레고그룹은 이번 연구 결과에 기반해 ‘창의적 자신감’ 함양을 핵심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또 내외부적으로 레고그룹이 성인들에게도 ‘놀이의 중요성’을 알리고 전략을 제공하려는 목적이 있다. 특히 놀이를 바라보는 관점에 더 나은 인식을 제공하고, ‘스트레스 완화’, ‘일상 탈출’, ‘향수’의 측면에서 성인에게 놀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한다. 무엇보다 ‘음악의 역할’, ‘유연한 놀이’, ‘포용성’ 등 부모의 관점과 비교되는 지점을 제시하며 일반인들의 인식과 어떻게 다른지도 보여준다.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놀이의 힘’에 대한 인식은 더욱 높아졌다. 조사에 참여한 전 세계 부모 10명 중 9명 이상이 ‘집콕’ 장기화에도 ‘놀이를 통해 아이와 유대를 쌓고’(92%) ‘가족이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91%)고 답했다. 일반 성인의 경우에도 놀이의 스트레스 완화 효과는 평상시(72%)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높게(81%) 나타났다.놀이의 효과는 가족 간 유대 강화와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 부모 88%는 놀이가 건강한 감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답했다. 87%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심시킬 수 있었다고 답했다.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부모 50%가 놀이가 공부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놀이가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된다(96%)는 데도 대부분 동의했다. 이렇게 응답한 건 아이들의 미래에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창의적 자신감’을 꼽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창의적 자신감이 함양되기를 희망하는 부모는 약 56%로, 이 중 96%는 창의적 자신감이 자녀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답했다.반면 한국 부모들이 놀이와 창의력의 상관관계를 높게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놀이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많은 10명 중 6명(58%)이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다고 답했다.한국 부모들이 자녀들이 함양하기를 원하는 역량으로 ‘창의적 자신감’을 꼽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어린이들은 전 세계 어린이에 비해 자신감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한국 어린이 2명 중 1명(55%)은 남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싫어할까 걱정한다고 답했고, 남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데 두려움을 느껴 말하기를 망설인다고 답한 어린이도 10명 중 4명(42%)이나 됐다.놀이 시간이 부족한 건 아시아권 아이들에게 공통된 사안이다. 한국 어린이 10명 중 9명(90%)이 놀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인식했다. ‘놀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문항에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95%), 홍콩(94%), 대만(91%) 등 아시아권 국가가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영국(76%), 덴마크(76%), 독일(75%) 등 유럽권 국가 어린이들은 놀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의 교육 인식이 여전히 아이들이 생각하는 놀이와는 거리가 있다는 방증이다.특히 한국 어린이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놀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너무 바빠서 함께 놀아주지 못한다’(89%)는 응답은 ‘가족과 함께 더 자주 놀고 싶다’(98%) 문항과 함께 조사 대상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영국과 덴마크, 독일 등 유럽 국가는 두 문항에서도 모두 하위권을 유지해 가족 간 유대 부분에서 아시아와 차이를 보였다.
전 세계 성인이 아직도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에서 ‘레고 브릭’은 6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고, 가족 간 유대감을 높이는 놀이로 인정받은 셈이다.포브스코리아는 레고의 플레이웰 리포트를 축약해 ‘놀이의 힘’에 대한 시각을 담았다. 국가별(18개국), 대상별(부모, 어린이, 성인)로 분류한 이번 조사에서는 아시아와 유럽권의 차이, 성인과 어린이 세대의 차이도 엿볼 수 있었다. 또 한국 부모이자 국내 정상의 레고 브릭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학진(JINKEI, 46) 작가와 아들 김지완(15)군, 이재원(JRBONY, 41) 작가와 딸 이보원(10)양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레이 웰 스터디(Play Well Study) 2020전 세계 18개국 5만여 명에게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습니다.- 박지현·신윤애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