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앞으로 그들이 살게 될 세상에 대해서 내가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이 요즘 하고 있는 고민들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일반적인 강연 대신 학생들에게 이것저것을 묻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으면 하는 것이었다.요즘 주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물어봤다. 거의 모두가 진로라고 했다. 다만 본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저 요즘은 어지간해서는 몸 뉘일 곳 하나 갖기도 어렵다는데, 혹시 모르니 학점이든 토익점수든 잘 받아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코딩을 배워두거나 CPA를 따두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한 학생도 있었다.고민 끝에 내가 조심스럽게 한 이야기는 이거였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건 너무 어려우니, 어떻게 변하더라도 잘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두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다행히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제프 베조스도 비슷한 말을 했다. 10년 후에 뭐가 뜰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궁금해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구체적으로 뭔지는 말해줄 수 없었다. 모르기 때문이다. 알았다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어떤 파도도 잘 타는 서퍼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 어려운 문제를 많이 풀어볼 것.사람들은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른다. 알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그렇게 멋지지 않다. 내가 고작 이런 이유로 이런 감정을 느낀다고? 내가 나의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비전이 이렇게나 세속적이라고? 그러나 나를 속여봤자 돌아오는 건 우유부단함이고, 쌓이는 건 괴리와 왜곡뿐이다. 우유부단함은 변화를 외면하게 하고, 괴리와 왜곡은 변화에 무지하게 한다.어려운 문제에 익숙해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 소수의 운 좋은 사람을 제외하면, 인생은 언젠가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란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고통스러운 문제를 뜻한다. 성실함과 재기발랄함이 아닌, 아픔과 강인함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버릇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용기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