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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17)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의 변화를 읽다 

 


▎플러그앤드플레이 (Plug and Play)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수많은 창업 기업들의 로고들. 모두 성공적인 경영으로 모범이 된 기업들이다.
세상이 확 바뀐다. 그리고 완전히 바뀔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 마우로 기옌(Mauro F. Guillen) 와튼스쿨 교수는 그의 저서 『2030 축의 전환』에서 “10년 후 지금의 세상은 없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대 상황적 변화 사례로 지난 시간 동안 직접 경험한 미국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뉴욕에서 현지법인장으로 근무한 1980년대 당시 미국 10대 기업은 엑손모바일, 모빌, 텍사코, 셰브론, 걸프, 아모코 등 석유 자원 기업들이었다. 이 밖에 지엠(GM)과 포드(Ford) 같은 자동차 기업과 IBM, GE 같은 대형 제조기업들이 상단을 차지했다. 2000년대까지도 이러한 순위는 유지됐다. 그러나 미국의 2021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테슬라 등 역사가 짧은 테크(Tech) 기업들이 혜성같이 나타나서 상위 여섯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새로운 산업이 태어났고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실로 엄청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이한 변화 사례도 검토해보자.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는 쿠팡의 상장을 기념하는 대형 현수막과 함께 태극기가 걸렸다. 2021년 3월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 주식이 공모가인 35달러에서 40.71%(14.25 달러) 오른 49.2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쿠팡 시총은 약 886억5000만 달러(100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 중에선 SK하이닉스(99조7363억원)를 제치고, 삼성전자(489조5222억원)에 이어 2위 시총 규모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아시아 상장기업 중에서는 2014년 알리바바 상장 이후 가장 큰 기업공개가 됐다.” 쿠팡 상장 관련 기사다.

쿠팡은 약 10년 전인 2010년에 설립됐다. 처음에는 온라인 공동 구매로 할인해주는 소셜커머스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종합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예전 같으면 단기간에 이 같은 도약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혁신적 변화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업들이 쿠팡처럼 뉴욕이나 런던 증시에 상장해 그 가치를 열 배, 백 배 인정받고 기업가치와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실행해야 할 중요한 전략일 것이다.

국내 기업의 시가총액 동향을 살펴보면 그동안은 전통적으로 삼성, LG, 현대, SK, 롯데 등 재벌 기업들이 상위 10대 기업의 위치를 오랫동안 차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시가총액 10대 기업 리스트에 네이버, 셀트리온, 카카오 등 신생 기업이 진출했다는 것은 대단히 큰 변화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그곳의 주요 기업 5개사를 방문했다.

글로벌 혁신의 한복판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을 투자자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소개하는 행사인 플러그앤드플레이의 열띤 엑스포 행사장.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남부를 이르는 말이다. 이 지역에 실리콘칩 제조 회사가 많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현재는 온갖 첨단기술 회사들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술 혁신의 상징이다. 1인당 특허 수, 엔지니어 비율, 모험자본 투자 등에서 미국 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역의 경제적인 성공은 다른 많은 지역에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명칭을 낳게 했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그 예다.

먼저 실리콘밸리 1호 기업이자 1호 벤처기업으로서 실리콘밸리의 출발점이 된 휼렛패커드 컴퍼니(Hewlett-Packard Company, HP)를 찾았다.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는 1934년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했고, 1939년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의 한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함기호 한국HP 사장의 안내로 HP 주요 임원들로부터 회사 소개도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코닝의 혁신적 역사는 인류 발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코닝의 실리콘밸리 연구소.
HP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소는 전 세계를 관장하는 상황실이다. HP가 방문객들에게는 거의 보여주지 않는 곳으로, 대단히 큰 놀라움이 있었다. HP 세계본부 건물의 로비를 지나갈 때 “미래는 빠른 속도가 차지할 것이다 - Tomorrow belongs to the fast”라는 전광판 문구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이야말로 스피드의 시대다. 스피드 있게 모든 산업을 따라잡고 더 앞서 리드해 나아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함 사장은 HP가 차고에서 시작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공한 요인으로 HP Way, 즉 사람에 대한 휼렛패커드의 기업 철학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로 ‘믿음과 존경: Trust & Respect’이다.

두 번째 방문지는 오늘날 아마존 전자상거래의 주축이 되는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Amazon Fulfillment Center)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멀리 풍력발전기가 많이 보이는 황무지 사막 같은 곳을 한참 지나면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에 다다른다. 센터 건물 입구 벽에는 “WORK HARD. HAVE FUN. MAKE HISTORY”라는 슬로건이 크게 쓰여 있다. 아마존이 왜 짧은 시간 안에 세계 1등을 다투고 있는지 단적으로 느끼게 해준 문구다. 이 센터는 고객이 일정 수수료만 지불하면 풀필먼트 센터에 상품을 보관(store), 픽업(pick), 포장(pack), 배송(ship)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사업자는 신속한 물류 처리 과정을 아마존에 위탁하고 사업 확장에만 노력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는 눈대중으로 봐도 축구장 몇 개 정도 되는 거대한 규모였다. 하지만 종업원은 많지 않았고, 전자동화된 시스템의 로봇 카트가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존이 어떻게 세계 최대 기업이 됐는지를 실감한 순간이다. 함께 동행한 물류 기업체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규모의 시설을 운영하려면 약 10배 인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글로벌 무대의 경쟁 상황을 이곳에서도 판단해볼 수 있었다.

아마존은 1994년 7월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했고, 이듬해인 1995년에 아마존닷컴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수많은 상품의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짧은 역사에도 세계 최대 기업 순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세 번째 방문 회사는 170년 역사를 자랑하며 500대 기업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코닝(Corning)의 실리콘밸리 연구소였다. 코닝은 미국 뉴욕주 코닝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소재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 혁신 기업이다. 미국 동부에 세계본부가 있지만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기술 개발 및 응용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휴대폰의 고릴라 글라스,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장치, 광케이블, 생명과학 등 다양한 소재 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주자다. 실리콘밸리 연구소 책임자의 설명을 들으며 광범위한 연구 활동을 학습할 수 있었다. 코닝의 혁신적 역사는 인류 발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흥미를 자극하는 코닝의 역사를 찾아보았다. 1879년 토마스 에디슨의 발명품인 백열전구를 감싸는 유리구 발명, 1912년 열차 안전 운행에 필수적인 철로 신호등용으로 한파와 폭염을 견뎌내는 저팽창 내열유리 발명, 1915년 내구성이 강한 조리기기와 실험기구 제품 브랜드인 PYREX® 출시, 1961년 코닝이 제작한 내열 유리창을 장착하고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머큐리(Mercury) 호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코닝은 제미니(Gemini), 아폴로(Apollo)부터 우주왕복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모든 유인 우주선 유리창을 제작했다. 그야말로 인류 혁신의 역사다.

인도는 되고 한국은 안 될 일 없어


▎실리콘밸리에 가까이 있으면서 구글, HP, 시스코 시스템스, 야후 등 수많은 창업 기업가를 배출한 스탠퍼드대학교 내부 정원.
네 번째 방문 회사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업체인 플러그앤드플레이(Plug and Play)였다. 창립자 겸 CEO인 사이드 아미디(Saeed Amidi)는 2006년 플러그앤드플레이를 설립하여 페이팔, 드롭박스 등 1000개가 넘는 신생기업에 성공적으로 투자해왔다. 플러그앤드플레이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창업자 및 기업가가 한곳에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창업 보육 시스템이다. 센터 건물 입구와 계단을 오르는 벽에 붙어 있는 수많은 입주 기업과 유니콘 기업의 리스트가 인상적이었다. 복잡하게 어우러진 책상 하나가 하나의 창업 기업인 경우도 많았다. 투자자와 기업관계자, 멘토가 한 공간에 상주하고 있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투자 기회도 여러 방향으로 열려 있다.

플러그앤드플레이 테크센터 건물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400여 개 창업 기업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방문한 날 마침 플러그앤드플레이의 엑스포가 열려서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었다. 엑스포는 벤처기업을 투자자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소개하는 행사다. 여러 벤처기업이 참가해 경연을 벌이는 형식으로, 투자자나 관련 기업들과 상담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회의장 밖 넓은 공간에서는 참가자들이 음료를 마시며 네트워킹을 하고 있었다. 창업 기업들이 열정을 다해서 일하는 장소, 투자자, 창업기업, 대형 기업들이 미래를 창출하는 열기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기업이 늘어 많은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를 우리 기업들은 항상 주시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 기업과 인재들이 글로벌 무대로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을 제안한다. 기업들은 쿠팡처럼 글로벌 증시로 나아가 규모를 확대하거나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너지를 일으켜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적극적으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이미 우리의 글로벌 인재들이 맹활약 중이다. 박인비 프로골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아(KIA)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LPGA 투어 누적상금 1700만3925달러(약 192억5000만원)를 달성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바이에른 뮌헨이 손흥민 선수의 영입을 위해서 1040만 파운드(162억원)보다 많은 연봉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류현진 선수는 메이저리그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올해 류현진의 연봉은 2000만 달러(약 238억6000만원)다. 이 같은 성과는 거대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한 결과에 따른 보상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인들이 더 큰 활약을 하기 위하여 성공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인도인들을 관찰해보자. 40대 초반에 구글 CEO에 오른 순다르 피차이는 인도의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대학도 인도에서 졸업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려움을 겪을 때 성공적인 반전을 이룬 사티아 나델라 CEO도 인도에서 대학을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인 펩시코의 인드라 누이,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시스템즈의 샨타누 나라옌 CEO, 덴마크 완구업체 레고의 발리 파다 CEO도 인도 출신이다. 이렇게 글로벌 무대는 세계인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인도인들의 글로벌 활동을 보면 “Why not Korean?”이라고 말하게 된다. 글로벌 무대의 일터와 사업 기회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척하는 개인과 기업이 차지할 것이다. 한국인이 변화의 벽을 넘어서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시대를 열어가자!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105호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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