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김동욱 LG전자 DXT센터장 

라이프스타일 혁신하는 ‘LG 씽큐’ 

AWS 이그제큐티브 포럼에 발표자로 나선 김동욱 LG전자 DXT센터장을 서밋 행사 전에 만나봤다. 2017년 인공지능(AI) 브랜드 ‘LG 씽큐(ThinQ)’를 출시한 LG전자는 업무 환경은 물론 플랫폼 생태계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김동욱 LG전자 DXT센터장은 빅데이터, 서비스플랫폼, LG 씽큐 앱 등 관련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LG 정기임원인사가 있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반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 영역에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인사라는 평가다. LG 측도 “뉴노멀 시대, 디지털 전환은 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판단에서 단행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구광모 LG 회장도 올해 사업보고회 등에서 “단순히 외형·양적 관점이 아닌, 고객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질적인 변화와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며 “더 나은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한 수단이자 LG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역량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강조해왔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테크놀로지(Digital Transformation Technology, 이하 DXT)센터가 그 증거다. 2012년 스마트비즈니스센터로 출발해 클라우드센터에서 다시금 DXT센터로 명명됐다. 출발 당시부터 그룹 내 입지가 대단했다. 스마트비즈니스센터는 구본준 고문(당시 LG전자 대표) 직속, 클라우드센터도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 직속 조직이었다. LG그룹 내 최대 화두인 ‘DX’를 맡는 DXT센터의 무게감은 더할 나위 없다. DXT센터는 이제 클라우드 도입을 타진하는 부서가 아니라 빅데이터, 서비스플랫폼, LG 씽큐 앱 등 관련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는 그룹 내 중심 부서로 자리매김했다.

“DXT센터는 이전에 클라우드센터였습니다. 클라우드 시대로의 전환이 곧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작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거죠. 2017년 LG전자에 합류했을 때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사업을 추진하면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딥러닝 분야를 전담했습니다. 그만큼 차세대 사업을 향한 열망이 강한 곳입니다. DXT센터도 LG전자 내에서 클라우드를 누구보다 빠르게 적용해보고, 타 부서와 협업해 전파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습니다.”

지난 4월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만난 김동욱(51) LG전자 DXT센터장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한다는 의미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IT시스템을 어느 수준에서 다룰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클라우드가 만능은 아니지만, 어질리티(민첩성, agility)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도입과 활용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의 합류도 이슈였다. LG전자가 빅데이터, AI, 딥러닝 분야에서 과감하게 외부 인재를 영입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는 카이스트(KAIST)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새롬기술과 삼성SDS를 거쳐 2004년부터 네이버에서 일했다. 2015년 계열 분리된 NHN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겨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페이코를 안착시킨 총괄이사였다. 업계에서는 인터넷 검색부터 금융서비스, 하드웨어를 통한 서비스 제공까지 두루 경험한 인물로 통한다. 김 센터장은 “LG전자는 LG 씽큐 출시 이후 가전회사가 아니라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회사로 탈바꿈하는 점프대에 서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LG 씽큐를 설명해달라.

AI 가전을 표방한 브랜드로 출발했으나 단순히 신규 가전 브랜드는 아니다. ‘기능’보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겠다는 의지였다. 시장도 변했다. 소비자는 맥락 없는 기능에 열광하지 않고, 색다른 기능이 있다고 해서 돈을 더 쓰지도 않는다. 사용자가 기존 기능도 더 똑똑하게 쓰는 혁신, ‘LG 씽큐’는 여기에 주목했다. 기계를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자들의 경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야 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다 바꾸려면 모든 생활 가전을 융합해야 한다. 클라우드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유다.

핵심적인 역할이 뭔가.

LG 씽큐는 신기술과 기계를 엮는다. 하지만 LG전자가 보유한 제품이 어디 한둘인가. 스마트 TV, 냉장고, 공기청정기, 오븐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호환성 하나만 놓고 봐도 머리가 복잡해질 정도다. 우선 다양한 IoT 솔루션과 신규 프로젝트를 수행할 열린 조직과의 협업이 필요했다. LG전자는 제조업 레거시가 엄청 강했기에 서버 개발이나 데이터가 몰리는 플랫폼 운영에 조력자가 있어야 했다. 2018년 LG전자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스마트 TV 7000만 대, LG 씽큐 관련 가전제품만 500만 대를 넘어섰다. 여기서 쏟아지는 빅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이고 있었다.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눈에 띄는 점은 뭔가.

‘비용 절감’과 ‘업무 방식의 변화’, 크게 두 가지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환경에서 공기 질 모니터링 서비스, 고객 상담용 챗봇 서비스,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 등을 하려면 인프라팀과 개발팀을 따로 만들고, 서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제품이 전 세계로 팔려나가니 서버도 지역별로 구축해야 할 거다. 그냥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한 게 ‘서버리스(Serverless) 클라우드’다. 서버리스 클라우드는 우리 입장에서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서버나 컨테이너가 필요 없고, 서비스 사업자가 서버를 관리해주는 형태다. 절감 비용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기존 방식보다 80%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 지금도 시제품이나 신규 서비스 출시할 때 활용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비용 절감’으로 인한 효과라고나 할까. 원래는 신규 서비스 하나를 출시해도 돈이 많이 드니 개발부서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사업적 의사결정에서 초기 IT 인프라 투자 비용이 많이 들면 사업 자체를 접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시도하지 않으면 시장을 뺏긴다. DXT센터는 이런 고민을 하는 부서에 ‘서비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돈이 들지 않고, 만약 이용자가 없어 실패하면 드는 비용은 0’이라고 해준다. 이렇게 하니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는다.


업무 방식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렇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제품 개발부서와 초기부터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하드웨어 사양을 올리는 문제가 그렇다. 실제 모든 가전제품에 Wi-Fi 칩을 탑재해 서로 통신을 하고, 사용자의 환경과 취향을 학습하려면 부품 단가가 오르는 문제를 논의하는 식이다. 개발 단계부터 엠베디드 소프트웨어(내장형 프로그램)와 IoT 환경을 연동하는 서비스를 엮는 문제도 자연스레 같이 해결한다. 클라우드상에서 함께 개발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개발부서와 협업이 쉽지는 않을 텐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부서 간 갈등 같은 문제는 아니고 순전히 일과 관련한 문제다. LG전자 모든 구성원이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문제는 데이터 관리와 판독이다. 가전제품에 IoT로 연결하는 것도 쉽지 않고, 여기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판독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고객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기기 데이터가 쏟아지니 쌓이는 데이터 양도 페타바이트(PB, 1000조)급을 넘어선다. 제품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가 중요하기 때문에 개발부서 담당자와의 협업은 다반사다. 도메인 날리지의 파워를 느낀 적도 있다. DXT센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놓고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씨름한 적이 있다. 그런데 관련 분야 담당자는 단번에 데이터의 의미를 간파하더라. IoT 환경에서 에어컨, 공기청정기, TV, 냉장고 등 가전 특성에 따라 수집 데이터와 분석 가치를 달리하는 데 부서 간 협업은 필수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있나.

LG전자의 세계 최초 가전 고장 진단·관리 서비스 LG 씽큐 케어(ThinQ Care)다. IFA 2019와 CES 2020에서 선보였던 AI 기반 가전 고장 진단 서비스다. 가전제품의 고장 정보를 클라우드에서 AI로 분석해 고장 상태와 진행 정도를 파악해 애프터서비스 기간을 줄이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다. LG 씽큐 케어를 탑재한 기기는 벌써 100만 대를 넘어섰다. LG 씽큐 케어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고장 진단을 넘어 가전기기 간 연결이 더 수월해지고, 모든 가전을 연결하는 홈 IoT 시장을 여는 초석이 될 거다.

클라우드로 시작하면 나중에 내부 서버로 돌릴 수 있나.

그렇다 한번 따져본 적이 있는데, 전환 비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누군가는 클라우드에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오해다. 서버리스 클라우드는 제조업 생산성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서비스 하나만 유지해도 돈이 많이 든다. 유지도 힘든데 기술 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망설인다면 큰일이다. 본질은 자체 서버 인프라를 유지하거나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싸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가전과 서비스 이용자가 폭증할까를 고민하는 데 있다. LG 씽큐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수용해야 한다. 이게 혁신의 시작이다.

(클라우드 도입을 생각하는) 다른 기업에 조언한다면.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제조업 분야 기업이라면 하드웨어 벤더로 전락하기 전에 도입해볼 것을 권한다. 그래도 부담스럽다면 일부 부서에만 클라우드를 도입해볼 것을 권한다. 물론 도입은 시작일 뿐, 누가 어떻게 활용하냐는 해당 기업의 몫이다. 클라우드 활용에 성공했다면 기업 내 다른 부서로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AWS와는 어떻게 협업하나.

해당 산업만의 데이터 패턴이라는 게 있다. LG 씽큐만 봐도 IoT는 장치와 원활한 연결, 관리, 안전한 통신 등에서 수십 년간 쌓은 가전제품 제조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계속 쌓이는 빅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하는 힘이 매우 중요한데 LG전자가 여기에 엄청 강하다. 세계 전역에서 LG 씽큐를 통해 들어오는 IoT 데이터를 처리, 분석할 때 AWS 임직원과도 언제든지 머리를 맞댄다. 아마 LG전자가 글로벌에서 AWS IoT(클라우드 컴퓨팅의 네트워크 없이 현장 설치된 센서만으로 연산하는 솔루션)를 매우 잘 이용하는 기업 중 하나일 거다. 이게 바로 LG전자와 AWS가 함께하는 개방형 혁신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LG 씽큐를 출시한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 LG전자는 생활에 가장 맞닿아 있는 가전을 공급하는 회사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인 깨끗한 공기를 마시거나 안전하게 식품을 보관하며 영상 콘텐트를 즐기고 싶어 하는 걸 충족해준다. LG 씽큐앱으로 식품까지 사도록 글로벌 식품 업체인 네슬레, 크래프트 하인즈 등과 협력 중이고,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식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최적의 조리법을 찾아주는 ‘스캔 투 쿡(국내 명칭: 인공지능쿡)’ 기능도 내놨다. 이 모든 것이 고객이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려는 노력이다. 클라우드는 우리가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는 영감을 얻는 통로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105호 (2021.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