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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김지원 레드윗 대표 

블록체인으로 빛을 본 연구노트 

블록체인 기술로 연구원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창업한 김지원 레드윗(ReDWit) 대표가 2021년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레드윗은 ‘연구 과정의 목격자(Research and Development Witness)’라는 의미로 연구개발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구노트를 블록체인으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구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연구개발(R&D)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인 ‘연구노트’는 연구원이 작성하는 모든 기록을 말한다.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작성 및 제출 형식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정부와 기업이 사활을 걸고 지키려는 신기술 특허 획득에 꼭 필요한 자료가 바로 연구노트다. 정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가 R&D에 참여하는 연구자에게 연구노트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기업 간 기술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연구노트가 증거자료로 활용되며, 기술이전 시에도 법적 요건을 갖춘 연구노트가 필요하다.

연구노트가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페이지마다 작성 날짜와 작성자의 서명,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제3자가 봤다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안상 이유로 대부분 수기로 작성하다 보니 전산화가 어렵고, 보관 및 보안에 취약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렵다. 김지원(26) 레드윗 대표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중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팀원들을 모아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연구의 성공, 실패 과정이 모두 담긴 연구노트가 소중한 자산으로 남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이 국가적 손실이라고 생각했다”며 창업 계기를 전했다.

레드윗이 운영하는 ‘구노’는 수기로 작성한 모든 기록을 사진으로 찍어 전자화해 법적 효력을 갖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노트를 업로드할 때마다 인증시간, 전자서명이 자동으로 포함되어 블록체인 기반으로 저장된다. 블록체인은 각각의 블록에 개별 기록을 담은 체인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누구도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블록 간 자동 검증을 통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연구노트의 이력을 투명하게 추적 및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유권 침해 우려도 없다.

김 대표와 레드윗 팀원들은 누적 4만 건의 서면 데이터와 26만 건의 표지분류(레이블링) 데이터를 확보한 뒤 2020년 6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막상 출시해보니, 연구원들 못지않게 정부 과제를 따낸 스타트업들이 구노를 찾았다. 김일현 플레이스링크 CEO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았고, IT기업이라 R&D 항목의 필수인 연구노트 등 서류 처리가 굉장히 막막했는데 구노 덕분에 기존에 작업한 깃허브(GitHub) 코드까지 모두 연구노트로 인정받아 정부 과제 서류로 제출할 수 있었다”며 “깃허브 코드까지 자동으로 연구노트화해주는 것은 굉장한 혁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레드윗은 5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주관하는 ‘중소기업 기술개발지원사업 전자연구노트 서비스 공식 제공기업’으로 선정됐다.

레드윗은 구노에 연구노트 데이터가 일정량 이상 쌓이면, 이를 사고팔거나 공유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 대표는 “성공한 연구는 논문으로 공개되지만 실패한 연구는 대부분 묻혀버린다”면서 “다른 사람의 시행착오 기록에서 배울 수 있다면 그만큼 시간과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청이 지난해부터 빠른 특허출원을 장려하기 위해 가출원 제도를 실시하면서 연구노트 및 논문만으로 쉽고 빠르게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구노는 특허출원 더웨이브와 함께 온라인 가출원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영세 스타트업들이 지식재산권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 협업해 새로운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레드윗은 AI로 특허보고서를 만들어주는 스타트업 ‘브루넬’과 MOU를 맺고 연구노트에 대한 특허 조사까지 한 번에 가능하도록 했다. 또 시약 관리 서비스 ‘랩 매니저’를 운영하는 스마트잭과 손잡고 화학, 바이오 분야 연구노트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올 하반기부터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글로벌화를 통해 예상치 못한 수요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과정이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싶다”는 김 대표는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IT 비전공자다. 창업과 관련된 모든 것은 카이스트 석사 과정에서 배웠고 그곳에서 창업 멤버도 만났다. 그녀는 “비전공자가 가진 잠정이 생각보다 많다”며 “대표가 뛰어난 개발 역량을 갖고 있어도 어차피 대표가 해야 할 일과 개발자에게 맡겨야 할 일은 따로 있기 때문에 창업을 하고 싶다면 전공의 허들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며 말을 마쳤다.

※ 투자자의 한마디: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에서 비판을 많이 받은 사업 아이템이었는데, 수많은 비판을 뚫고 팀을 꾸리고 고객들과 소통하며 사업 기회를 만들어 온 김지원 대표의 리더십이 인상적이었다. 미래에 어떻게 더 성장할지 궁금해 투자하게 됐다.” - 전태연 본엔젤스 파트너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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