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기술 유니콘은 기름칠한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이란 기계를 거쳐 탄생했다. 그러나 클라우디너리(Cloudinary)는 예외다.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 클라우디너리는 시작부터 이미 사업 수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자본만으로 10억 달러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큰 꿈을 가진 기업가라면 기회가 올 때마다 벤처캐피털(VC)로부터 자금을 받아 금고를 채워야 한다고 이타이 라한(Itai Lahan)은 단호히 말한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자리한 클라우디너리 CEO 라한은 “10억 달러짜리 유니콘이 되려면 VC를 통하는 길이 가장 확실하다”며, “제대로 성공하려면 결단코 그 길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나는 그렇게 못 했지만 너는 그렇게 하라’는 전형적인 잔소리 같다. 정작 라한은 2012년 창업 이후 VC의 투자 제안을 몇 번이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같은 이스라엘 출신의 공동 창업자 나답 소퍼만(Nadav Soferman), 탈 레브-아미(Tal Lev-Ami)와 함께 클라우디너리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자력으로 충당해 회사를 유니콘에 근접한 위치까지 끌어올렸다. 클라우디너리는 동영상과 로고, 제품 사진 등으로 구성된 기업 온라인 마케팅 콘텐트 관리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지금까지 7500개 기업 고객의 최고정보경영자(CIO)들이 클라우디너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고, 이들 중에는 나이키, 펠로톤, 니먼 마커스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회사가 즐비하다. 매출은 지난해 40%가량 증가해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기업가치는 9억 달러 이상이다. 지난 3년간 포브스 ‘클라우드 100’ 순위에도 빠지지 않고 매해 이름을 올렸다.라한은 벤처 투자사의 돈을 받지 않은 이유가 ‘그냥 그들의 돈이 필요하지 않아서’라고 설명한다. 클라우디너리 창업자들은 이스라엘에서 다른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개발해주는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덩치가 크고 무거운 소프트웨어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관리하다 보니 소프트웨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컨설팅을 받던 고객사들은 그대로 클라우디너리의 첫 고객이 됐다. 덕분에 회사는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수익을 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충분한 수익을 낸 회사는 매년 성장계획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었다. 직원도 300명으로 늘렸다. 지난해 감가상각비 공제 이전 영업이익(Ebitda)으로 산정한 회사의 현금흐름은 매출의 9%인 약 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기자본만으로 몸집 키운 비결라한은 “운 좋게도 처음부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라며, “다음 해 목표를 아주 높게 설정했음에도 매출로 벌어들인 수익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금보다 많았죠”라고 말했다.다양한 기기와 웹브라우저에 맞춰서 디지털 콘텐트 크기와 포맷을 조절하는 작업은 단조롭지만 품이 많이 든다. 클라우디너리 소프트웨어는 이 작업을 자동화해주고, 동영상과 사진이 번개 같은 속도로 로딩되도록 만들어준다. 로딩 속도가 조금만 늦어져도 소비자가 다른 곳을 클릭해버리는 시대에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진과 동영상을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클라우디너리의 알고리즘은 초당 500~2000개 콘텐트를 처리하는데, 이 알고리즘으로 들어오는 디지털 원자료의 수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시선과 클릭을 유도하는 콘텐트 예측 능력도 좋아진다.클라우디너리는 브랜드를 홍보할 뿐만 아니라 보호하는 일도 한다. 블리처 리포트(Bleacher Report) 같은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올리는 동영상에 포르노 이미지나 기타 불쾌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지 클라우디너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모니터링한다.CIO들이 일단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 클라우디너리는 용량 제한이 엄격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의 사용량이 많아지면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고, 매출은 그때 발생한다. 연간 계약으로 발생하는 매출만 해도 500만~1000만 달러 정도다. 2018년 말에는 250억 개 정도의 디지털 자산을 관리했는데, 지난해 말에는 그 수가 500억 개로 2배 뛰어올랐다. 팬데믹으로 불붙은 전자상거래 열풍이 잦아든다 해도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미국의 온라인 매출은 총 813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어도비는 온라인 매출이 계속 성장해 2022년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상장 전 자기자본만으로 몸집을 키운 다른 클라우드 기업으로는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아틀라시안(Atlasian)과 SAP가 80억 달러에 인수한 유타주의 데이터 분석 기업 퀄트릭스(Qualtrics) 등이 있다. 클라우드 스타트업들이 초반부터 핵심 팬그룹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면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벤처회사 사스트르(SaaStr)의 제이슨 렘킨 CEO는 말한다. “일단 매출이 수백만 달러까지 늘어나면 (기존) 고객들이 새로운 고객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져 현금흐름이 플러스가 될 수 있습니다.”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그러나 그 정도로 운이 좋은 스타트업은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라한은 매출을 늘리려면 되도록 모든 기업가가 VC의 돈을 꼭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그는 “숫자를 보고 하는 게임”이라며 “모든 걸 계산하고 들어오는 거죠. VC 자금이 가진 장점은 정말 많아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죠”라고 말했다.물론 단점도 있다. VC가 돈을 들고 이사회로 들어와 IPO만 바라보며 각종 요구를 하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많다. 클라우디너리 창업주들은 적어도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이사회 자체가 없기도 하다.) 팬데믹 이후에 신규 고용을 멈추긴 했지만, 누구도 해고하지 않고 버텼다. 직원들이 받는 압박감을 줄이기 위해 2020년 매출 목표를 800만 달러 가까이 하향 조정했고, 재정난에 빠진 기업들을 위해 결제기한을 뒤로 미뤄주고 할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사회가 있었다면 그런 결정들을 결코 지지하지 않았을 거라고 라한은 말한다.외부 투자를 받지 않아서 생긴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창업주 3명이 기업 지분의 절반 이상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지분 중 일부는 직원들에게 나눠줬고, 직원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유통거래를 두 차례 제공했다. 이때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와 세일즈포스 벤처스 등 2개 VC가 매입에 나서 숟가락을 얹는 데 성공했지만, 두 VC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그러나 앞으로는 라한도 자신이 건넨 충고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 그는 “(외부) 투자금이 필요해질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라며 “필요를 느끼는 순간 가야 할 길이 IPO라면 IPO를 진행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후반기에 활용하는 벤처펀드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클라우디너리가 정말 그 길을 간다면, 입으로만 외치던 충고를 직접 실천하는 셈이 될 것이다.
※ 클라우디너리 CEO - 클라우디너리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이타이 라한이 캘리포니아 본사에 있는 폴딩도어 밖에서 포즈를 잡았다. 과거 닛산 R&D 센터가 임대했던 공간을 지금은 클라우디너리가 쓰고 있다. 현재 100만 명에 가까운 개발자가 클라우디너리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이다.
※ How To Play It디지털 콘텐트 관리의 성장세에 올라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도비 시스템즈(Adobe Systems)에 투자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자리한 어도비 시스템즈는 고객의 디지털 미디어 구축과 관리, 홍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툴을 제공한다. 어도비의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플랫폼에서는 기업과 브랜드가 보유 콘텐트의 효과성을 측정하고 이를 수익화하도록 돕는다. 아주 강력한 조합이라 할 수 있다. 3월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해서 39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대비 33% 상승한 2.61달러다. 고객을 찾아내 필요한 콘텐트를 제공하려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라서 온라인 매출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는 12개월 내 29% 상승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최근 주가가 451달러니까 580달러까지 갈 수 있는 셈이다. - 존 D. 마크맨은 마크맨 캐피털 인사이트 사장이자 패스트 포워드 인베스팅 편집자다.- MARTIN GILES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