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은 AWS 서밋 행사의 이그제큐티브 포럼에서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정부, 기업, 지자체 등 300만 고객의 ICT 서비스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디지털 전환을 직접 지원하고 실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EAST 사옥에서 만난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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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KT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업 간 서비스(B2B)에 집중하기 위해 엔터프라이즈,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이하 DX·Digital Transformation) 부문 체제로 재편했다. 기존 기업 부문도 ‘KT 엔터프라이즈’라는 브랜드를 달아 각 지역에 분산된 법인 영업 조직과 인력을 통합하고, 기업 고객에 디지털 혁신을 제안하는 부서로 탈바꿈했다.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KT 대표도 “현재 33%가량인 디지털 플랫폼 사업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높여 회사 성장을 이끌겠다”며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활용한 DX를 재차 강조했다. 실제 KT의 매출 비중도 많이 달라졌다. 2016년 전체 매출에서 유무선 통신 비중이 70%에 육박했지만, 지난해에는 50% 이하로 낮아졌다. 반면 B2B 매출 비중은 2016년 30% 수준에서 2019년부터 계속 늘고 있다. B2B 서비스 종류도 메시징, 전용회선 위주에서 빅데이터, 보안, 에너지, 데이터센터 등 100여 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많은 기업이 DX에 나선다는 증거다. 지금도 KT에서 B2B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이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로 연간 거두는 매출만 4조원 규모다.“KT 엔터프라이즈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IoT),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왔습니다. 국내 대기업, 중소기업, 금융, 정부, 지자체 등 약 300만 고객의 ICT 서비스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B2B DX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과 협력하는 ‘B2B원팀’도 꾸렸습니다.”지난달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EAST 사옥에서 만난 신수정(56)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이하 부사장)이 한 말이다. 엔터프라이즈 부문을 책임지는 신 부사장의 어깨도 한층 더 무거워졌다. 그는 2014년 KT 정보보안단 전무로 영입된 후 IT 부문장과 KT 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 등을 거쳤다. 이전에는 삼성SDS, SK C&C를 거쳐 SK인포섹 대표를 역임했다. 신 부사장은 KT 내에서 기업 조직을 잘 이해하고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에 정통한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사실 국내에서 클라우드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이 KT”라며 “엔터프라이즈 부문 강화는 소프트웨어, 애자일, AI, 클라우드 등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그룹사의 의지”라며 얘기를 이어갔다.
▎AI 관제, 10만 대 이상 대규모 서버 운영이 가능한 KT용산데이터센터. / 사진:K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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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보는 DX란 무엇인가.DX, 요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아직도 DX를 단순히 IT와 기술을 의미한다고 보는 기업이 많다.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겼는데 비용만 나가고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오해에서 출발한다. 기업은 DX를 좀 더 근본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문화,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DX를 하려면 일하는 방식을 모조리 바꾸겠다는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
기존 기업사업 부문과 ‘KT 엔터프라이즈’ 부문, 큰 차이가 있나.KT의 여러 사업 부문 중 하나에서 ‘B2B’를 위한 포괄 사업으로 책임과 권한이 강화됐다고 이해하면 된다. 기업 고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 고객의 변화를 끌어내 함께 성장하려는 전략이다. 사업의 초점과 통신망 이용보다 DX와 파트너십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다. 여기에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5G 통신까지 맞물리면서 고객에게 더 넓은 의미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B2B 시장에서 특히 DX에 집중한다고 이해하면 되나.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기업의 B2B 활동이 많이 줄긴 했으나, 업무 환경이 달라지면서 DX를 의뢰하는 고객은 되레 크게 늘었다. 통신사, 보험사, 유통사 등 각종 콜센터를 운영하는 모든 기업이 비상 상황 아니었나. 기업도 ‘비대면’이 일상화가 됐다고 판단하고 DX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DX 도입은 막연할 수 있다.사실 그렇다. KT가 큰 틀에서 DX 도입을 3단계로 나눠 제시하는 까닭이다. 과거에는 서비스를 개발할 때 비즈니스 모델, IT 순으로 생각했다. 우리는 고객이 함께 바라보게 하고, 디자인싱킹과 애자일(agile·민첩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우리가 먼저 적용해봤다. 지난해 구 대표님이 분당 사옥에 마련한 ‘애자일 키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애자일은 빠르고 유연하게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전 계획 같은 복잡한 과정을 빼고 고객 접점을 늘리고, 서비스를 더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서다. KT 내부에서도 활용하고, 고객사도 혜택을 봤다. 실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의 가상 조이스틱도 애자일 키센터를 통해 부차적인 과정을 없애고 1주일 만에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화를 결정한 바 있다.
다음 단계는.기존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자고 한다. 클라우드 퍼스트(first)에서 클라우드 머스트(must)로 바뀌는 순간이다.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서비스가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도록 API(응용프로그램 개발환경) 방식으로 서비스를 공급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AI, 빅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사 내부에 개발 인력을 양성하자고 제안한다. 고객사 부담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
B2B원팀은 뭔가.KT 내 사업 단위를 융합한 곳이다. B2B, AI, 클라우드 등 모두에 원팀 체제가 존재한다. KT, 협력사, 고객사 등 분야별로 연구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동시에 KT는 협력사의 문제 해결을 돕거나 인력 양성에도 도움을 준다. 어떻게 보면 KT가 사업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올해 한국공공안전통신협회(KAPST) 협회장으로도 취임해 공공안전통신망을 바탕으로 DX가 필요한 부분을 발굴하고 협력점을 찾아 나설 생각이다.
성과가 있나.KT 콜센터 사례가 대표적이다. KT는 한때 상담원 1만 명이 상주하는 국내 최대 ‘100번’ 콜센터를 운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담석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상담 수요가 폭증했다. 우리는 ‘AI 어시스트’ 기술을 도입해 소비자가 본인의 목소리만으로 인증할 수 있게 도왔고, 음성 상담 내용을 실시간기록·텍스트변환·자동으로 요약해 상담 효율을 30% 이상 높였다. 상담석도 3000여 석 이상 줄였다. 보험사를 비롯한 각종 금융사 고객이 KT의 ‘AI콜센터’ 모델을 도입했다.공공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제주도에 만들어진 ‘스마트 디지털 도로’가 있다.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의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의 하나로, KT는 도로 협력 인프라에서 수집된 통신 인프라뿐만 아니라 지자체·지역 교통 상황을 반영한 특화 서비스를 융합해 ‘디지털 뉴딜’로 확장했다. 모두 우리의 3단계 접근법이 충실히 투영된 사례다.
DX를 도입하려는 기업에 조언한다면.새로운 문화를 도입하는 일이다. 조직이 클수록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때 전담자가 없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련 조직과 책임자를 명확히 둬야 한다. 그래야 책임자의 역량도 DX 과정에서 키울 수 있다. 기업의 최고책임자 격인 ‘C레벨’의 강력한 지지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4주 과정의 ‘C레벨’ 컨설팅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내부 DX라고 해서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마인드가 필수다.
KT는 클라우드, 네트워크,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등 기업 ICT 서비스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과거에 KT는 ‘혼자 다 한다’는 인식이 컸는데.그렇다. KT 그룹사 인프라를 보면 기업에 필요한 ICT인프라와 서비스를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툴은 많았는데 잘 엮지 못했다. 지금은 각 부서에 정통한 전문가보다는 산업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다. 특정 기술이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찾아 연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 관련 사업자 간 경쟁과 협력의 경계도 사라졌다. 쉽게 말해 관련 생태계에서 경쟁사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고객이 되기도 하고, 또 어느 사업에서는 업계 경쟁자로 나타나기도 했다. 차라리 글로벌 회사부터 벤처까지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협력자로 나서는 게 낫다. 구 대표님이 ‘협력’에 방점을 두는 이유다.
AWS도 경쟁자이자 협력자인가.AWS를 경쟁자라기보다는 최대 고객이라고 보는 게 맞다. KT는 국내 최대 규모 IDC 사업자다. 서울 목동·여의도, 부산, 대전, 대구 등 국내 12곳에서 IDC를 운용 중이다. 클라우드데이터센터(CDC)도 국내외에서 6곳을 운용 중이다. 글로벌 클라우드사 모두가 우리 고객이기도 하다. 특히 KT는 공공 분야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2023년까지 총 1조원 이상을 클라우드 사업 추진에 배정했다. 앞서 말했듯이 KT가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시기는 지났다. 국내외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와 다양한 각도로 협력을 모색하는 이유다.
국내 DX 확산을 위한 전략이 있나.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를 버리고, 고객이 가진 포텐셜(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임직원에게 ‘고객 중심’, ‘구조적 변화’, ‘규모 있는 성장’ 등 세 가지 모토를 강조한 이유다. 특히 두 번째가 중요한데 기존에는 프로젝트 ‘원타임’ 방식 같은 일회성 사업이 많았다. 수주 사업 중심에서 DX 플랫폼 사업으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고객과 함께 발전하려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KT가 가진 통신, 코어 인프라, 파트너십 솔루션 등 3가지 역량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국내 최고 수준의 ABC도 얹을 생각이다. 그래야 기업이 성장, 혁신, 변화하는 DX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KT 전체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거듭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