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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서밋 온라인 코리아 2021] 버너 보겔스 아마존 CTO 

15년의 여정 

온라인에서 책을 팔던 회사가 전 세계 클라우드 리더가 됐다. 당시 IT 공룡들은 온라인 저장소나 판다며 비아냥거렸다. 그로부터 15년 후 AWS는 기업의 IT 환경을 완전히 바꿔버렸고,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IT 공룡은 멸종위기에 빠졌다. AWS 탄생부터 개발까지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한 버너 보겔스 CTO의 얘기를 들어봤다.

▎버너 보겔스 아마존 CTO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든 기업이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화해 전 산업 분야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올해 설립 15년 차인 AWS(아마존웹서비스)는 연간 매출이 540억 달러에 달하는 비즈니스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보다 앞서 올해 초 베이조스는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후임자로 앤디 재시 AWS CEO를 내정한 바 있다. 앤디 재시는 아마존이 2006년부터 15년간 AWS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아마존 창업자가 AWS CEO를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업계는 클라우드가 아마존의 미래 비즈니스에서 주축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아마존은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아마존 매출은 1085억2000만 달러(약 122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나 성장한 수치다. 2020년 4분기에 사상 첫 100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이후 2분기 연속 비슷한 매출을 낸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3860억64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44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게다가 매년 3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추세로라면 올해 매출은 5000억 달러가 넘는다는 얘기인데, 한국 정부 1년 예산을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AWS는 아마존의 효자 사업으로 꼽힌다. AWS 1분기 매출은 13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나 증가했다. 거의 매 분기 20% 넘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존 전체 매출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번 50%를 넘나든다. 괜히 앤디 제시를 후계자로 지명한 게 아닌 듯싶다.

아마존을 지원하려고 생겨난 AWS, 하지만 15년간 업계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핀터레스트, 에어비앤비, 우버, 줌, 그랩 같은 유니콘이 탄생했다. 기업들은 값비싼 하드웨어를 사기보다는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옮기고 의미를 찾는 일에 몰두했다. 이제 기업과 스타트업은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앱과 기술을 클라우드에 올려 서비스할 수 있다.

아이디어만 있어도 신규 서비스를 내거나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존은 여기에 자신이 개발한 서비스 관련 기술을 담았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공개해버렸다. 기업이 원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새로 만들어줬다. 기술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이 상당한 충격을 받고, 클라우드 전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경쟁 관계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AWS가 앞서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보면 AWS가 45%를 차지했고, 마이크로소프트 17.9%, 알리바바 9.1%, 구글 5.3%, IBM 2.0% 순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클라우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관심 없던 기업도 AWS에 디지털화를 묻는 상황. AWS는 클라우드 출시 이후 시장 선두를 지키며, 금융·미디어·전자상거래·자동차·유통 등으로 적용 영역을 무한정 확대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을 창업한 25년 전부터 분산 컴퓨팅 개념을 머릿속에 그렸다고 한다. 2002년 베이조스는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컴퓨팅 인프라에 기반을 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관련 기술을 통합해 외부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AWS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달 포브스코리아는 베이조스와 함께 AWS 서비스 구상부터 개발을 함께한 버너 보겔스(62) 아마존 CTO를 언택트 인터뷰했다.


15년간 클라우드 시장을 개척해온 힘은 뭔가.

고객이다. 25년을 달려온 아마존닷컴(이하 아마존)이 AWS 15년 업력의 토대다. ‘거꾸로 일하기(Working Backwards)’ 원칙의 근간이기도 하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듣고 만들자는 취지로 달려왔다. 아마존 창업 초기에는 우리 자신이 고객이었다. 전자상거래가 생소했던 1990년대 세상의 모든 물건을 하루라도 더 빨리 배달하겠다는 신념으로 물류와 데이터에 투자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건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마존의 생존과 성장에 기술혁신은 필연이었다. 이것이 우리의 힘이고, 수많은 기업이 AWS와 손잡으려는 이유다. 아마존을 유통 기업이라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단언컨대 우리는 기술 기업이다.

2006년 출시한 아마존 S3가 첫 서비스였다.

그렇다. 아마존 S3(Simple Storage Service: S3)는 기업들이 자사 데이터를 온라인상에서 저장하고 필요한 만큼, 쓴 만큼 비용을 내는 세계 최초의 네트워크 스토리지 서비스였다. 8개 마이크로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300개가 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중 90%가 고객과 소통하면서 개발한 것들이다. 우리는 소규모 팀을 조직해 수많은 고객과 빠르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개발자가 과거에 할 수 없었던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생애주기까지 클라우드상에서 관리할 수 있다. 개발 메커니즘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기억나는 서비스가 있나.

내 자식 중 누굴 제일 예뻐하냐는 질문 같다(.웃음) 15년간 수많은 인력이 노력해왔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파트와 보안 분야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에는 비상이 걸렸다. 언제 셧다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24시간 예의 주시하며 AWS 리전(데이터센터)의 안정적으로 운영해왔다. 덕분에 많은 기업이 발 빠르게 정상화에 나설 수 있었다. 보안의 경우 가장 격세지감을 느끼는 분야다. 서비스 초기에는 보안이 클라우드 도입에 큰 걸림돌이었으나 이제는 보안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클라우드 전환 얘기가 나온다.

팬데믹으로 많은 기업이 전례 없는 상황을 맞았다.

디지털 수요가 폭증했다. 줌(ZOOM)이나 넷플릭스는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줌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화상회의 참여자가 1일 1000만 명에서 한 달 만에 3억 명으로 늘었다. 줌이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고 했다면 수억 달러를 쓰고 수개월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줌은 AWS와 손잡고 한 달 내에 수십만 대 서버 분량의 가용 인프라를 확보했다. 넷플릭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학생들이 모여 숙제를 돕는 소셜 러닝 플랫폼 브레인리(Brainly)도 1억 명이었던 사용자가 팬데믹 이후 두 달 만에 2억5000만 명으로 늘어 AWS의 문을 두드린 사례다.

전통산업도 많이 달라졌겠다.

그렇다. 사례가 너무 많지만, 싱가포르 해운사 얘기를 해보자. 이 해운사는 5개 데이터센터를 보유 중이었지만, 흩어진 컨테이너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컨테이너가 있는 곳을 알아내도 비어 있는지, 물건이 차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이 회사는 1년간 노력한 끝에 AWS상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처리하고 분석하는 ‘키네시스’ 서비스로 실시간 컨테이너 위치·상태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비용도 연간 3억 달러나 절약했다. 자동차 제조사 폴크스바겐도 전 세계에 흩어진 생산시설을 클라우드로 연결, 플랫폼화해 부품 수급을 조절했다. 한국의 삼성중공업도 아마존 S3 기반 데이터레이크 서비스로 육·해상에서 수집된 모든 선박 관련 데이터를 통합하고 선주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 선박 운항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공 분야에서도 여러 성과가 있었다.

재치가 돋보였던 분야다. 이탈리아 정부가 봉쇄령을 내렸을 때 동네 식료품점마다 길게 줄을 서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밀라노에 사는 한 대학생이 상점 대기 상황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배포했다. 영국에서도 노령자를 위해 봉사자를 매칭해주는 ‘코로나 프렌즈’라는 앱이 큰 호응을 얻었다. AWS가 사람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많지 않았나.

많았다. 항공업, 여행·숙박업 등 많은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과거 같으면 대규모로 투자해 구축한 IT 인프라가 골치였을 텐데 AWS와 함께했던 고객사는 즉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클라우드는 급감하는 수요를 파악해 비용을 확 줄일 수 있다. AWS는 이들 기업에 수년 전부터 구축했던 재난대응팀을 투입해 하루빨리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했다.

이제 클라우드 도입은 단순히 비용 절감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조직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클라우드를 의심하는 기업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대전제하에서 클라우드가 전면에 떠올랐다. 과거에는 기업 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면 끝인 줄 알았지만,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기업이 AWS 클라우드 내 수많은 서비스를 스스로 내재화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디지털 변혁에 성공한 기업들이 나온다.

그렇다. 클라우드로 디지털 변혁에 성공한 기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최고위 경영진에서 내려오는 톱다운식의 지원이 탄탄하다. 또 처음부터 바다로 내달리는 식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특정 부서 한두 곳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리도 작은 변화를 좀 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소규모 팀을 보낸다. 클라우드상에서 의미 없이 흘러갔던 데이터를 분석하는 법이나 원격근무에 지장 없는 보안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법 등 다양한 과제를 함께 풀어왔다. 기업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일수록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원하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단순히 클라우드로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로 자사 고객을 위해 무언가를 창출하는 행위다. 끝없는 실험도 필요하다. 피자 회사만 해도 전화 주문만 받다가 온라인·모바일 주문을 받으면 고객 요구가 달라진다. 피자 주문 시 요구사항이라든가 배달 시간, 실시간 배달 위치까지 파악하고 싶어 한다. 피자 회사는 서비스 하나를 추가하려고 당장 개발팀을 꾸리거나 대규모 서버를 만들 수 없다. 클라우드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출 수 있다.

고객 변화를 이끌어온 15년, AWS도 변했나.

AWS도 고객과 함께 발전했다. 우리도 고객을 위해 만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개선하면서 보완점을 찾아 다른 고객에게 제안했다. 우리 업무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때 사무실에서 프로그래머 두 명이 함께 일했지만, 원격 협력 툴이 상당히 고도화되면서 이런 원칙(?)도 사라졌다. 클라우드 콘택트센터 서비스인 아마존 커넥트는 아마존과 AWS가 고객과 소통하던 내부 기능으로 고객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아마존의 기술책임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AWS가 잘나간다고 해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도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 아마존도 누구보다 빨리 배송을 하기 위해서 고객의 빅데이터를 20년 넘게 분석했다. 어떤 물건이 어느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지 알아야 당일 배송이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수 있다. 마찬가지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를 정교화할 수밖에 없다. 기술이 전문가의 전유물이어서도 안 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뿐만 아니라 고령층 등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AWS도 기꺼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방법을 찾는 거대한 실험장이 되겠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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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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