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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14) 

미국판 ‘배민’ 도어대시, 팬데믹 끝나도 사랑받을까 

국력에 걸맞지 않은 코로나19 방역 후진성으로 고전했던 미국이 일상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 업계의 미래는 팬데믹 이전과 이후 어떻게 달라질까?

▎미국판 ‘배달의민족’으로 통하는 도어대시의 홍보물.
미국은 오랜 기간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수 1위를 고수(?)했던 방역 후진국의 모습을 보였다. 많은 사람이 지난 1년간 장 보러 마트에 갈 때조차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동반한 채 목숨을 거는 심정이었다. 요식업의 경우 장기화된 셧다운으로 인해 식당 내 취식은 꿈꾸기 어려웠고, 많은 레스토랑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만 레스토랑 11만 개가 영구 폐업했다. 반대로 발 빠르게 배달 음식 중심으로 방향을 튼 레스토랑은 살아남았다. 외식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존재했던 만큼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음식 배달 서비스의 상징과 같은 도어대시(DoorDash)는 2020년 말 IPO와 함께 86% 주가 상승으로 거래 첫날을 마무리했다. 팬데믹 기간 중 엄청난 영향과 관심을 불러온 이 회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바로 코로나19의 종식이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미국 외식업계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도 크게 완화되고 있다.
2021년 6월 기준 미국인의 과반수가 백신 완전 접종(2차 접종)을 마친 상태고, 이 수치는 계속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미국인의 80%가 올해 8월이면 완전 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수치가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 내 백신 보급과 접종률은 불과 몇 달 전에 비해 대단히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래서 얼마 전 CDC는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은 마스크를 실내외에서 모두 쓰지 않아도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레스토랑들에 내려졌던 실내 취식 금지도 사라졌고, 그동안의 배달 중심에서 벗어나 업장 내 손님맞이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람들도 점점 레스토랑에 외식을 하러 나가기 시작했고, 장사가 잘 되는 맛집들에서는 대기 시간이 팬데믹 이전으로 사실상 회복됐다. 이로 인해 요즘 레스토랑들은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려 지원자가 인터뷰만 보러 와도 하루 일당을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미국 내 백신 접종 증가와 코로나19 안정세 때문에 도어대시나 우버 이츠(Uber Eats), 그럽허브(GrubHub) 등 배달 업체의 호재가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걱정에도 얼마 전 공개된 도어대시의 2021년 1분기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았다. 도어대시의 시장 예측 수익은 9억9330만 달러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10억8000만 달러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고, 이 발표 이후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도어대시 CFO인 프라비르 아달카르(Prabir Adarkar)는 “소비자의 주문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한번 배달의 편안함과 서비스 퀄리티에 익숙해지면, 팬데믹이 끝나도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온라인 서비스를 계속해 사용할 것”이라고 방송에 나와 밝히기도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전에 비해 음식 배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가 기회였던 도어대시는 지금도 비슷한 상황일까? 현재 배달 업계의 낙관적인 예측처럼, 이 시장이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팬데믹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배달을 이용하기보다 레스토랑에 직접 방문해 취식하는 일이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수수료 부과에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를 사용하는 개인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분명 부담이긴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서비스 사용 대가의 지불로 볼 수 있다. 원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배달업계 위기는 과도한 수수료 때문

핵심은 개인이 아닌 레스토랑에 부과하는 수수료다. 서비스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20~30%가량의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등이 레스토랑에 부과된다고 한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많은 레스토랑이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서 메뉴 가격을 원래 가격보다 대폭 상향 조정해 책정한다. 배달을 시키지 않고 주문한 음식을 소비자가 레스토랑에 찾으러 갈 때, 혹은 웹사이트나 전화를 통해 주문하면 가격이 더 저렴하거나 할인을 해준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래 음식 가격에 비해 30%가량 높은 가격을 주고 먹어야 하는 만큼, 부담이 돼 오히려 배달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배달 업체 사이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배달업 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우후죽순처럼 경쟁 업체들이 생겨났고, 이들 사이의 치킨게임도 심해졌다. 그런 만큼 이들 업체의 프로모션 비용 지출 및 인재 고용난 같은 경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배달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음식뿐 아니라 편의점 장보기 같은 틈새시장 경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만큼, 배달 서비스들의 상황이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소비자나 레스토랑을 편하게 연결해주는 좋은 창구다. 팬데믹이 백신으로 인해 종식되더라도 이전보다 음식 배달 비중이 줄어드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음식을 앱으로 간편하게 주문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패턴 속에 이미 깊숙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뀌어가는 현재의 미국 코로나19 상황과 레스토랑 수수료 문제, 업체 간 경쟁 등은 음식 배달 서비스 업계가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은 분명하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미국의 디지털 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딜로이트컨설팅 뉴욕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그는 현재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서 디자인 컨버전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 속해 있는 55개 서비스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모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202107호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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