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투자 열풍은 수년간 양질의 경제 콘텐트를 쌓아온 삼프로TV에 기회가 됐다. 삼프로TV는 1년 사이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김동환 이브로드캐스팅 대표는 요즘 큰 책임감을 갖고 카메라 앞에 선다.
동학개미(개인투자자)가 일으킨 주식투자 열풍. 급격히 늘어난 투자 인구만큼 유튜브에는 경제 콘텐트가 성행한다. 넘쳐나는 경제 채널 중 동학개미의 유튜브 구독 목록에 빠지지 않는 채널이 바로 ‘삼프로TV’다.삼프로TV는 2019년부터 경제 관련 콘텐트를 제작해온 1세대 경제 전문 채널이다. 증권사 임원 출신 김동환, 금융기자 출신 이진우, 리포터 정영진 등 세 명의 ‘프로(전문가)’가 주식시황 중계, 전문가 대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폭넓은 정보를 제공한다. 채널 개설 3년 만에 구독자 149만 명을 확보하며 독보적인 경제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삼프로TV는 포브스코리아에서 매년 선정하는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100’에도 2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세 프로 중 맏형이자 채널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김동환 이브로드캐스팅 대표다. 김동환 대표는 30년 가까이 금융계에 몸담아 증권사 임원까지 지낸 소문난 경제통이다. 그뿐만 아니라 SBS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MBC 주식 예능 [개미의 꿈],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 출연했고 MBC 라디오 [세계는 우리는]을 진행했던 ‘방송 베테랑’이기도 하다.동학개미라면 누구나 만나보고 싶어 하는 ‘김 프로’ 김동환 대표를 여의도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포브스코리아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100’에 선정된 만큼 유튜버 김동환의 모습을 더 조명했다.김동환 대표가 방송기자를 꿈꾸다 증권사에 취직해 금융인이 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남다른 성과로 증권업계에서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하나IB투자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2005년 휴식차 떠난 미국에서는 신발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며 사업가로서의 성공도 만끽했다. 2008년 귀국해서는 리딩투자증권 전무로 일하며 채권투자자로 이름을 날리다 4년 후 돌연 업계를 떠났다. 이후 저술작업, 강연, 방송출연을 이어가던 그는 2019년 유튜브를 시작하며 또 다른 전환기를 맞았다.김동환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 ‘김 프로’로 더 유명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나만 잘하면 된다’, ‘다른 사람보다 잘해야 한다’는 식의 경쟁심이 있었는데 유튜브 세상에 들어오고 나선 ‘다 같이 잘하자’는 생각으로 즐겁게 일한다”고 밝혔다.
▎삼프로TV의 대표 코너 ‘신과 함께’. /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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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지금의 멤버들(정영진, 이진우)과 팟캐스트 [경제의 신과 함께]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담당 PD가 ‘이왕 콘텐트 만드는 김에 영상까지 찍어보자’고 제안했고, 김 대표는 ‘알겠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크게 달라질 건 없어 보였죠. ‘보이는 라디오(라디오 진행 장면을 영상으로 송출하는 것)’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이야기지만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까지 한 번도 유튜브 영상을 시청해본 적이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잘 모르니까 겁 없이 뛰어든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하나의 브랜드가 된 ‘삼프로TV’란 채널 이름도 촬영 첫날 급하게 정했다고 한다. 전문가 세 명이 모였으니 단순하게 ‘삼프로’라고 지었다고.이미 호흡을 맞춰온 세 사람이기에 합은 잘 맞았다. 각자의 역할도 분명했다. 리포터 출신인 정 프로는 평범한 사람의 시각을, 금융기자 출신인 이 프로는 저널리스트의 시각을, 경제통인 김 프로는 전문가의 시각을 제시하며 초보자부터 고급자까지 구독자를 두루 확보해갔다. 결국 삼프로TV는 개설 한 달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잠시 정체기는 있었지만 차근차근 구독자를 쌓아갔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주가가 폭락하며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왔고, 주식 투자 붐으로 이어지며 지금은 150만 명을 눈앞에 둔 대형 채널로 성장했다.특별한 성공 전략은 없었다는 김 대표지만 그에겐 ‘경쟁력 있는 콘텐트와 방송경험’이라는 거대한 자산이 있었다. 특히 팟캐스트에서의 경험이 유튜브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팟캐스트에서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해 두어 시간가량 깊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경제 부문에서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사람들이 어떤 콘텐트에 목말라 있는지 몸소 체험한 것이다. 그는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콘텐트를 제작했다.실제 시청자들이 꼽는 삼프로TV의 매력 중 하나는 게스트로 등장하는 재야의 고수를 만나는 재미다. 삼프로TV는 ‘신과 함께’라는 코너에서 각계 전문가를 모셔 한 시간 가까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코너는 지금까지 140회 이상 진행된 대표 콘텐트다. 실제 김 대표는 ‘대중에겐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의도에서는 유명한’ 전문가를 잘 발굴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네트워크는 금융업계에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김 대표만의 경쟁력이자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하다.“일하면서 알고 지낸 분들로 시작했어요. 전문가들 중에 ‘언젠가 꼭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들이에요. 구독자에게 ‘이런 휼륭한 사람도 있었네’라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죠. 요새는 주변에서 소개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콘텐트가 좋은 건 물론 전달력이 좋은 분을 모시려고 합니다. 그렇게 발굴해낸 분이 오건영씨, 염승환씨, 박병창씨예요.”
▎투자에 지친 구독자의 고민을 들어주는 ‘고민 상담소’ 코너. /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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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가 삼프로TV를 찾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시황을 생생하게 중계해주는 라이브 방송에 있다. 아침 7시 30분 시작하는 ‘출근길 라이브’, 오후 6시에 시작하는 ‘퇴근길 라이브’, 오후 7시에 시작하는 ‘백브리핑’. 여기에 미국증시 개장 시간에 진행되는 ‘글로벌 라이브’까지 매일 5~6시간씩 전달되는 생생한 정보에 구독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운다.“라이브 방송은 삼프로TV 개설 초기부터 유지해온 콘텐트입니다. 제가 고집했어요. 지금이야 경제 채널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많이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디지털 플랫폼의 본령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제작진과 좌충우돌했고요. 하지만 유튜브 후발 주자인 상황에서 차별화된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력했습니다. 게다가 살아 숨쉬는 유가증권 시장을 다루는데 생방송이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죠. 물론 시황 중계와는 성격이 다른 전문가 인터뷰나 대담, 인문학 관련 콘텐트 등은 녹화방송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2년 반 동안 경제 콘텐트로 기반을 다진 삼프로TV는 올해 콘텐트의 다양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투자에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고민 상담소’ 코너, 인문학적 소양을 높일 수 있는 ‘도시야사’, ‘리얼 아프리카 이야기’ 같은 경제 외적인 콘텐트가 대표적이다.
유튜버 간 컬래버로 함께 파이 키워야
▎최근 합류한 ‘슈카월드’의 슈카. /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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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다른 유튜버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시너지를 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최근엔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슈카를 영입해 화제가 됐다. “올 3월부터 슈카에게 ‘글로벌 라이브’ 진행을 맡겼습니다. 젊은 시각을 강화하고 젊은 구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 위한 전략이죠. 개인적으로 유튜브의 미래는 유튜버 간 컬래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콘텐트 사업이 다른 산업군과 다른 것도 그 부분이죠. 서로 이기려고 담쌓고 경쟁하기보다는 합심해 파이를 키워야 모두가 잘 될 수 있어요. 다른 유튜버와 협업하다 보면 더 큰 세상이 열리고, 더 센 영향력이 생길 겁니다.”동학개미와 누구보다 긴밀하게 소통해온 김 대표. 그는 구독자들에게서 어떤 변화들을 느끼고 있을까. 김 대표는 “현명한 투자자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예전엔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했고 항상 외국인, 기관에게 당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콘텐트로 학습한 현명한 개인투자자들이 급속도로 늘었죠. 이제 그 변화에 맞게 기업들이 성장해야 할 차례입니다.”김 대표는 유튜버로서의 고충과 이루고 싶은 목표를 함께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람들이 저만 보면 ‘종목을 찍어달라’고 해요. 전 시장을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종목 추천이 아니라 콘텐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현명한 경제적 판단과 실행력을 갖추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늘 우리 곁에 있던 『수학의 정석』, 『성문 영문법』처럼 말이에요. 또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이 가진 지혜의 총량을 늘리고 깊어지게 하는 게 책무였다면, 앞으로는 기업들의 활동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해볼까 합니다. 투자자의 기대에 맞게 기업이 성장해줘야 투자자가 떠나지 않겠죠. 기업의 성장과 투자의 선순환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