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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100] 진용진 

내 꿈은 대체 불가능한 영상 기획자 

기획력·섭외력·화제성 모두 유명 방송 PD 못지않은 유튜버가 있다. 웹 예능 [머니게임]을 기획·제작해 올해 유튜브를 뜨겁게 달군 진용진이다.

올해 웹 예능 [머니게임]의 인기는 대단했다. 총 16편으로 제작된 이 콘텐트의 평균 조회수는 700만 회. 누적 조회수는 5500만 회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진행됐던 나영석 PD와 방탄소년단의 합작 웹 예능 [출장십오야⤫달려라방탄]의 평균 조회수(620만 회)를 거뜬히 뛰어넘는 기록으로 인기와 화제성을 입증했다. [머니게임]의 인기는 기획자 진용진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안겼다. 그는 라디오 방송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와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머니게임]이 이토록 각광받은 이유가 뭘까. 콘텐트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머니게임]은 ‘밀폐된 공간과 수억원의 상금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파헤친다’는 의도로 기획한 웹 예능이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실사화해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밀폐된 독립 공간에서 14일간 생활하며 정해진 상금 안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남은 돈을 나눠 갖게 된다. 서로의 구매 내역을 모르는 참가자들의 고도의 심리전이 이 콘텐트의 재미 요소다.

진용진의 [머니게임]에서는 총 8명이 상금 4억8104만원을 갖고 경쟁했다. 회가 거듭될수록 고조되는 참가자 간의 심리전에 시청자들은 스릴을 느꼈다. 말싸움, 몸싸움을 넘어 집단 퇴소까지 이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이 생겼고, 이때마다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5회는 조회수 930만 회를 넘기기도 했다. ‘극단적인 설정이 가능한 유튜브의 강점을 잘 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정제되지 않은 리얼리티가 너무 자극적이다’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렸지만 유튜브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했다.

‘날것’ 그대로, 유튜브 매력 살린 '머니게임'


▎‘그것을 알려드림’ 코너에서는 일상 속 궁금증을 대신 해결해준다. /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머니게임]을 기획한 화제의 유튜버 진용진(30)씨를 중앙일보S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진용진’ 하면 떠오르는 흰 셔츠와 푸른 넥타이를 맨 그는 영상 속 진용진처럼 솔직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콘텐트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잘될 줄은 알았다”는 솔직한 답변을 고민 없이 내놓았다.

그에게 [머니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봤다. “촬영이 이어지는 2주 내내 제작진도 함께 합숙하며 제작에만 몰두했습니다. 출연자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초긴장 상태에서 담이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기획자로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형평성 문제’였습니다.”

이를테면 참가자들이 무언가를 요구할 때 판단을 내려주는 게 가장 고민스러웠다. 입소할 때 달랑 옷 한 벌 주어지는 게 게임의 룰인데, 평소 안경을 쓰는 참가자에게 안경을 줘야 할지 구매하라고 해야 할지와 같은 문제들이 계속 발생했다고. 그럼에도 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재미’였다.

“참가자들이 돈을 안 쓰고 다 같이 상금을 받아서 나갈까 봐 걱정했습니다. 심리전은 온데간데없는, 가장 재미없는 상황이니까요. 제겐 그게 가장 큰 실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정 정지 각오하며 절박한 마음으로 기획


▎상금 4억8104만원이 걸렸던 [머니게임]. /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사실 진씨는 [머니게임]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이미 200만 명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파워 유튜버였다. 2014년 채널을 개설했으니 햇수로 8년 차다. 그의 채널 ‘진용진’에는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진용진의 일기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 도와주는 ‘돠드림’, 사소한 궁금증을 대신 해결해주는 ‘그것을 알려드림’ 등 여러 코너가 있다. 모두 지금의 진용진을 있게 한 의미 있는 콘텐트라고 그는 말했다.

“진용진의 일기장은 유튜브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만들었던 코너이고, 돠드림은 사람들에게 유튜버로서 처음으로 호평을 받은 코너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려드림’은 구독자 10만 명을 넘어 200만 명이 넘을 수 있게 도와준 효자 코너죠.”

그의 말대로 ‘그것을 알려드림’은 진씨의 기획력이 빛나는 대표 콘텐트다. 2019년 2월 시작한 이 코너는 지금도 활발하게 영상이 올라온다. 현재까지 245개 영상이 제작됐다. 진씨는 “돈을 벌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콘텐트”라며 속사정을 풀어놨다.

“유튜버로 소소하게 인기를 얻던 중 지인에게 거금을 빌려줬다가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빚을 갚으려면 유튜브로 돈을 벌어야 했죠.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 수 있는 새로운 콘텐트를 기획해야만 했습니다. 어떤 콘텐트가 인기 있었는지, 시청자가 원하는 게 무엇일지 밤새 연구했어요. 계정이 정지당하더라도 무조건 조회수가 많이 나오게 하는 게 목표였죠. 한마디로 절박했습니다.”

그는 다소 무겁고 자극적인 주제를 택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호스트바, 장기매매, 가출 청소년 성매매 등 현장에 직접 잠입했고, 음지의 세계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특히 성매매범을 유인해 인터뷰하고 장기매매범에게 협박을 받는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적인 장면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콘텐트에 시청자는 반응했고, ‘그것을 알려드림’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채널 구독자는 160만 명을 돌파했다.

얼굴이 알려진 요즘은 전보다 훨씬 가벼운 주제를 다룬다. 그는 SBS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가벼운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목욕탕의 비리를 캔다면, 우리는 ‘목욕탕의 물세 얼마나 나올까?’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것”이라며 이해를 도왔다.

실제 ‘호랑이도 발바닥에서 꼬순내가 날까?’, ‘중국인들은 made in china 제품을 어떻게 생각할까?, ‘몇백억 대 자산가들도 요플레 뚜껑을 핥아 먹을까?’ 등 흥미로운 주제로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 구독자들은 ‘제목을 보면 괜히 궁금해진다’,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됐다’며 호응을 보낸다.

국민 MC 유재석 출연해 엄청난 화제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진용진. 현장에서 유재석, 조세호를 섭외해 자신의 채널에 등장시켰다. /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흥미로운 소재도 인기지만, 진용진 채널의 진짜 매력은 화려한 출연진이다. 일반인 유튜버가 섭외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국민 MC 유재석,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그것이 알고 싶다] MC 김상중, 개그맨 이경규…. 우스갯소리로 “진용진은 김정은 위원장도 섭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섭외 비결을 물었다. “감정에 호소해요. 저나 PD가 주로 섭외를 하는데, 우리가 이 콘텐트를 왜 찍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절박한지 구구절절 늘어놓죠. 처음엔 섭외가 잘 안 됐는데 인지도가 올라가서 그런지 요즘엔 선제안도 많이 옵니다. 오히려 얼굴을 알리려는 욕심이 전혀 없는 일반인 섭외가 더 어려워요.”

현장에서 즉석으로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진씨가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역으로 유재석의 인터뷰 영상을 따온 건 이미 유명한 일화다. 섭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그의 순발력과 기지에 구독자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그것을 알려드림’부터 [머니게임]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린 그의 다음 행보를 물었다. 그는 “자아실현”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구독자 300만~400만 명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상 기획자로 이름을 알리고 싶은 게 목표라고 한다.

실제로 진씨는 영상 기획자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자체적으로 [머니게임 2]를 기획하고 있고, MBC 리얼리티 서바이벌 [피의 게임]의 연출자로 참여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방영 예정인 [피의 게임]은 참가자들이 단절된 공간에서 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 최후의 1인이 돼야 하는 생존 게임으로 방영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머니게임]을 통해 많은 걸 배웠어요. 의도치 않게 출연자들이 욕을 먹는 상황이 속상했죠. 기획자로서 내가 미숙하면 다른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나를 믿고 참가해준 사람들을 위해 더 철저히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앞으로 선보일 [머니게임 2]와 [피의 게임]에서는 기획자로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유튜버 입문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에겐 공부가 더 우선돼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또 어른들에겐 너무 장비를 갖추려는 욕심을 버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냥 핸드폰으로 찍은 강아지 영상이 1000만 뷰가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또 이건 저만의 노하우인데, 이미 잘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콘텐트의 포맷에 나만의 아이디어를 섞는다면 기발한 콘텐트가 탄생할 수도 있어요. 잘된 프로그램은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유튜버에서 영상 기획자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그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맨 파워가 아닌 콘텐트 파워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진용진이 만들면 무조건 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믿고 보는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109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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