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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그룹의 성장 비결 

 

토요타자동차가 설립된 1937년 이후 현재까지 84년간 최고경영자를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창업주의 직계 장손 3명, 범 도요타 가문 구성원 3명, 전문경영인 5명 등이다. 세 그룹이 조화를 이룬 덕분에 토요타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토요타그룹은 토요타자동차(Toyota Motor)를 주력사로 하는 일본 최대 산업 분야 기업집단이다. 토요타자동차는 2021년 5월 연결기준으로 매출 액 2494억 달러(약 290조원), 전 세계 종업원 36만 명에 이르는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2020년 기준으로 자동차 952만 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판매 순위에서 독일 폭스바겐그룹에게 내주었던 세계 1위 자리를 5년 만에 탈환했다.

토요타그룹은 토요타자동차, 토요타자동직기(Toyota Industries), 아이치철강, 덴소, 다이하쓰자동차 등 주력사 17개 기업과 그 산하에 수많은 자회사 및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계열사 중에는 아주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거래 관계 등으로 포함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본 기업집단의 별칭인 ‘계열(keiretsu)’ 구조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연결 자회사 528개와 계열사 201개가 있는데, 특히 계열사 중에서 지분법에 따라 실적이 토요타자동차로 반영되는 계열사는 72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회계상 반영되지 않는 계열사까지 고려하면 토요타그룹의 규모는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토요타그룹이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한 과정을 역대 최고경영자의 면면을 통해 살펴보자. 토요타그룹은 1926년 도요타 사키치(1867~1930)가 자동방직 기계를 생산하기 위해서 설립한 토요타자동직기제작소(현 토요타자동직기의 전신)에서 출발했다. 토요타그룹의 창업자라 할 수 있는 사키치는 일본의 에디슨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계 발명의 선구자였다. 그는 1890년 처음 수동직기를 발명한 이후 30~40년 동안 전기를 활용한 고난도의 여러 자동 방직기를 계속 발명하면서 당시 서구세계에 일본의 기계 발명 및 제작 기술력을 과시한 주역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1930년에 토요타자동직기는 직원 1만3000명을 거느린 대기업이 되어 있었다.

사키치는 아들, 사위, 동생 등 범 도요타 가문 구성원들이 회사에서 여러 역할을 하도록 했는데, 장남인 2세대 도요타 기이치로(1894~1952)는 부친 사망 후 3년이 지난 1933년에 회사 내에 자동차 사업부를 신설했고, 1937년에는 이를 정식으로 분사해 토요타자동차를 설립했다. 그런데 토요타자동차의 초대 사장은 사키치의 사위이자 당시 토요타자동직기 사장이었던 도요타 리자브로(1884~1952)가 4년 동안 겸직했다. 그는 기이치로와 함께 토요타를 방직기계회사에서 자동차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필요한 외부 자본 조달과 경영권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기이치로는 1941년 토요타자동차 2대 사장으로 취임해 1950년까지 10년 동안 토요타자동차의 기틀을 다졌다. 1950년부터 1967년까지는 전문경영인 타지오 이시다(재임 1950~1961)와 후키오 나카가와(재임 1961~1967)가 사장을 맡아 토요타를 이끌었다.

1967년에 에이지 도요타(1913~2013)가 제5대 사장으로 취임해 1982년까지 활동했는데, 그는 일본의 헨리 포드라고 불릴 정도로 토요타를 세계적 자동차회사로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에이지는 기이치로의 사촌동생으로, 1933년부터 1936년까지 동경제대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토요타자동차 출범 직후인 1938년에 입사해 주로 자동차 생산공장의 건설 및 공정을 담당했다. 에이지는 사장에서 물러난 1982년부터는 토요타자동차 초대 회장에 부임해 1992년까지 재임했다. 특히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기로 결정해 그의 재임 기간에 렉서스 브랜드가 출범했다.

1982년에는 기이치로의 장남인 3세대 쇼이치로(1925~ )가 6대 사장으로 취임해 당시까지 토요타자동차 제조법인과 판매법인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것을 합병해 통합 토요타자동차법인을 출범시켰다. 그는 1992년 사장에서 물러난 뒤 2대 회장으로 부임해 1999년까지 재임했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는 쇼이치로의 동생인 타츠로(1929~2017)가 7대 사장을 지냈다. 1995년부터 2009년까지는 전문경영인 히로시 오쿠다(재임 1995~1999), 후지오 초(재임 1999~2005), 카츠아키 와타나베(재임 2005~2009)가 연이어 사장을 맡았다.

2009년 토요타가 리콜 등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쇼이치로의 장남 4세대 도요타 아키오(1956~ )가 사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토요타자동차를 이끌고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및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토요타를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복귀시켰다. 특히 아키오는 2016년 구글의 모빌리티 엔지니어링 책임자였던 제임스 쿠프너(James Kuffner)를 영입해서 토요타연구개발센터를 맡기는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2020년 7월에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내용은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더는 내지 못하는 때가 바로 자신의 은퇴 시점이라는 것이다. 전문경영진 체제로 갈지 아니면 도요타 가문의 오너 경영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토요타자동자가 설립된 1937년 이후 2021년 현재까지 84년 동안 최고경영자를 지낸 인물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구분된다. 첫째, 창업주의 직계 장손 3명으로 이들이 사장으로 재임한 기간은 총 31년이다. 둘째, 범 도요타 가문 구성원 3명으로 재임 기간은 총 22년이다. 셋째, 전문경영인 5명으로 이들의 재임 기간은 총 31년이었다. 토요타는 직계 장손, 범 도요타 가문, 전문경영인 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안정적인 승계 과정을 통해서 세계 최고 자동차회사로 성장해왔다고 하겠다.

올해 65세인 아키오에게는 1남 1녀가 있다. 장남인 5세대 다이스케(32세)는 게이오대학과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16년 토요타에 입사했으며, 지금은 계열사 ‘우븐 알파(Woven Alpha)’의 대표를 맡고 있다. 우븐 알파는 토요타의 자율주행 및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현하는 핵심 기업이다. 다이스케가 아키오를 이어서 바로 토요타의 오너 경영에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직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고 나이가 젊다는 점에서 과거처럼 전문경영인 체제 또는 범 도요타 가문의 다른 경영자가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이스케가 쿠프너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모빌리티 사업은 미래 자동차산업의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그가 토요타의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된다.

-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202109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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