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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17) 

사용자 경험은 B2B에서도 재미있어야 한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하던 B2B 디자인이 B2C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클라우드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용자 경험이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용 OS인 윈도우11 디자인 화면(오른쪽)과 클라우드 서비스 브랜드 에주어(Azure) 로고.
최근 기업들은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단행하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 그 좋은 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오피스(Office)의 프로덕트 아이콘 리디자인을 필두로 올해 다이내믹스(Dynamics)와 에주어(Azure)까지,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프로덕트의 심볼을 순차적으로 개선해나갔다. 이 로고들은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나 재미와 친근함, 공간감을 더하기 위해 둥근 외형선과 깊이감이 더해졌다. 또 새로운 이모지(Emoji) 디자인도 공개했는데,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부터 동물, 외계인 등 다채로운 모습을 한 컬러풀한 디자인이었다. 이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메시지는 ‘사용자를 즐겁게 하는 디자인의 적용’이다.

흔히 사람들이 접하는 서비스는 비즈니스 사용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를 염두에 둔 경우가 많다. 유튜브나 지메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같이 일반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덕트를 우리는 B2C(Business To Customer)라고 칭한다. 이와는 반대로 대중이 아닌 특수한 목적성을 가진 비즈니스를 위해 구축되는 프로덕트는 B2B(Business To Business)라고 부른다. 비즈니스의 인사관리 시스템이나 물류관리 시스템과 같은 프로덕트가 그 예시라 할 수 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나 세일즈포스 같은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B2B 제품들이다. 게다가 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덕트는 IT 업계 밖에 있는 일반 사용자들은 평생 접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파워포인트나 엑셀처럼 대중적인 프로덕트 라인업을 제외하면 B2B 프로덕트군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비즈니스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존재했던 실용성 위주의 디자인은 즐거운 사용자 경험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B2B 프로덕트의 경우 시각적 디자인이나 사용자 경험이 B2C에 비해 뛰어나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왜 요즘 기업들은 B2B에서조차 사용자 경험을 발전시키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걸까?

유저와 감정적 유대 쌓는 디자인

클라우드 기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장벽을 허무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어떤 장소와 환경에서도 구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Windows 365’라는 클라우드 PC를 통해 사용자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디바이스를 사용하더라도 PC를 스트리밍해 사용하는 제품도 내놓았다. 또 많은 기업이 자사 혹은 타사 프로덕트 기능의 공유와 적용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팀즈나 슬렉, 줌 등의 메시징 서비스 안에 오피스나 깃허브(GitHub), 유튜브 등 다양한 외부 기능을 인앱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확장하는 것은 좋은 예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현재 사용 중인 서비스의 이탈률을 줄임으로써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클라우드로 인한 경계의 붕괴는 B2C 프로덕트와 B2B 프로덕트 사이의 경계도 무너뜨리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는 순수하게 개인용 디바이스인가, 아니면 일을 하는 워크스테이션인가? 예전에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쉬웠다. 회사용 워크스테이션은 외부에서 접속과 다운로드 등이 원천 차단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 일을 하기 위해서 외부에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고, 개인적인 용무를 보다가도 언제든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만큼 요즘 시대 사용자들은 B2B와 B2C가 이분법적으로 나뉜 세상에 살고 있지 않고, 자유자재로 경계를 넘나들며 서비스를 활용한다.

이처럼 경계가 무너진 클라우드 시대에, B2B와 B2C 프로덕트 디자인이 수준 차이가 크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를 얼마나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공개된 이후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그 후로 많은 앱과 서비스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왔고 사용자들의 눈높이도 동반 성장했다. 그런 만큼 현시대에 B2B와 B2C 간의 수준 차이는 일반 사용자들에게 단순하게 잘 만든 프로덕트와 못 만든 프로덕트로 인식될 뿐이다. 그래서 B2B에서도 사용하는 동안 실용성을 넘어 프로덕트와 감정적 유대관계를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로고, 아이콘, 색상은 물론, 군더더기 없는 사용자 플로가 중요해졌다.

이처럼 경계를 없애는 것이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반가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 회사에서 만든 프로덕트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환경과 디바이스에 맞게 디자인을 바꾸거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덕트인가에 따라 그것이 사용하는 엔지니어링 테크 스택(Tech stack)부터 디자인 컴포넌트들이 비슷하지만 다르거나 완전히 다른 경우도 다반사다.

그런 만큼 원하는 디자인과 기능을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마법처럼 편하게 구현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에 성공한 기업들은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술의 발전이 일정 단계에 도달했을 때, 프로덕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엔 누가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보유하고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loud+AI 부서의 Design Convergence Studio를 총괄하는 Principal Design Manager로 일하고 있다. Deloitte Digital 뉴욕 오피스의 Head of design team을 맡았으며, 디지털 에이전시인 R/GA의 Product Innovation팀에서 Lead Designer로 근무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2019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2020년)』을 출간했으며 현재 유튜브 채널 ‘쌩스터 티비’를 운영 중이다. 수상 경력으로는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대상, 2017), Cannes Lions (Silver, 2013) 등이 있다.

202110호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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