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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29) 마크비전 공동창업자 

지식재산권 산업의 게임 체인저 

김민수 기자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빠른 성장과 함께 위조상품의 온라인 유통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온라인 위조상품 시장 규모는 약 1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30대 한국 청년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도전장을 냈다. 2019년 마크비전을 공동창업한 이인섭 대표와 이도경 부대표다. 이들은 기업들이 기존에 사람을 고용해 손으로 일일이 걸러내던 위조상품 적발 작업을 인공지능 기술로 풀어내며 창업 2년 만에 고객사 40여 곳을 끌어모았다.

▎마크비전 이도경 부대표(왼쪽)와 이인섭 대표
마크비전의 인공지능(AI) 솔루션과 사업 영역,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이인섭: 여러 글로벌 브랜드를 대상으로 아마존, 쿠팡, 알리바바, 네이버, 인스타그램 등 전 세계 100여 개 이커머스 플랫폼과 SNS에서 위조상품을 자동으로 찾아 제거해주는 AI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명품, 패션, 콘텐트,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했고, 최근에는 불법 콘텐트 모니터링 서비스도 시작했다. 우리는 상표권 위반, 저작권 위반 사례를 적발하는 종합 IP 보호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조상품이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도경: 과거에는 브랜드들이 로펌의 도움을 받아 위조상품을 가장 많이 파는 악성 판매자를 대표적으로 고소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IT 기술이 발달하고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이 생기면서 역설적으로 위조상품 판매자들이 활개 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를 법적 조치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반면 위조상품 판매자 입장에서는 벌금을 내도 판매로 얻는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근절되기 힘든 구조다.

이른바 ‘짝퉁’을 AI로 감별하는 기술은 여러 스타트업이 갖고 있다. 마크비전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인섭: 위조상품을 촬영해서 AI로 분석하는 기술은 다른 스타트업들도 많이 갖고 있다. 우리의 기술적 차별점은 실물이 없어도 이커머스 플랫폼상에 떠도는 사진과 정보를 바탕으로 위조상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조상품 판매업자들의 행동적 패턴, 위조상품의 가격, 상세정보, 이미지 촬영 방식 등을 우리만의 알고리즘으로 가려낸다. 이렇게 신고한 위조상품 100개 중 95개가 들어맞을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위조상품도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어 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마크비전의 기술력이 발전하면 위조상품이 사라질까.

이인섭: 맞다. 위조상품 판매자들도 신고를 당하면 이를 교훈 삼아 더 교묘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보통 한 가지 브랜드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상품군을 여러 플랫폼에서 시시각각 판매한다. 우리가 기술적으로 한 발 앞서서 이를 파악하고 제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이 있다고 범죄가 사라지는 게 아니듯이 우리가 아무리 적발한다고 해도 위조상품 자체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IP 침해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위조상품으로 인한 전 세계 IP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또 기업들이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도경: 여러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1000조원 규모의 위조상품이 전 세계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유통된 것으로 추산된다. 유러피안 커미션에 따르면 위조상품 100개를 제거할 때마다 브랜드 제품 판매량이 10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위조상품으로 인한 글로벌 브랜드의 손실 규모는 매년 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위조상품도 함께 늘자 기업들이 인력을 고용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으로 인해 장기적인 대응책을 세우기 힘든 상태다.

따라할 수 없는 기술 경쟁력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마크비전 공동창업자들이 인터뷰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모니터링 요원들을 고용해서 수작업으로 신고하는 방식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는 뜻인가.

이인섭: 그렇다. 이들이 이커머스 플랫폼을 일일이 검색해 위조상품을 탐색하고, 제품 구매 및 리뷰 댓글을 확인해 정품 여부를 분석한다. 또 이커머스별로 신고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신고 내용을 몇 번이고 작성해 개별 이커머스에 접수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반복 작업을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했다.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모델과 텍스트 분석 알고리즘이 위조상품을 24시간 모니터링해 온라인 대시보드에 올려놓으면, 기업 담당자가 로그인해 클릭만 하면 개별 이커머스에 자동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큰 ‘페인 포인트’가 있는데 왜 지금껏 이를 기술적으로 풀어보려는 곳이 없었을까.

이도경: 일단 첫째로 사람이 직접 수동적으로 하던 작업을 자동화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다. 이 프로세스를 개발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모니터링 인력을 고용해서 해결하는 게 훨씬 쉽다. 둘째, 최근에 K콘텐트가 유명해지면서 관심을 받기 전까지는 지식재산권 시장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기술보다는 변리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들에게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우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 방정식을 학습한 터라 이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해보겠다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19년 미국에 법인 설립 후 시드 단계에서만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 세계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에 합격했다. 비결은 무엇인가.

이인섭: 어떤 산업을 혁신하려고 하는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시장성을 인정받았던 게 주효했다. 우리는 IP 보호부터 라이선싱, 수익화까지 종합 IP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고, 인공지능개발자와 B2B SaaS 사업, 법률 분야 등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이를 실현할 만한 역량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성과 비전만큼 중요한 게 역시 사람인 것 같다. 두 분이 만나 마크비전을 공동창업하기까지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이인섭: 둘 다 창업을 통해 위대한 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이 있었다. 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리스크 전담 부서에서 근무하며 이커머스 사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해 지금의 CTO를 만났다. 이도경 부대표도 EY 한영과 데일리호텔의 해외투자 총괄을 거쳐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시점에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됐고, 수작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던 지식재산권 보호 산업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미개척지를 향한 도전

그렇다면 하버드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업 아이템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이인섭: 하버드 이노베이션 랩에서 공간을 제공해주어서 1년 정도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이커머스상에서 가장 큰 문제가 뭘까 고민한 결과 위조상품 시장에 주목했고, 마침 컴퓨터 비전(AI 기술 중 한 분야)을 이 문제를 푸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나와 이도경 부대표뿐 아니라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 엔지니어들이 참여하면서 브랜드 보호에 대한 법률 전문성과 AI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다.

마크비전이 고객사들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도경: 21세기에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식재산, 즉 IP라고 생각한다. IP를 효율적으로 관리, 보호하면서 수익화하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어 보이지 않는 큰 가능성을 가진 분야다. 우리가 이를 직접 증명해나가고자 한다.

마크비전의 딥러닝 기반 이미지 인식 기술을 사용한 ‘짝퉁’ 감별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이인섭: 핵심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딥러닝 기반 이미지 인식 기술과 머신러닝 기반 언어분석 기술이다. 이미지 인식 기술은 우리가 보유한, 수천만 가지가 넘는 이커머스 제품 중에 고객사 제품과 관련성을 분석하고, 언어분석 기술로는 텍스트 정보, 즉 가격과 상세페이지에 나와 있는 위조상품 판매자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한다.

위조상품 판매자들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나.

이인섭: 우리가 개발한 판매자 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상위 10%에 해당하는 소수의 판매자가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가품을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신고한 위조상품 중 절반 이상이 이들이 유통한 물량으로, 이 같은 악성 판매자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투자금을 기반으로 올 상반기에 사업 영역을 위조상품 모니터링에서 불법복제 콘텐트 모니터링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추가로 KPI 리포트 작성, 가품 취급과 관련한 법적 대응 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이도경: 위조상품을 모니터링하면서 파생되는 데이터들을 고객사들에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업 전략을 세울 때 어느 지역에 어떤 상품 위주로 출시할지 참고할 수 있다. 최근 한 고객사의 경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 10여 년간 수십억원어치 위조상품을 판매한 셀러를 특정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불법복제 콘텐트 모니터링의 경우, 어떤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인섭: 한국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K콘텐트가 뛰어난 작품력과 퀄리티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인기 작품과 관련된 위조상품 유통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K콘텐트의 IP를 전방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솔루션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2월 국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웹툰 기반 상품을 판매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한 달간 위조상품 모니터링을 실시해 위조상품 4000여 개를 적발했다. 이를 통해 제거된 위조상품 거래액은 900억원 규모에 달했다.

마크비전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이도경: 현시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목표는 종합 IP 플랫폼 구축이다. 고객사들이 요청하는 사항들이 있는데 하나는 다양한 상품군의 IP를 포트폴리오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등 특정 아시아 국가에 기반한 기업이나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할 때 IP 포트폴리오 관리가 중요해진다. 우리는 IP 출원 전략부터 관리, 보호, 수익화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고객사 입장에서 화상회의 하면 줌(ZOOM), 클라우드 하면 AWS를 떠올리듯이 IP 관련 이슈는 마크비전을 찾을 수 있게 ‘킬러 SaaS’로 도약할 것이다.

※ 이인섭 대표 - 2013 하버드대 경제학 학사 2013 독일중앙은행, 맥킨지 근무 2018 하버드 로스쿨

※ 이도경 부대표 - 2016 코넬대 호텔경영학 학사 2017 EY한영 컨설턴트 2018 데일리호텔 해외투자총괄

-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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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호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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