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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금융 플랫폼의 새 길을 내다 

장진원 기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2014년 국내 최초로 간편결제 시장을 연 주인공이다. 7년여가 흐른 지금, 카카오페이는 누적가입자수 3700만 명, 연간거래액 67조원의 거대 생활금융 플랫폼이 됐다. 지난 11월에는 코스피시장 IPO(기업공개)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3년 카카오 내 페이먼트사업부에서 출발한 지 8년 만에 시가총액 22조6000억원대에 달하는 코스피 대형주로 몸집이 커졌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촉매다. 때로 기술은 혁명이라 부를 만큼 삶의 방향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물길로 틀어놓는다. 닷컴 버블이 꺼졌던 뉴밀레니엄 초반만 하더라도 인터넷이나 무선통신 같은 기술이 인류사의 새 장을 열 거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기술의 발전 속도는 미처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빠르고 다채로워졌다.

최근 들어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파편적 정보를 한데 모으고 이를 의미 있는 데이터로 만드는 원천이 되고 있다. 무수히 쏟아진 데이터가 쌓이고 쌓여 모인 빅데이터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 인공지능(AI)은 ICT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툴로 자리 잡았다. 2007년 이래 스마트폰이 촉발한 모바일 혁명은 이미 인류가 쌓아놓은 기술의 집약체가 된 지 오래다. 앞으로 또 다른 어떤 기술이 혁신을 이어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1990년대 이후 대학에 진학했던 이들은 이러한 IT 기술 혁명이 불러온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세대였다. 퍼스널 컴퓨터(PC)를 본격적으로 방 안에 들였던 이들은 PC통신을 거쳐 인터넷 혁명의 혜택을 제대로 받았다. 반면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들어 비 이성적으로 부풀어 올랐던 IT 버블을 목도한 세대 역시 이들이다.

대한민국에 가장 먼저 ‘간편결제’ 시장을 연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도 그랬다.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택했던 97학번 새내기는 졸업 후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대기업 조직문화를 경험하고자 삼성SDS로 이직도 했다. 2009년 들어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은 기술과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모바일 시대가 꽃피리란 직감이었다.

2010년 등장한 카카오톡은 모바일 환경을 주도할 ‘플랫폼’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줬고, 플랫폼이 시장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뒤엎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굳어졌다. 류 대표는 결국 모두가 안정적이라며 부러워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고 카카오라는, 작지만 큰 기함에 올라탔다.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컴퓨터공학 전공자, 즉 개발자로 출발한 류 대표의 첫 작품은 지난 2012년 선보인 ‘보이스톡’ 서비스였다. 통신사 요금제가 무료통화 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되던 시절, 데이터를 활용해 국제전화까지 무료 통화를 제공한 서비스는 국내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모바일 생태계가 어디까지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지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 됐다. 개발자로서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며 ‘대박’을 쳤지만, 역으로 성공적인 서비스 론칭을 계기로 고민도 깊어졌다. “기술과 현실의 한계를 마주한 경험”이었다는 게 류 대표의 회고다.

“보이스톡 성공은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에 확신을 줬어요. 하지만 기술이 다가 아니라는 현실도 깨닫게 해주었죠. 공짜로 통화하는 시대가 열린 사용자들에게는 혁신 그 자체였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해관계자들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불씨가 될 수도 있었던 거예요. 셀 수 없을 만큼 지난한 소통으로 대립이 아닌 공생을 이뤄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통화요금 수익이 날아가게 생겼다며 서비스를 반대했던 통신사, 관련 정부 부처, 해당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 등 이해관계자들 간 소통과 조율은 결국 지금의 데이터 기반 요금제를 안착시켰다. 그 사이 전화요금은 통화요금이 아닌 데이터 사용료 개념으로 바뀌었다.

혁신이 의도치 않은 갈등의 불씨로 커진 경험은 류 대표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는 계기도 됐다. 기술은 혁신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친 것도 그즈음이다.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려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업적 능력이 먼저라는 걸 체감했어요. 개발 커리어를 사업으로 트는 도전에 나선 계기입니다.”

보이스톡 성공 이후 독립을 준비하던 류 대표에게 회사는 오히려 새로운 먹거리 개발을 제안했다. 때마침 온라인 커머스의 주류가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던 시기였고, 류 대표는 또 한 번 새로운 기회가 열릴 거라 직감했고 희망을 봤다. 2014년 9월 국내 최초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카카오페이는 그렇게 세상 빛을 봤다.

“당시 눈에 띈 게 금융이었어요. 특히 모바일 커머스 결제 과정에 주목했는데, 불과 7년 전만 하더라도 온라인에서 결제 한 번 하려면 18개 화면을 거쳐야 했어요. 수많은 정보 입력은 덤이고요. 어찌어찌해서 마무리에 다다랐다가 에러라도 나면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였죠. 그만큼 결제 실패율도 높았고요. 그런데도 모바일 커머스 거래액이 매달 신기록을 써나가더군요.”

개발자이자 사업가의 눈으로 본 모바일 결제 혁신은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커머스 비즈니스 자체에 날개를 달아줄 절호의 기회였다. 국내에 유례가 없던 간편결제 서비스였지만 기술적으로 크게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다. 개발에 나선 지 몇 달 되지 않아 공인인증서 없이 6자리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끝나는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다만 보이스톡 때와 마찬가지로 개발 자체보다 훨씬 어려운 사업화 과정이 남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 1년 반 만에 사업 허가 승인을 받았다.

카카오페이의 등장은 국내에 처음 간편결제 시장을 열었다는 사실을 넘어, 한국 핀테크 산업을 본격적으로 꽃피우는 계기가 됐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단순 지불결제에서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현재 생활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틀을 넓히고 있다.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는 청구서, 간편 인증, 송금, 금융투자, 보험, 대출 및 신용조회, 자산관리, 배송 등 금융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가 카카오페이 앱 안에서 이뤄진다. 류 대표는 이를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고 정의한다.

“결제와 송금부터 보험·투자·대출중개·자산관리까지 아우르는 ‘전 국민 생활금융 플랫폼’이 목표입니다. 여러 앱을 내려받는 번거로움 없이 카카오페이 앱 하나만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쉽고 간편하게 누리자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이죠.”

앱 하나로 결제에서 투자까지


▎지난 11월 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상장 기념식. 류영준 대표가 축하 세리머니에 나섰다.
류 대표가 꿈꾸는 생활금융 플랫폼은 지금까지 A+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다. 서비스 개시 첫 달(2014년 9월) 가입자수 5만 명에서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올 6월 현재 누적가입자수가 3650만 명에 달한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쓰는 ‘국민 애플리케이션’이 된 셈이다. 2020년 연간 거래액 67조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거래 액 4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서비스의 순수 활성도를 보여주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2000만 명에 육박한다. 비슷한 기능을 내세운 타사 서비스를 압도하는 실적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금융 제휴사 수도 126개로 국내 최다다. 카카오라는 국내 최대 모바일 생태계가 금융 서비스 전반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지난 11월에는 코스피시장 IPO(기업공개)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3년 카카오 내 페이먼트사업부에서 출발한 지 8년 만에 시가총액 22조6000억원대에 달하는 코스피 대형주로 몸집을 키웠다. 류 대표는 지속 가능 경영의 바탕이 되는 수익성 확보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가맹점 프로모션 강화, 새 시스템 구축 등 투자 확대 기조에서도 올해 3분기 누적영업이익(연결기준)이 16억원 흑자로 돌아서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페이의 사업 영토 확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2018년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던 류 대표는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투자문화를 만든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자회사로 두는 도전에 나섰다.


“투자라고 하면 돈 많은 자산가를 떠올리잖아요. 동학개미라는 말이 등장한 지도 얼마 안 됐어요. 돈이 많거나 금융을 잘 아는 사람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누구나 소액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예요.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라는 강력하고도 친근한 플랫폼 덕분에 투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죠.”

쉽고 재미있는 투자라는 비전은 출발부터 기존 증권사와는 다른 길을 택하게 했다. 개별 종목 투자 대신 펀드 상품부터 선보인 이유다. 어렵고 복잡했던 기존 증권사의 상품 대신, 자산배분형(EMP) 펀드 3개만 내놓았다. ‘유망IT에 투자하는 똑똑한 펀드·투자고수가 검증한 믿음직한 펀드·AI가 관리해주는 합리적인 펀드’는 암호 같은 타사 펀드 이름과 비교하면 투자자가 받아들이는 느낌부터 달랐다. 카카오페이증권은 현재 채권투자 펀드 2종, 주식투자 펀드 3종을 더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사용자 경험(UX)를 가장 우선시했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판단하는 개별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공모펀드로 시작했어요. 최소투자금도 1000원으로 확 낮췄죠. 카카오페이 결제 서비스와 펀드를 연결해 1원 단위까지 투자가 가능한 ‘동전 모으기’, ‘알 모으기’ 같은 새로운 투자 방식도 열었습니다.”

올해 7월 말 기준 카카오페이 펀드 누적가입자수는 189만 명, 6월 말 기준 개인 공모펀드 가입 계좌수는 206만 좌에 이른다. 계좌수는 2위 증권사 대비 2배나 많은 규모다. 침체돼가는 공모펀드 시장에 카카오페이증권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연 간편결제 시장을 기점으로 국내 핀테크업계는 빅데이터와 AI로 무장한 빅테크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다. 특히 지난 8월부터 데이터 사업자들이 개인의 동의를 받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한 마이데이터사업(신용정보관리업)은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 시대를 열게 해주었다. 시장의 강자들이 혈투를 벌이는 가운데서도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의 경쟁력과 차별화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의 강점은 데이터 자체입니다. 누적가입자 3700만 명, 올해 3분기 누적거래액 72조5000억원에 이르는 국민 생활금융 플랫폼을 구축한 만큼, 매일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죠. 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와 AI 기술력이 요구되는 자산관리, 신용평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류 대표는 빅테크 선두 주자인 카카오의 기술력도 강조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인증 서비스를 2017년 출시했다. 이 밖에도 얼굴인식 인증, 광학문자인식(OCR), 머신러닝 기술로 스스로 발전하는 이상거래감지시스템(FDS) 등 최신 IT 기술 연구와 상용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소셜(social)’ 역량도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힘든 강점이다. 류 대표는 “카카오 생태계가 갖고 있는 소셜의 강점을 금융에 접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친구들끼리 쉽게 이용하는 송금 서비스, 지인에게 카카오페이머니를 바우처 형태로 보내는 카카오페이상품권 등이다.

“카카오페이만이 가져갈 수 있는 생태계 데이터와 마이데이터를 접목하면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든 독보적인 금융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 대표는 금융혁신을 이끌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 국내와 해외 주식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동시에 가능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할 예정이다. 3700만 명이 이용 중인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 구동하는 MTS인 만큼 연령대나 투자 경험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사용자환경 혁신에 방점을 두되 투자 경험이 많은 사용자도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풍부한 차트와 종목 검색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카카오 전반의 약점으로 꼽히는 해외사업 성과는 류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분사하면서 투자를 받을 때부터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원했다”며 “그 조건 중 하나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시너지”였다고 말했다. 중국 알리페이의 운영사 앤트그룹이 주주로 합류하게 된 배경이다. 류 대표는 특히 카카오페이 유저들이 해외에서 결제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비즈니스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확산되면 카카오페이의 주요한 수익원이 될 거라 봅니다. 이미 일본과 마카오의 60만 개 이상 가맹점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가 가능하고, 온라인에선 애플·구글·알리익스프레스·마이크로소프트·스포티파이·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넘버원 카테고리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한국인이 많이 찾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대하고 중국, 미국, 유럽까지 비즈니스 범위를 넓힐 예정입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M&A 추진


류 대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지역과 국가의 제약을 넘기 유리한 만큼, 크로스보더 비즈니스 제공에 활용할 거라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인 블록체인 투자는 물론, 신기술을 가진 유망 핀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분투자 및 M&A를 추진 중이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연 테크핀의 수장은 기술과 금융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까. 류 대표는 “핀테크와 전통적 의미의 금융이라는 구분이 사라질 거”라고 예견했다.

“5년, 10년 뒤에는 모든 금융의 기본은 비대면이 될 겁니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이제 더는 핀테크와 기존 금융업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요. 경계가 사라지고 결국 하나로 융합될 겁니다. 한쪽을 옭아매는 규제가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가 잘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에요.”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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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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