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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존슨 SJA제주 총교장 내정자 

탐구형 인재의 경쟁력 입증 

이진원 기자
179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버몬트주 소재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t. Johnsbury Academy, 이하 SJA)의 학문적 전통을 SJA제주가 계승했다. 지난 2017년 제주영어교육도시에 개교한 SJA제주는 올해 두 번째 졸업생을 배출했다. 최근 입시에서 SJA제주 졸업생들은 세계 명문대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SJA가 강조하는 ‘탐구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효과를 입증했다.

“지난 졸업반의 대표적 캡스톤 프로젝트로 한 학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더욱 신속하게 인쇄하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이 학생은 3D프린팅으로 점자를 빠르게 인쇄하고 이를 스티커로 제작해 기존 책에 부착할 수 있도록 했죠. 그리고 지역도서관, 지역사회 시각장애인 단체와 협력해 이 방법으로 점자책을 만들어 보급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를 넘어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영향력을 만들었어요.”

SJA제주의 코리 존슨(Corey Johnson) 총교장 내정자(이하 총교장)는 한 캡스톤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보여주는 이상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SJA제주의 각 교육단위 졸업반(5·8·12학년)은 캡스톤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캡스톤 프로젝트는 미국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마지막 학년 학생들에게 학업 및 지적 도전을 부여하는 과제다. 대학 논문이나 졸업 작품과 같은 개념이다. 미국식 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SJA제주의 교육에서는 탐구와 프로젝트 기반의 캡스톤 집중학습 모델(Capstone Intensive Learning Model)이 핵심이다. 이는 학생들이 교과 과정의 핵심 학습목표를 포괄적으로 파악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고안됐다.

존슨 총교장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탐구와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학업 능력을 함양할 뿐만 아니라 인격도 형성해간다”며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조사하고 발표할 기회를 제공해 인생에서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고 추구하도록 권장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CILM은 일회성이 아니라 중장기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매일 축적하는 학습 기술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SJA가 자체적으로 고안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를 생물학으로 정한 학생은 통계를 이용해 새로운 종류의 버섯을 만들었고, 시사에 관심 있는 학생은 한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과 비교하는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고교 시절에 이처럼 깊이 있는 연구를 경험한 학생들은 최근 대학 입시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SJA 제주 졸업생은 에모리대, 존스홉킨스대, 코넬대, 조지아공대, 다트머스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등 다수의 명문대에 합격했다. SJA제주에 따르면 지난해 졸업생 37명이 글로벌 주요 대학에서 무려 158건의 합격 통보를 받았다. 최근 미국 명문대들은 일괄적인 시험점수를 입시 기준에서 점점 배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러 아이비리그 대학이 미국의 수학능력시험 격인 SAT나 ACT 시험점수를 지원서와 함께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즉, 대학이 열린 지원 정책에 따라 시험점수보다 학생들의 탐구 능력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평가하고 있으며, 캡스톤 프로젝트와 같은 성과물은 학생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의미다.

물론 중고생이 소논문이나 캡스톤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SJA제주는 ‘캡스톤위원회’를 구성해 교사진의 전폭적인 지원과 안내를 제공한다. SJA제주의 학문적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학생의 탐구능력을 제고하려는 목적을 지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SJA제주는 미국 본교의 교육이념인 인성(Character), 탐구심(Inquiry), 공동체 의식(Community)을 바탕으로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연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탐구 중심의 체계적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초등부 과학 실험실 수업 모습.
“SJA제주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탐구와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으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습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며 학생들이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다재다능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죠.”

학생 중심의 교육을 위해 SJA제주는 상향식 교육을 강조한다. 상향식 교육은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학생들이 중요한 주제를 발견하고 질문하도록 장려하는 접근 방식을 말한다. 이는 학습에 동기를 부여하고 촉진한다. 그리고 학생이 스스로 학습과 조사를 기획하고 열린 대화를 함으로써 점점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하게 되면서 지적 교류가 이뤄지는 메커니즘이다. 교육학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학습할 때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더 큰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탐구중심학습은 이 과정의 학습을 촉진하며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SJA제주의 교사들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또래와 함께 토론과 실행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존슨 총교장은 이를 “학생들이 지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학생들이 지적으로 성장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려는 데 관심을 갖게 하려면 여러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 밖 지역사회와 연계해 여러 자원봉사 기회를 만들어요. 이는 SJA제주의 교육 가치와 연결되며 학생들의 인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올해 초 우리 학생들은 지역 고아원에 책을 기부하기 위해 중고 도서를 수집하는 행사를 열어 500여 권을 전달했어요. 또 고아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제주 내 동물보호소를 위한 기금 마련 행사, 해변 청소 자원봉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참여하려는 동기를 실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사회정서 학습 커리큘럼’ 도입


▎SJA제주 졸업생들은 글로벌 명문대에 다수 합격하며 탐구형 인재를 원하는 시대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현재 SJA제주의 고등학교 교장인 존슨씨는 2022년 SJA제주 총교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미국 외에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18년간 교육가 경력을 쌓았다. 많은 나라의 학생을 지도해온 그는 한국 학생들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한국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은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습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강한 가족의식과 더불어 성공에 대한 열망이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로 발현되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는 매우 큰 경쟁력입니다. 15년간 아시아 교육계에 몸담은 교육자로서 저의 믿음 중 하나는 한 세대를 올바르게 육성하면 그들이 새로운 사회를 순차적으로 열어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차세대 리더를 키워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방법입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의 약점도 잘 파악하고 있다. 강점을 갖추기 위해 학생들이 과도한 학습시간, 스트레스, 수면 부족, 영양 불균형 등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총교장이 되는 내년부터 새로운 ‘사회정서 학습 커리큘럼’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수면, 영양, 진로 고민, 기타 정서적 이슈에 대해 학교 카운슬러와 함께 학생 상담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존슨 총교장은 “학생 개개인의 꿈과 재능을 고려해 모든 면에서 유익한 미래로 가는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학 상담팀과 협력해 프로그램, 핸드북, 상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업데이트해왔다”고 말했다.

또 총교장으로서 준비하고 있는 계획 중 하나가 AP(Advanced Placement, 대학과정 선이수 학습) 프로그램 확대다. SJA제주의 AP 프로그램은 일정 과목에 대해 대학 수준의 고급 과정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 대학에서는 합격자 등록 후 AP 시험 성적에 따라 정규대학 학점으로 인정하며, AP 수강과목 학점에 따라 대학 지원자의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삼고 있다.

“제가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한 지난 2년 동안 AP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이 45% 증가했습니다. 학교도 AP 과정을 다양화하고 20개 과목을 개설했어요. 저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많은 AP 과정을 개설하도록 모멘텀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존슨 총교장은 SJA제주에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학습 혁신에 대한 실험이 분명 성공적일 것이라 확신한다. 그는 “SJA제주는 무엇이든 가능한 곳이며 모든 학생이 학습 능력을 배양하고 사회의 중요한 인재로 성장해나갈 것을 자신한다”고 자부했다. 미국식 교육 시스템과 한국 인재의 결합으로 제주에서 성장한 차세대 리더가 미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기대된다.

※ 코리 존슨 총교장은··· 미국 노스웨스트 미주리 주립대 교육학 학사, 컬럼비아칼리지 교육리더십 석사, 노스웨스트 미주리 주립대 교육전문가학위(EdS)를 받았다. 미국에서 7~12학년 교장자격증, 9~12학년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미국 외에 필리핀, 태국, 카자흐스탄, 일본, 중국에서 AP, A레벨, 국제학교 교사로서 18년간 교육자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20년 SJA제주고등학교 교장으로 합류했다.

[인터뷰] 크리스 톰슨 SJA제주 대학진학부장 - “진학 고민과 상담은 중학교 때 시작해야”


SJA제주에서 학생들의 진학 카운슬링을 총괄하는 크리스 톰슨(Chris Thomson) 대학진학부장의 목표는 SJA제주를 최고의 국제학교로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도 중요하지만 입시 성과 역시 학교와 학생들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므로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SJA제주의 진학 성과는 어떠한가.

지난해 졸업생 37명 중 31명이 미국 대학에 지원했고 총 158건의 합격 통보를 받았다. US뉴스 선정 100대 미국 대학에서 82% 합격률을 보였다. 우리 학생들이 합격한 주요대는 코넬대, 다트머스대, 존스홉킨스대, 에모리대, UC버클리, UCLA, 뉴욕대, 미시간대, 서던캘리포니아대, 조지아공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세대 등이다. 새로운 학교들로 진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P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늘어 입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들은 재학 중 AP, SAT 등의 시험을 어떻게 준비하는가.

SJA제주는 AP 학교이므로 교과과정은 AP 프로그램과 시험으로 연계된다. AP 교사들은 과목별 고급과정을 가르치고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매일 단위로 평가한다. 수업 외에도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회의시간’(Conference Time)을 운영한다. 이 시간에 학생들은 교사를 만나 학습 내용의 이해도를 높이고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다.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 학생들의 AP 점수 평균이 세계 평균, 한국 평균보다 높다는 점이다. 입시준비는 9학년부터 시작해서 9, 10학년에 SAT 모의고사(PSAT), 10~12학년에는 AP 시험을 치르고 학생별로 점수를 분석해 어떤부분에 집중해야하는지 논의한다.

대학처럼 수업을 골라 듣는(Block Schedule) 방식과 여러 방과후활동이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전 세계 주요 대학에는 클럽과 학생주도활동이 있으며, SJA제주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선택활동이 많아 이를 준비할 수 있다. 학생들은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들으며 대학 생활을 미리 경험한다. SJA제주의 면학 분위기는 학생들이 대학 생활뿐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곧바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하는 커뮤니티 활동, 리서치, 인턴십, 자원봉사 활동이 왜 입시에서도 중요한지를 인식하게 한다. 학생의 활동이 방향성이 맞는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존과 달리 어떤 시도를 해볼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많이 논의한다.

SJA제주 학생들은 세계 각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만큼 대학 선택을 돕는 정보 제공과 진학 상담도 매우 정교해야 할 것 같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대학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CIALFO)을 이용한다. 또 세계 각 대학들의 입학사정관들은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가상 발표를 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SJA제주는 미국뿐 아니라 호주, 프랑스, 독일, 아랍에미리트, 스위스 등의 대학과도 다양한 방법으로 접촉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진학상담관은 다양한 대학의 지원 절차와 학교별 장단점을 파악해 학생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9~12학년 학생과 학부모는 무제한으로 1:1 진학 상담을 할 수 있으며 매달 정기적으로 학부모 방문 상담을 운영한다.

명문대 입시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학교 진학에 대한 고민과 상담은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내 경험으로 볼 때 8, 9학년(국내 중학교 2, 3학년)이 진로를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다. 성적 관리는 물론 다양한 활동, 자원봉사를 시작해야 한다. 많은 고등학교 상위 학년이 이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또 이 시기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하므로 가족들도 많이 도와줘야 한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112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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