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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선정 2030 파워리더 20인] (8) 

ART & CULTURE 부문 

김민수 기자
작가주의적 열정 | 유현경 작가


유현경(37)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 후 동 대학원을 수료하고, 개인전을 15회 열었다. 현재는 베를린을 주요 거점으로 삼아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유 작가는 젊은 나이에 비해 대형 작품 위주의 엄청난 작업량을 자랑한다. 얼마 전 베를린으로 옮긴 작품만 600여 점에 이르며, 100호 이상의 작품이 수백 점에 달할 정도로 ‘작가주의적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폭넓은 국제적 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베를린에 진출한 작가는 이미 여러 미술 관계자의 러브콜을 받고 있을 정도로 장래가 촉망된다. 작가가 새로운 환경에서 진일보할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현경은 모델이나 대상을 보고 그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의 특정 상황이나 느껴지는 감정적 요소를 망설임 없는 빠른 필치로 화폭에 옮긴다. 일순간에 스치는 느낌과 대상의 오라(aura), 관계성 등을 통해 이입되는 에너지를 포착해 ‘붓의 목소리’로 변환해 캔버스에 그려놓은 듯 생동감이 넘친다. 그림 소재는 인물, 풍경, 소품 등 특별한 경계를 두지 않으며, 주로 100호 이상의 대형 작품을 즐겨 그린다. 특히 ‘대상을 보고 있으되 보이지 않는 느낌과 기운, 자신의 심리 상황 등 비가시적인 영역을 가시화하는 작업’에 큰 흥미를 두고 있다.

“…나는 상당 시간을 상대에게 무엇을 했던 것 때문에 죄책감이라고 하기엔 너무 진지한 미안함으로 보내고 있다. 내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생각한다.” -전시 [그림은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 작가노트에서.

기억을 예술로 승화하다 | 김원진 작가


김원진(34)은 고려대학교 조형예술학과와 동 대학원 디자인조형학과 조형문화예술전공을 졸업했다. KSD 갤러리, 젤리스톤 갤러리, 대만 Pier-2 Art Center, 일본 Gallery G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홍티아트센터, Pier-2 Artist in Residence, 금호미술관 금호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선정됐다.

김원진은 회화와 설치 작업을 통해 자신이 포착한 ‘기억’의 특성(기억은 망각될 수 있지만, 그 빈자리의 인식으로 완전히 사라질 수 없음)을 다룬다. 기록물과 이를 태운 재, 책을 재료로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근래에는 전시 및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기억 관련 기록물을 수신하고 이를 설치 오브제나 작업 재료로 활용하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작업 초창기부터 한 주제를 다루어왔고, 시각예술의 방식을 거치면서 다양한 변용을 이루고 있음에 주목한다.

김원진은 작가노트에서 “부모님이 내 어린 시절부터 모아두신 일기장과 편지들을 다시 읽으면서 느낀 창피함 때문에 이후로는 내 글과 책들을 버리거나 갈기갈기 찢는 것이 습관이 됐다. 이러한 습관적인 경험은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재료를 통해 기억의 속성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당시에 분명히 기록되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수정되고 스스로 살아가면서 사라진다. 그러나 흐르는 이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계속해서 투명해지고 다시 나타나 우리 마음속에 흐름과 패턴을 가진 결정체로 단단히 떠오른다. 나는 그것들을 종이나 공간에 겹겹이 쌓인 순간의 그림으로 표현했다”며 작업의 근간이 되는 생각을 공유했다.

클래식계의 만능 엔터테이너 | 정한빈 피아니스트


“아주 지적인 소리를 바탕으로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다채롭고 고르게 소화하는 연주자.” 세계적인 거장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스승인 안제이 야신스키(Andrzej Jasinski)는 피아니스트 정한빈(32)을 이렇게 평가했다.

만 6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그는 예원학교에 입학한 뒤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한예종에 수석으로 입학하고 졸업하기까지 한예종 음악원 교수인 피아니스트 김대진으로부터 10년 동안 가르침을 받았다.

정한빈은 젊은 연주자들 가운데서도 이미 완성형 연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적이며 단단하고 세련된 연주 스타일을 가진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악대학교 기악과 석사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주요 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일찍이 실력을 입증받았고, 한예종에 입학하자마자 한국 최고 권위의 성인 콩쿠르인 중앙음악콩쿠르에서 1위의 영광을 안았다. 아울러 유네스코가 인정한 권위 있는 국제대회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준우승에 오르며 병역특례를 받기도 했다.

정한빈은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음악감독으로서 다수의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랑프리 아니마토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최초로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을 차지했고, 중앙음악콩쿠르 1위, 부산음악콩쿠르 1위, 모로코 국제피아노콩쿠르, 에틀링겐 국제피아노콩쿠르 등에서 수상했다.

언어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질문 | 전주연 작가


전주연(35)은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조형미술전공 및 영어영문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동 대학원 디자인조형학과 조형문화예술전공을 졸업했다. 성북예술창작터, 스페이스선+, 777레지던스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전주연은 유학 시절 언어의 차이 때문에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시킬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음을 경험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해할 수 없는 언어의 의미들과 텍스트의 해체를 퍼포먼스 및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전달한다. 최근에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만으로 완전한 소통과 이해가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시각예술을 통해 언어의 한계와 대안의 존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어와 이미지의 근본적인 역할에 대한 물음을 이어가고 있음에 주목한다.

남선우 큐레이터는 “전주연의 작업은 때로는 텍스트의 구조를 딛고 서려는 호기로움으로, 때로는 텍스트의 바깥에 서서 이를 해체하려는 시도로, 때로는 그 막막함 자체를 드러내거나 또는 한 자락이라도 움켜쥐어보려는 지난하고 수행적인 동작으로 점점 구체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비 온 뒤 생긴 물웅덩이가 하루 대낮에 금방 증발해서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내 그림은 자칫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개념의 토대가 너무 연약해서 기존의 어떤 언어로 이미지를 잡아두는 것이 힘들 만큼, 그래서 도리어 자꾸 다른 언어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힘이 생기기까지 작업 과정을 통해 좀 더 긴 시간 동안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언어를 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전주연 작가 홈페이지 작가노트에서.

※ 파워리더 이렇게 선정했습니다

아트 & 컬처 부문 2030 유망주는 2021년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심사위원 5명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미술과 음악 분야 심사위원은 각 분야에서 명망이 있거나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인물로 구성했다. 각 심사위원이 최대 5명의 유망주를 추천했고, 이 과정을 거쳐 총 23명이 후보자로 올랐다. 이 중 중복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순으로 올해의 유망주를 선정했다.

심사위원 금난새 지휘자,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김정현 스톰프뮤직 대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가나다순)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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