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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선정 2030 파워리더 20인] (2) 

TECHFIN & DEEP TECH 부문 

김영문 기자
축산 디지털 헬스케어의 꿈 |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한국축산데이터는 사람에게 익숙한 ‘건강검진’이라는 시스템을 가축에게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다. ‘축산 건진’? 얼핏 ‘이게 축산업에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하는 이가 있다. 보통 농가는 가축의 병증이 심해진 뒤에야 치료에 나서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아예 놓치거나 항생제를 남용하는 문제가 생기면서 축산물 생산 저하로 이어졌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는 가축을 ‘건강하게’ 기르는 게 농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직접 보여주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가축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팜스플랜’이다.

팜스플랜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가축 데이터를 쌓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축사 CCTV 영상을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분석해 가축의 행동 패턴, 증체량 등 질병 초기에 나타나는 단서를 추적하는 식이다. 주기적으로 채혈을 실시함으로써 면역력 관련 지표 32종을 점검해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찾는 정밀한 분석도 병행한다. 실제 이런 데이터로 맞춤형 수의료 솔루션을 받은 농장의 생산성은 최대 30% 향상됐고, 폐사율은 49% 이상 줄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지난해 11월 팜스플랜의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아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에도 성공했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이미 진출한 미국, 인도 등 4개 나라 외에도 협업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노겸 대표는 “인공지능, 생명공학, 수의학이 결합한 가축 건진 솔루션은 팜스플랜이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만큼 한국축산데이터가 세계 가축 헬스케어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활약할 수 있다”며 “앞으로 가축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글로벌 표준선도해 동물과 사람, 환경이 모두 건강하게 공존하는 원헬스 생태계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테크핀 넘어 빅데이터 기업으로 | 이원일 커넥 대표


커넥(KANAK)은 테크핀 열풍에 힘입어 부상한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다. 2020년 6월 설립돼 7월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기업부설연구소 인증을 획득했다. 같은 해 11월 자체 전자결제시스템 ‘이페이데이(ePAYDAY)’도 개발했다. 곧바로 매출도 늘어 지난해 커넥은 매출 약 75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거뒀다. 대다수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에는 실적을 거두기 힘든 현실에서 의외의 결과다. 비결이 뭘까. 일단 타깃 시장이 명확했다. 대규모 결제가 이뤄지는 수도권 병원을 중심으로 독자 결제시스템을 공급하면서 편의성과 확장성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관계형 DB 기술인 아젠스 그래프(Agens Graph)로 방대한 결제 정보와 의료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결제 데이터뿐만 아니라 병원운영·인력관리·재고관리 데이터 등을 한데 엮어 맞춤형 데이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원일 커넥 대표는 “올해 안에 기존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EMR, CRM 프로그램 연동과 결제 솔루션까지 결합한 하나의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해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광폭 행보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말 스타트업 커넥이 코스닥 상장사 메디콕스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다. 메디콕스의 2대 주주 메콕스바이오메드가 보유하고 있던 메디콕스 경영권을 비롯해 지분 5.99%를 인수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바이오산업 네트워크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지난 1월 12일에는 장기 숙박 서비스 플랫폼 미스터멘션과 데이터사업 개발·확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원일 대표는 “AI, 메타버스, IoT(사물인터넷)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해 국내 의료시스템 고도화에 앞장서겠다”며 “의료업계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쌓이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 첨단 소재·부품 제조 혁신의 첨병 | 장하준 첨단랩 대표


첨단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로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을 개발해 제조하는 회사다. 2018년 첨단램을 창업한 장하준 대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으로부터 ‘유기전계발광소자(OLED)용 광추출 기판의 제조 방법’을 기술이전 받아 OLED 광추출·확산 핵심기술인 공기 기공층 산란 원천기술을 개발했고, OLED용 광추출 필름 및 UV LED용 광확산판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국내 광 관련 소재·부품 제조업계는 관련 부품의 성능을 높이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2019년 일본 수출 규제에 기술 자립이 절실하다는 자각으로 소재·부품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광 소재·부품·모듈로 시작한 첨단랩은 ESG로도 기술개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광촉매(TiO2) 코팅 기술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UV 살균 모듈 장치를 사업화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광촉매 UV 살균 모듈 구조체는 공기와 해수, 담수 등 물 정화뿐만 아니라 악취와 유해가스가 많은 축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도장 공장과 소각장, 반도체 생산라인 등에서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VOCs)을 제거할 수 있고, 폐수, 선박 평형수 처리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런 기술 덕분에 국책 기술 평가에서 연달아 수상했다. 2020년 12월 대한민국 기업대상에서 UVLED 부문 기술혁신대상을 받았고, 2021년 광주전남창업보육인의 밤 행사에서 우수 신기술 창업인분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사업 초기부터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프로그램과 액셀러레이터로부터 약 16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장하준 대표는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 코팅과 세라믹 소재·부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ESG 기술 혁신에도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증권관리 플랫폼으로 도약 | 최동현 쿼타랩 대표


쿼타랩(Quota Lab)은 국내 최초로 증권 관리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이다. 최동현 쿼타랩 대표는 주식과 기업 정보는 회사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주체가 주주와 투자자로 확장되면 관리·운용이 어렵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가 쿼타랩을 설립했을 당시인 2019년 말에도 대다수 회사가 엑셀에 의존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실리콘밸리 개발자 출신이면서 벤처캐피털(VC) 심사역으로도 일한 적이 있어 금융 정보 관리가 얼마나 복잡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전산화의 필요성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쿼타랩이 개발한 쿼타북은 대부분 비상장 상태인 스타트업의 주식 발행 이력과 주주명부 관리, 스톡옵션 관리 등을 디지털화하는 소프트웨어다. 회사가 발행한 주식의 내용을 순서대로 기록하고 주주 간 손바뀜이 있는 경우 구주 거래를 반영해 주주 명부도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주주관리 자동화’를 실현한 것이다. 더불어 구주 거래, 액면분할, 무상증자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도 디지털화할 수 있어 규모가 작고 주주 변경이 잦은 스타트업의 지분 변화를 간편하고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때의 주요 주주 현황과 투자 단계별 기대수익률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주주총회 준비도 한결 수월해진다. 실제 쿼타랩은 코스닥 시가총액의 10% 수준인 약 40조원 규모의 비상장 증권 정보 관리에 쓰인다.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21년 3월 실리콘밸리의 최대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후, 전 세계 1위 증권 관리 서비스 기업인 카르타를 비롯해 엘레펀드·드레이퍼어소시에이츠·굿워터캐피털 등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기업가치도 30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최동현 대표는 “아시아 지역 대다수 국가에서 비상장 증권을 운용과 정보관리를 여전히 수기로 하고 있다”며 “한국형 금융 전산 인프라를 다른 나라의 표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파워리더 이렇게 선정했습니다

테크핀-딥테크 부문 2030 유망주는 2021년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심사위원 14명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IT업계 CEO와 관계자, 벤처캐피털(VC) 대표와 운용사 VC 담당자 등으로 구성했다. 각 심사위원이 최대 5명의 유망주를 추천했고, 이 과정을 거쳐 총 50여 명이 후보자로 올랐다. 이 중 중복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순으로 올해 유망주를 선정했다.

심사위원 강성지 웰트 대표, 강준열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성준 렌딧 대표, 김승현 신한벤처투자 VC2본부 본부장, 김영일 트라움자산운용 기술투자부 부문장, 김유경 우아한형제들 홍보기획팀장, 신현성 티몬 의장, 변재극 더브이씨 대표, 이경륜 나오리그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정승원 넷킨 대표,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나다순)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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