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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선정 2030 파워리더 20인] (5) 김병훈 APR 대표 

D2C(자사쇼핑몰)로 만들어낸 성공 방정식 [FASHION & BEAUTY 부문] 

신윤애 기자
뷰티와 패션. 두 가지 카테고리에서 모두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2014년 사업을 시작한 김병훈(33) APR 대표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낮은 확률에 도전해 마침내 성공했다. 그의 패션·뷰티 브랜드는 각각 1000억원대 연 매출을 올리며 오늘도 성장 중이다.

‘아이유가 [효리네 민박]에 입고 나온 보라색 트레이닝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딸 이원주가 입은 플리스.’

PPL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인기가 뜨거웠다. 사람들은 ‘도대체 연예인, 재벌 3세가 제 돈 주고 사 입는 브랜드가 무엇일까’ 궁금해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명품 브랜드가 아닌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널디(NERDY)’였다.

널디는 운동복이지만 통통 튀는 화려한 색감, 헐렁하지만 맵시 좋은 디자인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브랜드다. 2017년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출시 첫해 아이유의 선택을 받았고,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2017년 58억원이었던 매출이 이듬해 130억원대까지 뛰었다.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었지만 널디는 ‘셀럽 효과’가 준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키높이 효과가 있는 통굽 운동화 등 패션잡화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MZ세대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요즘은 해외 MZ세대까지 ‘널디’에 열광한다. 지난해 면세점 매출이 대폭 상승하며 2021년 연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널디를 론칭한 회사는 김병훈 대표가 이끄는 APR이다. APR은 ‘에이프릴스킨’, ‘메디큐브’ 등 화장품 브랜드를 성공시킨 저력 있는 회사다. 30대 중반의 창업가가 뷰티에 이어 패션 브랜드까지 성공시키자 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2017년 포브스아시아 파워리더에 선정된 데 이어 2022년 포브스코리아 2030 패션&뷰티 리더에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2017년 포브스아시아 파워리더에 선정된 후 예비 유니콘이 됐다”며 “이번엔 진정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동력을 얻은 것 같아 자신감이 생겼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APR은 2014년 김병훈 대표가 ‘에이프릴’이란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며 세운 회사다. 현재 APR은 디지털 기반의 패션·뷰티 브랜드 5개를 론칭해 성장시키고 있다. 이 중 국민MC 유재석이 모델로 활동하는 뷰티 솔루션 브랜드 ‘메디큐브’는 널디 못지않게 잘나가는 뷰티 브랜드다. ‘제로모공패드’ 등 더마 코스메틱으로 시작해 이너뷰티와 바이오 라인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메디큐브는 오는 3월 더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며 “‘디지털 클리닉’이라는 콘셉트, 즉 소수 계층만 누려온 고가의 피부 클리닉 시술을 안방으로 가져온다는 콘셉트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APR의 모태라고도 할 수 있는 뷰티 브랜드 ‘에이프릴스킨(Aprilskin)’, 퍼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뷰티 브랜드 ‘포맨트(Forment)’, 건기식&헬스케어 브랜드 ‘글램디(Glam.D)’도 저마다 콘셉트를 살려 규모의 성장을 이룰 계획이다. 김 대표는 “널디와 메디큐브의 매출에 가려져 있지만 나머지 세 브랜드도 150억~300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매출이 나는 견고한 브랜드”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지난해 말부터는 오프라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셀프 포토스튜디오다. 그는 “‘포토그레이 오리진’이란 포토스튜디오로 올해 안에 전국 100개 매장을 오픈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젊은 창업가가 패션과 뷰티 영역에서 모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김 대표는 그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국민 MC 유재석이 모델로 활동 중인 ‘메디큐브’
“D2C(자사 쇼핑몰)라는 사업 모델이 주효했습니다. 자사몰이라고도 하죠. 자사몰은 중간 유통상이나 온라인 구매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구축한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자사몰이 중요한 이유는 구매 데이터가 쌓여 자가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객 후기를 바탕으로 기존 제품을 가다듬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고객을 연구하며 만들어야 소비자에게 다시 선택을 받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김 대표는 실제로 D2C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하고 안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모든 브랜드는 D2C 형태로 성장했고 매출의 90%가 자사몰에서 나온다. 현재 국내 200만여 명, 해외 100여만 명이 가입해 있다고 한다. 김병훈 대표가 선구적으로 D2C를 국내에 도입할 수 있었던 건 해외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 덕분이다. 김 대표는 2011년 교환학생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유학했고, 한국보다 빨리 보급된 아이폰, 즉 스마트폰을 통해 펼쳐진 모바일 세계를 경험했다. 그는 “우리나라보다 2년 정도 앞선 2007년, 미국에 아이폰 열풍이 불었다”며 “친구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익숙했고 SNS도 일상화돼 있었다”고 기억했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외국 친구들이 뷰티 브랜드를 선택할 때 ‘로레알, ‘에스티로더’, ‘P&G’ 같은 유명 브랜드보다는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더라도 모바일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 선호도가 제품 구매로 이어졌다. 그는 친구들을 보며 ‘친구들의 모바일 경험, 구매 패턴을 우리나라로 가져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후 김 대표는 창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학교로 돌아왔지만 졸업을 뒤로하고 사업에 집중했다. 모든 창업자가 그렇듯 시작은 미약했고, 혼돈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창업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지 묻자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자본도 많지 않았고, 학생 신분으로 창업에 뛰어든 터라 경험이 전무했다”며 “예전에 함께 일해봤던 동료, 선후배가 없었고, 새로운 사람을 모으기도 힘들었다. 또 어렵게 모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 당시의 막막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답을 찾았다. ‘고객의 니즈를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이 그에게 성장의 열쇠가 됐다.

“상품기획부터 크게 3단계를 생각해요. 먼저 기업, 소비자, 경쟁사를 분석하는 시장조사를 하고 소비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논문 조사부터 전문 기관의 분석, 권위자들의 조언을 받았습니다. 궁극적으로는 ‘APR 제품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완벽한 기획안 수립 과정까지 거쳐야 새로운 상품을 개발합니다.”

리스크 관리도 철저하다. 기획 과정에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리스크를 검토하고 대비한다. 식약처의 사전 유권해석을 받고 있고 자체 임상연구기관인 ‘글로벌 피부과학연구원’을 운영하며 인체실험과 전문의들에게 자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는 “글로벌피부과학연구원은 우리 제품 외에도 많은 코스메틱 제품에 대한 인체적용시험 등 효능 평가를 진행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기획 이후엔 빠르고 정확한 ‘생산시스템’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코스메틱 ODM 제조사 ‘노디너리’에 지분투자도 단행했다. 그는 “지분투자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APR 전용 파이프라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뷰티 디바이스 제작을 위해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받은 전문 회사들과 독점계약을 체결하며 안전성을 갖춘 고품질 제품을 출시한다는 복안이다.

“우리 노력에 대한 결과, 혹은 보상은 소비자의‘ Rockin’과 ‘재구매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메디큐브’에서 ‘M-club’이란 유료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봤어요. 모두 우리 자사몰의 가입자이지만, m-club에 가입한 고객들이 일반 자사몰 가입자 대비 1.7배에 달하는 금액을 결제하더군요. 6개월 이내 재구매율도 85%에 달했습니다. 메디큐브는 출시 초반만 하더라도 온라인 브랜드라는 특성으로 10~20대 고객 비중이 높았는데, 최근에는 30대 이상 고객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만큼 고객 연령층이 다양해졌습니다. 기존 소비자는 계속 만족하고, 새로운 소비자가 속속 유입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가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구나’라고 알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MZ세대를 사로잡아 연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한 ‘널디’
최근엔 APR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 우선 해외 진출이 순항 중이다. APR은 2017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일본, 대만, 중국, 미국, 캐나다에 차례로 진출해 글로벌 D2C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전 세계 20개국 진출 계획을 수립했고, 영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증가하며 모바일이 생활화되었어요. 이미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 사이에선 국가와 인종을 막론하고 유사한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죠. 앞으로 새로운 국가에 진출해도 큰 어려움 없이 D2C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디지털 기반으로 움직이는 비즈니스를 구사한 덕에 코로나19도 APR에는 기회가 됐다. 그는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공간의 제약 속에서 D2C 비즈니스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었다”며 “스마트폰 안에서 모든 구매가 이뤄지는 트렌드가 더 빠르게 확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선두엔 APR이 있을 거란 자신감도 드러냈다.

APR이 8년간 연평균 200%씩 규모의 성장을 이뤄내며,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직원의 숫자다. 최근 1년 사이에만 100명이 넘는 신규 직원을 채용했다. 김 대표는 급격한 성장으로 조직이 혼란을 맞이할 수 있는 만큼 조직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신규 입사자들을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온보딩 프로그램은 업무 매뉴얼을 비롯해 오피스 투어와 비즈니스 매너 교육까지 조직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임직원들의 평균연령이 29세예요. 젊은 조직이기에 나이나 연차보다는 개인의 적성과 직무 역량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인력을 배치합니다. 젊은 직원도 직책을 갖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높아진 주인의식만큼 좋은 성과를 올리게 마련이죠. 해외 법인과 협업이 많은 업무 패턴을 고려한 시차 출퇴근제나 유연한 연차 활용을 위한 휴가 셀프 승인제, 반반차 제도 등을 도입해 업무 효율과 만족도도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선정한 ‘근무혁신 기업’에도 최고 등급(SS)으로 선정돼 매우 뿌듯합니다. 회사 안팎에서 칭찬받는 대표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 파워리더 이렇게 선정했습니다

패션 & 뷰티 분야의 2030 유망주는 올해 1월 7일까지 심사위원 10명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심사위원은 패션뷰티업계 CEO와 관계자, 관련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했다. 각 심사위원이 최대 7명의 유망주를 추천했고, 이 과정을 거쳐 총 43명이 후보자로 올랐다. 이 중 중복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순으로 올해의 유망주를 선정했다.

심사위원 김묘순 신세계인터내셔날 전무(신세계 코스메틱잡화담당), 김은하 아이스크리에이티브 대표, 김정호 세종대 미래교육원 모델학전공 주임교수, 김형상 한국콜마 패키지스튜디오 상무, 양혜진 MCC 글로벌 대표, 이귀정 해브앤비 부사장, 이영진 아모레퍼시픽 NGI division 상무, 조상욱 베이비드로우 이사, 한승재 소나무 인터내셔날 대표, 황인범 와디즈 CBO(가나다순)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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