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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선정 2030 파워리더 20인] (1)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 

글로벌 VISA가 손잡은 외화 결제 솔루션 [TECHFIN & DEEP TECH 부문]  

김영문 기자
코로나19 덕에 변신을 거듭한 스타트업이 있다. 외화 환전·송금 서비스업체에서 해외 결제·외화 결제 솔루션 공급업체로까지 영역을 넓힌 트래블월렛 얘기다. 현재 10만 명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모바일 환전·외화 결제 서비스업체로 성장한 이 회사는 이제 독자적인 외화 결제 솔루션으로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차라리 잘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외화선불카드, 캐시 딜리버리 서비스 출시에 집중하면서 더 바빠졌습니다. 모바일 환전 앱이 시장에 안착하면 외환 관련 솔루션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기관이 되겠다는 목표를 구체화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앞당겨진 느낌도 듭니다.”

지난 2020년 8월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신현성 티몬 의장과 함께 만났던 김형우(36) 트래블월렛(구 모바일퉁) 대표가 한 말이다. 2019년 5월 시장에 첫선을 보인 트래블월렛은 앱에서 환전한 외화를 ‘수수료 0원’(달러, 유로, 엔 기준)으로 현지 은행에서 직접 찾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세계 최초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출시 6개월 만에 5만 명이 몰릴 정도로 여행자들의 필수앱으로 입소문이 났다. 당시 트래블월렛은 아시아 9개국 30개 은행과 협약을 맺고 6만 개 지점과 연결돼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졌고, 그렇게 1년 반이 흘렀다.

“코로나19 여파가 컸습니다. 해외여행 시 외환을 환전하고 해외에 송금하는 이를 주 타깃으로 잡았는데, 출입국에 문제가 생겼잖아요. 그래서 해외직구(직접구매)로 눈을 돌렸고 이듬해인 2021년 초 해외직구 할 때 환전 수수료를 없앤 글로벌 지불 결제 서비스 ‘트래블 페이’를 출시했습니다.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거죠.”

김 대표의 말처럼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차라리 잘됐다”며 대외활동을 대부분 접고 2020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새로운 서비스에 매달린 결과였다. 글로벌 결제 서비스 기업 비자(VISA)와 손잡고 해외직구를 겨냥한 외화선불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수수료 0원’ 정책도 그대로 유지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해외직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겼다. 지난해 쉼 없이 달려온 김 대표는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하는 테크핀·딥테크 부문 2030 유망주로도 뽑혔다. 심사위원 대다수는 기술로 환전이라는 뼈대와 ‘수수료 0원’을 지켜내면서 시장 타깃팅을 해외직구로 빠르게 바꾼 트래블월렛을 ‘테크핀(기술+금융)’ 기업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투자 행렬도 이어졌다. 트래블페이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9월 트래블월렛은 188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KDB산업은행, 한화투자증권, 키움인베스트먼트, SK증권, 신한벤처투자, 신한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이로써 누적 투자 규모는 295억원, 기업가치는 1000억원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로 자기자본 규모가 260억원이 되면서 재무안정성도 더 탄탄해졌다”며 “앞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돼 도입될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등록에도 도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찬 그의 목표 뒤엔 독자적인 외환 트레이딩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시스템으로 국제 정산·결제 과정을 단순화했고, 국제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낮춰 수수료 없는 해외 결제 서비스를 지켜낼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해외직구를 즐기는 이는 이제 트래블페이 덕에 15종에 이르는 다양한 외화 중 필요한 외화를 전용카드에 미리 충전하고, 충전된 외화로 수수료 없이 해외 결제를 할 수 있다”며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 24S, 매치스패션, 아이허브 등 같은 해외 온라인 커머스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10% 추가 할인 혜택까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나가도 트래블페이 카드 한 장이면 이용 수수료나 환전 수수료 없이 전 세계 5500만 곳에 있는 온오프라인 비자(VISA) 가맹점에서 결제하고,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출금할 수 있다. 트래블월렛은 2020년 김 대표가 공언한 대로 해외 송금, 외화 환전, 해외여행 결제, 해외직구를 모두 아우르는 글로벌 결제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난 셈이다.


▎트래블페이는 앱을 이용해 카드에 15개 외화를 미리 충전하고 충전된 외화를 수수료 없이 해외 결제하는 외화 충전·결제 서비스다. 아시아 최초로 비자카드 발급 라이선스를 확보한 테크핀 기업으로, 카드 발급과 외화 정산 업무를 직접 처리해 수수료를 0에 가깝게 맞췄다.
글로벌 비자가 손을 잡아준 덕이 컸다. 트래블월렛은 비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손잡은 스타트업 중 한 곳이었다. 국내에서 그에게 쏟아졌던 차가운 시선도 김 대표가 일찍이 글로벌 회사 문을 두드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2018년 트래블월렛 창업 당시 기존 금융권 시스템하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외환시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자 다들 반응이 시큰둥했다”며 “외환이라는 것 자체가 상당한 복잡한 시장 역학 관계를 떠안고 있고, 외환 전문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나름의 전문성과 자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제금융센터에서 일하다 영국 런던경영대학원(LBS)에서 FX 파생상품을 전공하고 삼성자산운용 등을 거치며 목격했던 국내 외환업계 현실이 그에게 짙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를 떠올린 김 대표는 “사회 초년생일 때 키코 사태(2008년 수출 중소기업 수백 곳이 외화파생상품 키코에 가입했다가 줄도산했던 사건)가 터졌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영국으로 유학까지 갔다”며 “유학을 다녀와서 외환 수수료를 낮춰보겠다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는데 (기관에서) 받아주지 않더라. 그래도 난 ‘바꿔야 한다, 아니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비자도 트래블월렛의 역량보다 비전을 더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고 비자가 만만할 리 없다. 트래블페이 서비스와 카드를 출시하는 데 비자와 머리를 맞댄 시간만 4년에 가깝다. 비자가 수십 년간 함께해온 플레이어를 설득하고, 어떤 결제 과정에도 오류가 없을 만큼 치밀한 시스템 개발이 필수였다. 김 대표는 “태국 식당에 가서 트래블페이 카드로 결제하면 내 계좌에서 식당 주인 계좌로 돈이 입금돼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다”며 “이 과정에 낀 플레이어를 따져보니 결제 에이전트, VAN사(부가가치통신망사업자), 현지 에이전시, 은행, 가맹점 등 고구마 줄기처럼 캐면 캘수록 계속 나왔다”고 했다. 이처럼 한 결제 과정에 얽힌 플레이어만 10여 곳이었고 자연스레 수수료는 최대 5%까지 뛰었다. 중간 과정을 없애자는 김 대표의 제안이 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자칫 자체 생태계 일부를 정리하라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도 비자는 트래블월렛이 창출할 수 있는 빅데이터 파워를 이해했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시스템 개발 가이드를 제공했다. 결국 트래블월렛은 처음부터 글로벌 표준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독자적인 외환거래 시스템 개발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김 대표 눈에 들어온 건 ‘클라우드’였다. ‘글로벌 표준’을 만들기 위해 도입했지만, 달라진 시장 환경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글로벌 금융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활발했다. 일단 사무실을 세팅하고 IT 인프라를 갖춰가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은 고도화된 IT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서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쉽지 않다”며 “예를 들어 대형 핀테크 플랫폼이 페이먼트 서비스를 출시할 때 IDC 센터 확보부터 각종 장비와 보안 시스템 구축에 결제 프로세스를 테스트하는 기간까지 1~2년은 잡아야 하는 데다, 딱 한 번만 사고가 나도 결제사고로 이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에 솔루션을 구축하면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자연스레 사업 영역도 확장됐다. 단순 해외 송금·결제 서비스에서 아예 외화 결제 솔루션까지 관련 기업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 트래블월렛의 솔루션만 있으면 어떤 기업이든 자체 외화 결제 시스템을 보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사위원들은 트래블페이로 해외직구 시장을 뚫은 순발력뿐만 아니라 사업적 진화에도 주목했다. 김 대표는 “기존 외화 결제 시스템은 중단하면서 테스트를 할 여력이 없기에 본의 아니게 수정 내용이 누더기처럼 쌓인 경우가 많다”며 “반면 클라우드에 테스트 버전을 올리면 문제점을 파악하기도 쉽고, 실제 가동하면 갑작스럽게 변하는 트래픽에도 다운될 리 없다. 더불어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솔루션 구성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토대로 올해 미국, 영국, 싱가포르, 유럽 등 선진국 기업을 대상으로 솔루션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선진국일수록 금융 시스템이 굳어져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고자 하는 열망이 더 클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투자금도 오롯이 외화 결제 솔루션을 고도화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데 쓸 계획이다. 그는 “올해 시무식에서 트래블월렛의 최우선 목표로 ‘S급 인재’를 스카우트하겠다고 선언했다”며 “기술 제조업이 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시설 투자에 쏟아붓듯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이라고 못 박았다. 실제 트래블월렛은 단순한 타이핑 작업이나 반복적인 행정 업무 등은 아예 자동화해 솔루션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외 모든 부분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맬 참이다. 김 대표는 올해 글로벌 증시를 강타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이슈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환율이 12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높은 물가 오름세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화’를 중심에 둔 트래블월렛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시장에 최근 20년간 유동성이 풍부해져 투자받기 더 수월해질 거란 낙관론이 팽배하다”며 “하지만 갑자기 글로벌 재정위기가 닥치면 자금줄이 마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 인재 영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솔루션 사업으로 확실한 수입구조도 만들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트래블월렛은 변신을 거듭해왔다. 외화 환전·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외화 결제·솔루션 공급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올해 진정한 테크핀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한 단계 진화했다고 느껴집니다. 트래블페이 카드도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외환 관련 솔루션도 이제 어떤 글로벌기업에 제안해도 손색이 없어요. 회사명도 진화할 겁니다. 올해 ‘트래블’을 떼어내고 글로벌 외화 솔루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생각입니다. 글로벌기업이 원하는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대만 TSMC처럼 우리도 고객이 원하는 모든 외화 결제 솔루션을 만들어주는 테크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 파워리더 이렇게 선정했습니다

테크핀-딥테크 부문 2030 유망주는 2021년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심사위원 14명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IT업계 CEO와 관계자, 벤처캐피털(VC) 대표와 운용사 VC 담당자 등으로 구성했다. 각 심사위원이 최대 5명의 유망주를 추천했고, 이 과정을 거쳐 총 50여 명이 후보자로 올랐다. 이 중 중복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순으로 올해 유망주를 선정했다.

심사위원 강성지 웰트 대표, 강준열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성준 렌딧 대표, 김승현 신한벤처투자 VC2본부 본부장, 김영일 트라움자산운용 기술투자부 부문장, 김유경 우아한형제들 홍보기획팀장, 신현성 티몬 의장, 변재극 더브이씨 대표, 이경륜 나오리그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정승원 넷킨 대표,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나다순)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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