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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의 영웅 혹은 광대 

 

플렉스포트 CEO 라이언 피터슨은 컨테이너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 덕분에 자타 공인 2021년의 대표 인물이 됐다. 이제 피터슨은 80억 달러 규모인 자신의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의 허풍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페리가 오클랜드의 항구를 떠났다. 플렉스포트 설립자 겸 CEO인 라이언 피터슨(41)은 높이 솟은 112m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하나씩 화물선 갑판으로 옮기는 모습을 지켜봤다.

피터슨은 파란색, 빨간색, 가끔 청록색으로 된 사각형들이 일본 요코하마행 포스트 패너맥스급 배에 줄지어 쌓이는 모습을 바라봤다.

“어떤 컨테이너가 플렉스포트의 것인지 홀로렌즈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피터슨이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 안경인 홀로렌즈에 X레이 기능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서부 해안으로 가는 컨테이너선에는 저희 화물이 분명 있을 겁니다.”

허세처럼 들리지만 피터슨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수학이다. 플렉스포트는 기차도, 비행기도, 선박도 소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화물 발송이라는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피터슨의 설립 8년 차 기업은 이미 환태평양 선로에서 세계 7번째 규모의 화물 공간 구매 업체다. 아시아로 가는 거의 모든 선박의 컨테이너 한두 개에는 플렉스포트의 소프트웨어로 처리된 캘리포니아 아몬드나 자동차 부품이 들어가 있다.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 유리 밀너, 손정의 등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VC와 IT 억만장자들이 후원하는 플렉스포트는 2013년 종이 세관 서류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제는 조지아-퍼시픽(브라우니 페이퍼타월, 엔젤 소프트 화장실 휴지 등), 이유식 대기업 거버, 스피커 제조사 소노스 같은 고객이 공장부터 저장할 창고까지 골치 아픈 재고 처리를 손쉽게 하도록 돕는다. 플렉스포트의 소프트웨어는 고객의 공급망을 분석해 최적화하고 자동화하며, 종종 이를 통해 배송 날짜를 줄이고 고객의 연체료 수백만 달러를 절약하는 성과를 낸다. 플렉스포트의 중앙화된 추적 및 메시지 시스템은 이메일을 수천 개 줄이고 고객의 업무 시간을 주당 평균 4시간 단축한다. 심지어 비용을 지불하면 탄소발자국을 줄여주기도 한다.

해운시장은 규모가 상당하다. 컨설팅 업체 암스트롱 앤드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 비용은 2020년 9조 달러로, 전 세계 GDP의 약 11%를 차지한다. 화물 발송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3자 물류의 액수는 거의 1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23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며, 국가 GDP의 14%에 해당한다.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알리안츠 계열사인 오일러 헤르메스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량은 2021년 8.3% 증가했다. 미국인들은 2020년 2월보다 지난가을, 상품에 20% 더 많은 돈을 소비했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상품이 운반되는 기간은 2019년에 비해 현재 1개월 이상 더 길다. 그 사이 팬데믹 이전 2000달러 미만이었던 컨테이너 운송 비용은 지난여름 2만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현재 가격은 1만5000달러 정도다. 글로벌 공급망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제 이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오라클이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가 배송 문제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절반은 최근에 주문을 취소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플렉스포트 입장에서 이는 사업이 번창하고 있음을 뜻한다. 매출은 2020년 13억 달러에서 2021년 33억 달러로 높아졌다. 2019년에는 6억7000만 달러였다(플렉스포트는 매출의 약 80%를 운송 파트너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지난해 플렉스포트는 순수익 3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수익을 냈다.

그러니 저명한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파운더스 펀드에 합류한 유명 벤처캐피털 회사 앤드리슨 호로비츠, 전자상거래 선두 주자 샤피파이 등이 지난 1월 피터슨에게 9억 달러의 군자금을 제공했고, 이 회사의 가치는 80억 달러가 됐다. 포브스는 10% 민간기업 할인을 적용한 피터슨의 플렉스포트 지분 9%가 약 6억5000만 달러 가치라고 추정한다. 수익성 높은 에인절 투자 포트폴리오와 수익성 좋은 부업의 일부 소유권까지 고려하면 피터슨의 자산은 7억5000만 달러에 달해 억만장자에 가까워진다(포브스가 플렉스포트의 2차 시장 지분을 고려하여 피터슨의 지분 가치를 평가했다면 피터슨의 자산은 11억 달러로 이미 억만장자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피터슨은 팬데믹으로 고객들이 전례 없는 가격을 치르는 동안 부자가 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해운업계의 해결사가 되고자 한다. 플렉스포트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해 소중한 컨테이너 하나하나를 최대한 가득 채우려 노력한다(보통은 70% 정도만 찬다). 에버레인의 인기 스웨터처럼 가볍고 비싼 제품은 해운에서 항공 수송으로 전환한다. 혼잡한 시카고를 피하기 위해 서부 해안에서 들어오는 상품을 위한 전용 철로를 아이오와에 설치하는 데 기여했다. 재고 처리로 바쁜 기업들을 위해 플렉스포트는 트럭 운전사들이 10일 전에 미리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앱을 개발했다.

피터슨은 자신의 공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격리 초기에 피터슨은 중국 우한에 보호 장비 수십만 개를 보냈다. 바이러스가 미국에 도달했을 때는 전용기를 예약하여 마스크 수백만 개를 들여오고 사람들에게 기부를 요청했다. 지난해 3월 선박이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됐을 때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뷰를 통해 오해를 불식했으며,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공급망 설명 그림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가을 주요 항구에 화물을 내려놓기 위해 기다리는 보조 선박의 수가 임계점에 달했을 때 캘리포니아 롱비치 항구에 나타나서 배를 빌려 자신이 목격한 것을 트위터로 쓴 사람도 피터슨이었다. 이 트윗은 열렬한 반응을 일으켰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이 피터슨에게 전화를 한 뒤 컨테이너를 출하장에 더 높이 쌓을 수 있도록 하룻밤 만에 정책을 바꾸기도 했다.

모든 서비스는 클라우드 비전으로 통합

과묵하기로 유명한 물류업계의 내부자들이 보기에 피터슨의 TV 출연과 인터뷰는 시장 리더십이라기보다 기회주의로 여겨진다. 피터슨을 비판하는 어떤 이는 링크트인 포스트에서 피터슨을 “개인주의 피터슨”이라고 혹평했다. 피터슨과의 사업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까 우려한 한 업계 경력자는 “(플렉스포트는) 업계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터슨의 효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모든 위기에는 영웅이 필요하다. 라이언 피터슨은 자신을 그러한 영웅으로 만들었다”고 업계 데이터 및 뉴스 사이트 프레이트웨이브즈를 운영하는 크레이그 풀러가 말했다. “피터슨은 대부분의 기업인이 관여하지 않는 일에도 관여한다. 그게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다.”

피터슨은 해운업계가 정상으로 돌아갔을 때 플렉스포트를 공세적으로 운영할 계획이기 때문에 비판자들을 잠재우려 애쓴다. 피터슨은 “플렉스포트의 문제를 해결하면, 더 넓은 세상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사람들이 우리를 믿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2년 UC버클리에서 세 개 언어(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 경제학 학위를 취득한 뒤 피터슨은 처음에 글로벌 미소금융 분야에서 일했으나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형 데이비드 밑에서 일하면서 중국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이름으로 된 가짜 운전면허증 등 잡동사니를 구입해 되파는 업무를 맡았다. 이베이에서 스쿠터 컨테이너를 판매해서 이득을 남긴 두 사람은 상위 시장으로 옮겨서 모터스포츠 바이크와 부품을 팔기 시작했다. 피터슨은 2005년부터 2년 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제품을 직접 조달했다. 이런 일은 형제가 다음 사업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데이비드의 대학 룸메이트와 함께 만든 글로벌 적하명세서 검색엔진이었다. 이때 라이언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수년 만에 수익을 내기 시작한 임포트지니어스 닷컴(ImportGenius.com)은 지금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야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데이비드가 2013년 건설업 관련 스타트업으로 Y콤비네이터(YC)에 들어갔을 때 라이언은 에어 매트리스 하나를 들고 데이비드를 따라갔다.

초대도 받지 않고 들어간 피터슨은 이 액셀러레이터의 공동 설립자인 폴 그레이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레이엄은 글로벌 무역에 관심이 있었다. 피터슨은 또 다른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관세 서류 작업을 위한 터보택스’였다. 그러나 미국 국경 너머로 물건을 옮기려면 밀수 방지를 위해 엄격한 신원 조사를 통과해야 했다. 2013년 3월 마침내 신원 조사를 통과한 피터슨은 그해 10월 2000명이 모인 행사에서 무대에 올라 그레이 엄에게 플렉스포트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피터슨은 2014년 YC에 들어가 그레이엄의 직접 멘토링을 받은 마지막 설립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피터슨은 빠르게 두각을 드러냈다.

막대한 시장기회와 지루해 보이는 부문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힘입어 플렉스포트는 금세 유명 회사들로부터 400만 달러를 모금했다. 당시 YC 파트너였던 레딧 공동 설립자 알렉시스 오헤이니언이 포브스 마이다스 명단에 오른 스타 게리 탠과 함께 투자했다. 오헤이니언은 “아주 가치 있는 사업이면서도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달갑지 않은 부문”이라며 “밤중에 갑자기 일어나서 차세대 플렉스포트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21세 대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슨은 갑자기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급성장을 실현해야 했다. 관세 사업은 마진이 높았지만 거래당 99달러로는 부족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관세는 물론 그보다 더 큰 걱정거리, 즉 화물 발송을 처리할 수 있는 온라인 웹사이트라는 사실을 피터슨은 깨달았다. 기존 업체들은 여전히 팩스나 PDF, 아니면 “화물 이메일 발송” 등의 방식에 의존하고 있었다. 몇 달 만에 플렉스포트는 그 모든 서비스를 자사 소프트웨어의 클라우드 버전으로 통합했다.

틸과 파운더스 펀드가 2015년 피터슨에게 시리즈A 투자로 2000만 달러를 안겨줬을 때, 플렉스포트는 신규 디지털 화물 발송 업체로 자사를 홍보하고 있었다. 해운업은 머지않아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글로벌 위기를 겪었다. 세계에서 7번째로 큰 해운업체가 파산을 선고하고 그 선박이 중국 항구에 압류당한 것이었다. 이 혼란은 플렉스포트에 좋은 일이었다. 플렉스포트는 제때 모습을 드러내기만 해도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경고이기도 했다. 중국과의 무역에 문제가 생기면 플렉스포트의 핵심 사업도 흔들릴 수 있었다.

그래서 대선 선거운동 도중 중국에 새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틸이 지지를 선언했을 때 피터슨은 스타트업의 죄악을 저질렀다. 2016년 6월 한 콘퍼런스에서 틸이 중국 무역에 강경책을 펴는 정치인을 지지하더라도 그의 돈을 받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피터슨은 “아마 받지 않을 거다. 우리가 얼마나 절박한지에 따라 다르다”라고 즉시 답했다. 잠시 후 피터슨은 틸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설명했다. 그 수습책이 통했다. 몇 개월 뒤 틸은 플렉스포트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때까지 피터슨은 플렉스포트가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물류 시장은 새로 진입한 기업 하나가 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파운더스 펀드의 트레이 스티븐스는 “제품을 하나만 사용하는 다른 업계와는 다르다”며 “변화가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렉스포트의 매출이 두 배 증가해 2억 달러를 넘어 4억 달러가 되고, 피터슨이 함부르크부터 선전에 이르기까지 항구마다 사무실을 열기 시작하자 세계에서 시장점유율을 독점하는 데 가장 능한 전문가가 플렉스포트에 주목했다. 바로 소프트뱅크다. 2019년 1월 피터슨은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손정의와 마주 앉았고, 45분 뒤 10억 달러 투자 약속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소프트뱅크 투자가 미친 영향

피터슨은 “그해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팀의 요구를 다 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런데 두 번째 5억 달러를 받은지 3일 뒤에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던 위워크의 기업공개가 실패로 돌아갔다. 허풍이 심했던 위워크의 공동설립자 아담 노이먼은 몇 주 뒤에 쫓겨났다. 손정의가 위워크를 살리기 위해 100억 달러 투자를 쏟아부었다. 피터슨은 상황이 바뀌었음을 감지했다. 이미 소프트뱅크에서 받은 5억 달러를 다 써버린 피터슨은 경로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세기 이용을 멈췄다. 플렉스포트는 이제 수익성 있는 기업이 되려고 노력해야 했다.

이미 피해는 상당했다. 20억 달러 이상 투자를 받은 플렉스포트의 공격적인 자금 유치로 인해 피터슨의 지분이 많이 희석됐다. 현재 피터슨의 소유 지분은 공동설립자가 없음에도 9%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0년 2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격리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피터슨은 당황했다. 플렉스포트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직원 50명을 해고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던 기자들이 먹잇감을 노리듯 달려들었다. 이 해고는 효율적이지 않았고,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뜨렸다. 피터슨은 이를 자신이 CEO로서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라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팬데믹이 확산될 때 플렉스포트의 상처투성이 리더와 직원들은 빠르게 다음 목적을 찾아냈다. 피터슨은 2017년에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프로젝트인 회사의 비영리 부문 플렉스포트 오거나이제이션(Flexport.org)을 창설하여 비정부 기구의 화물을 할인해주고 비영리 선박이 물품을 기부하도록 도왔다. 초기에 이 부서는 미국에서 우한으로 마스크 35만 개를 보냈다. 바이러스가 미국에 도달하자 마스크 수백만 개를 구해서 지역 병원으로 보냈다. 머지않아 중국에서 직원 25명으로 구성된 팀이 플렉스포트의 구호 활동을 전일제로 수행하기 위해 개인보호장구를 구매했다. 피터슨은 다시 전세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좋은 일을 위해서였다. 피터슨은 “세 달 동안 거의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했다”고 말했다.

플렉스포트와 시장 상황은 지난 10월 피터슨이 스트라이프 공동설립자 겸 CEO 패트릭 콜리슨과 저녁 식사를 할 때와 많이 달라 보인다. 2021년 플렉스포트는 매출이 두 배로 증가하며 자사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다. 성장에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 흑자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돈은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내고도 여전히 배송 지연을 겪고 있는 고객들로부터 나온 것이기에 피터슨은 기뻐하지 않았다. 콜리슨은 자신의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병목 현상에 비해 캘리포니아 항구에 쌓인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피터슨은 자신도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직접 보기로 했다.

다음 날 피터슨은 롱비치에서 배를 빌려서 항구를 둘러보고 자신이 알게 된 것을 트위터에 썼다. 컨테이너를 더 높이 쌓고 새 철도 종점을 만드는 등 간단한 해결책도 남겼다. 피터슨의 글은 순식간에 1만5000번 넘게 리트윗 됐다. 코인베이스의 억만장자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도 그중 하나였다. 롱비치 시장 로버트 가르시아는 그 목록을 직원에게 보냈다. 이튿날 롱비치에서는 컨테이너를 쌓는 높이 규제가 완화됐다. 피터슨의 전화기는 개빈뉴섬 같은 정치인들의 전화로 쉴 새 없이 울렸다. HBO의 액시오스나 식스티 미니트 같은 방송 프로그램 직원들이 자신들에게 항구 투어를 안내해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플렉스포트는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누렸지만 피터슨은 결코 자신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물류업계 사람이 보기에 이는 정말 화가 나는 일이었다. 2007년 로스앤젤레스에 55인 화물 발송업체 프레이트 라이트 글로벌 로지스틱스를 설립한 로버트 카차트리안은 “라이언 피터슨이 인터뷰를 하면 업계 사람들은 보통 화를 낸다. 사안을 너무 간단히 말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차트리안은 컨테이너 높이 규제 완화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피터슨의 더 대담한 주장인 정부 주도 철도 종점 신설 등의 안건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차트리안은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만능 해결책은 없다”고 덧붙였다.

피터슨이 과도하게 주목받는다는 의견은 좋은 평가를 내리는 언론 보도보다 더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수년간 회의론자들은 플렉스포트의 소프트웨어가 경쟁사 제품에 비해 더 나을 것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40년간 화물 발송업을 해온 상장 회사 익스페디터(시가총액 190억 달러)와 플렉스포트의 사무실에 들어 가서 회사 로고와 브랜딩을 모두 뜯어내고 보면 운영 방식이 완전히 같아 보일 거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6년 전에는 그 말이 대체로 맞았다. 오랜 기간 플렉스포트의 임원을 지내고 있는 피터슨의 측근 벤 브레이버맨은 “그게 크고 복잡한 산업에서 새로 회사를 세울 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피터슨이 바퀴를 재발명해서가 아니라 원스톱 소프트웨어 제품군 덕분에 업무가 간편해지기 때문에 플렉스포트를 선택한다. 2017년부터 플렉스포트의 고객인 샌프란시스코 소재 신발 제조업체 로시스가 대표적이다. 플렉스포트는 25개 제품의 운송을 중국 공장에서 캘리포니아와 켄터키의 허브 두 곳으로 보내고 탄소발자국을 상쇄한다. 그러나 핵심은 마케팅 담당자와 매장 관리자가 언제 주요 물품이 새로 들어오는지 알게 해주는 플렉시포트의 시각화 도구라고 로시스의 COO 헤더 스키드모어 하워드가 말했다. 그는 “아주 힘든 한 해였지만 배송 부문에서 우리 두 회사 모두에 A+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플렉스포트는 현재 올해 출시 예정인, 새로운 유료서비스를 시험 중이다. 플렉스포트로 화물을 발송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시각화, 탄소 추적, 메시지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아울러 피터슨은 소비자 직판 브랜드 등 우선순위가 높은 상품을 식별하고 가상 ‘HOV 레인’을 통해 더 빠르게 배송하는 주문 처리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물론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연 매출 400억 달러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운업체 머스크의 최고기술정보책임자 애덤 뱅크스는 “시각화는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와 그 유사 기업들은 컨테이너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를 피터슨이 독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플렉스포트가 승자가 될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현시점에서 도전자는 시카고 소재 기업인 프로젝트44다. 순수 물류 데이터 사업으로 지난 1월 4억2000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하고 26억 달러로 가치를 평가받았다. 프로젝트44의 CEO 제트 맥캔들리스는 사람들이 플렉스포트 같은 요란한 경쟁사보다 프로젝트44의 ‘스위스식’ 운영을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터슨은 비판에 익숙해졌다. “이 업계에서는 내가 광대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내가 미쳤으니 나를 상대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달팽이

지난 9월 12m 컨테이너당 무려 2만500달러까지 치솟았던 환태평양 해운 비용이 마침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대기 시간은 계속해서 길어진다.

탐욕스러운 가격

소파를 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보내는 비용이 지난 2년 새 10배 이상 높아졌다. 커피 메이커와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그 짐을 부담하고 있다. 다음 여덟 가지 가정용품의 가격이 이 기간 동안 19~51% 상승했다.

※ 픽업트럭들 오클랜드 항구에 픽업트럭이 줄지어 서 있다. 요즘 주요 물류 허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모습은 물류에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플렉스포트는 자사의 트랜스미션 앱이 선박에서 컨테이너 섀시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40분 줄여준다고 말한다.

- ALEX KONRAD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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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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