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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 진출 시 따져볼 조세 

 

해외시장 진출 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지배구조이다. 특정 지역에 진출할 때 그곳에 지점이나 법인을 세울 수 있는데 현지법인을 각각 설립한다면 모회사와 지분 관계도 따져봐야 한다. 국가 간 조세 부담도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비즈니스를 하는 개인, 기업을 막론하고 국내시장의 포화, 메타버스·NFT 등 IT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등을 이유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수요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시장 진출은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현지에 판매법인을 두고자 하는 몇몇 대기업과 그런 대기업들에 납품하는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한 최신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IT 기업들과 스타트업들도 여러 이유로 해외시장을 능동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 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른바 ‘거버넌스’ 또는 ‘스트럭처링’이다. 대부분 모회사를 국내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에 진출하고자 할 때 과연 어떤 지배구조를 갖출 것인지가 문제이다. 특정 지역에 진출하고자 할 때 그 국가들에 지점을 설치할지,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할지, 법인을 설립한다면 모회사와의 지분 관계는 수직적으로 할지, 수평적으로 할지, 아니면 별도의 중간지주회사를 통해서 소유할지 등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스트럭처링 관련 의사결정은 고도의 종합예술에 가깝다. 우선은 해당 국가에서 요구하는 법인 형태, 재무, 인사관리 등 여러 측면의 규제를 정확히 조사하여 그것들을 충족하는 방식이어야 하고, 특정 산업에 대해서 해당 국가에서 추가로 요구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현지 법인과 일정 비율 이상의 합작사업을 해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아울러 해외시장 진출을 셋업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부분이 바로 조세 측면의 분석이다.

해외 진출 구조에 따라 기업집단의 전체적인 조세부담이 달라지는데, 가장 큰 원인은 국제거래의 세율 등을 결정하는 조세조약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특정 국가 둘 사이에만 적용되는 양자 간 조약 형태로 체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과 미국 사이의 조세조약이 정하는 특정한 소득에 대한 세율은 한국과 싱가포르 사이의 조세조약이 정한 세율과 다르다. 그렇다 보니 한국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들로부터 똑같이 배당을 받아도 A국에서 받는 것과 B국에서 받는 경우에 현지국에서 적용하는 세율이 다르다. 이 점에서 만약 장래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주로 받을 계획이라면 배당세율이 낮은 국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본사에 지식재산권(IP)이 많아서 자회사로부터 ‘로열티’ 형태로 이익을 회수할 계획이라면 되도록 로열티 세율이 낮은 국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법적 형태 측면에서 보면 만약 A국에 설립한 형태가 지점이라면 지점세 등 자회사와는 다른 내용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고, 자회사와 달리 지점은 모회사와 하나의 법적 실체를 구성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 모회사가 A국 외에서 얻은 이익의 일부에 대해서까지 A국이 과세권을 행사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무상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 모회사와 A국 지점 사이에 A국 설립의 자회사를 두는 방안도 사용된다. 이 경우에는 A지점이 한국 모회사의 지점이 아닌 A국 자회사의 지점이 되므로 한국 모회사가 A국의 과세권으로부터 단절될 수 있다.

중간지주회사로 조세 절감

여러 국가에 자회사 또는 지점을 설립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중간지주회사’를 두는 경우도 있다. 중간지주회사는 이자, 배당, 로열티, 양도소득 등에 대해서 저율의 세금을 부과하거나 면제해주는 조세회피처에 두는 경우가 많다. 실제 적절한 국가에 잘 설계된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면 다양한 조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 나중에 해외 자회사들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때도 과세이연 혜택 등을 광범위하게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중간지주회사는 이런 직접적인 조세상 혜택 외에도 각국 자회사들에 대한 효율적인 경영관리를 돕고, 장래 해외 상장의 가능성, 효율적인 자금 조달 등 여러 측면에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에 중간지주회사를 둔다고 해서 좋은 점 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국내 모회사가 해외법인을 직접 소유하는 구조에 비해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소유하는 간접소유는 배당 등 재원 회수 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늘어나서 추가적인 과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우리나라 세법이 자회사와 달리 손자회사부터는 현지에서 납부한 법인세를 한국 세금에서 공제해주지 않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이중과세의 위험에 노출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중간지주회사에 이익을 집중시킨 후 한국 모회사로 배당하지 않고 중간지주회사가 세계 각국으로 재투자하는 방법도 고려된다. 이때는 중간지주회사가 최소한의 세금을 현지에서 납부하지 않는다면 한국 모회사가 설령 실제 배당을 받지 않았더라도 마치 배당을 받은 것처럼 의제해서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과세제도가 있으므로 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더해서 최근에는 해외 중간지주회사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한국에 있는 경우에는 설령 해외 중간지주회사의 설립지가 외국이라 하더라도 세법상으로는 내국법인으로 의제해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부과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특히 유의해야 한다. 실질적 관리장소란 법인의 사업 수행에 필요한 중요한 관리 및 상업적 결정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장소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법인의 장기적인 경영전략, 기본 정책, 기업 재무와 투자, 주요 재산의 관리 처분, 핵심적인 소득창출 활동 등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해외시장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조세 측면의 이슈를 개괄적이고 예시적으로만 다루어 보았다. 실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먼 미래의 상속, 증여 국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관련 전문가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 이재홍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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