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er

Home>포브스>Adviser

증여와 부양의 차이 

 

보통 자녀를 양육하는 데 드는 생활비, 교육비, 용돈에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주는 교육비와 생활비는 어떨까. 과도한(?) 손주 사랑에 증여세 통보를 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꽤 있다. 세법은 이를 어떻게 볼까.

증여와 관련하여 자녀에 대한 부양과 자녀에 대한 증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재산을 대가 없이 무상으로 받으면 일반적으로 증여세가 부과되므로,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면서 지출하는 비용에도 증여세를 부과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서는 증여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녀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나 자녀에게 주는 용돈 등도 원칙적으로 증여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증세법에서는 민법상 부양의무가 있는 자가 피부양자에게 지출하는 생활비 또는 교육비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의 경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즉, 부모가 경제적인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직계혈족 사이에는 함께 살고 있지 않더라도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으므로 자녀가 부모와 떨어져 멀리 거주하는 경우에도 부모에게 부양의무가 인정된다. 해외에서 공부 중이어서 수입이 없는 아들 가족의 생활비를 위해 부모가 돈을 보내준 경우,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생활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는 이러한 원칙에 따른 것이다.

반면, 부모가 부양능력이 있는데도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유학자금을 지급한 경우와 할아버지가 손자를 위해 고액의 유치원 비용을 지원해준 경우, 과세관청은 이를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보았다. 자녀를 부양할 의무는 부모에게 있는 것이 원칙이고, 부모가 부양할 능력이 있다면 조부모에게는 손주를 부양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직계혈족 간의 부양의무는 아니지만, 이혼한 부부간에 생활비를 지급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혼한 부부 사이에는 민법상 부양의무가 없으므로, 생활비를 지급한 경우 증여세 과세는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생활비 또는 교육비 명목으로 취득한 재산을 정기예금·적금 등에 사용하거나 주식·토지·주택 등 매입 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생활비 또는 교육비로 보지 아니한다(상증세법 기본통칙 46-35…1). 따라서 부모에게 받은 돈을 토지·주택 등 부동산이나 주식·자동차·회원권 등 구입 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양비가 아니라 금전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호화 사치품이나 집, 차가 혼수라면 과세

아울러 이러한 생활비와 교육비는 사회 통념상 범위 내에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 통념이라는 것이 다소 모호한 개념이어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지원 범위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예적금으로 사용하거나 주식 등을 매입하는 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지원된 용도에 따라 생활비와 교육비로 모두 사용한다면 과세 대상에 해당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한편, 처와 자녀를 두고 독립 가구를 구성한 가장인 아들이 다른 친척에게 증여받은 부동산으로 상당한 임대 이익을 거두고 있었음에도 아버지로부터 유학 경비를 송금받았던 사례에서 조세심판원은 해당 비용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맞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자녀가 수입원이 있어 부양을 받을 대상이 아닌데도 이러한 지원을 한다면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또 부모의 재정적 지원은 결혼 과정에서도 있을 수 있다. 상증세법에서는 혼수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의 경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혼수에는 호화 사치품이나 주택, 차량 등은 포함되지 않으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준의 가사용품에 한한다.

축의금은 혼사가 있을 때 일시에 큰 비용 지출해야 하는 혼주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그들과 친분이 있는 하객들이 부모에게 성의의 표시로 조건 없이 무상으로 건네는 금품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으로 확립되어온 사회적 관행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므로, 상증세법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축의금의 경우에도 통상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신랑과 신부 각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분명한 경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는 증여세가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축의금은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되므로, 신랑 신부가 자기들에게 들어온 축의금을 넘어서 가져가는 경우 부모에게 귀속된 금전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게 되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 민경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205호 (2022.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